당론과 다른 대통령 연설에 당황
“당정청 회의서 한번도 거론 안 돼”
교육부도 사전 협의 없이 ‘패싱’
“총선이 걱정” 인적 쇄신론 대두
대통령 국회 시정연설을 반전 모멘텀으로 기대했지만 되려 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시정연설에서 나온 ‘대입 정시 확대론’이 당·정·청 간 엇박자를 노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입 정시 비율 상향을 포함한 입시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한 대목과 관련해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본회의장에서 보고 있다가 ‘대통령이 저렇게 얘기하시네’ 싶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교육부와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서유미 교육부 차관보는 기자들의 물음에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사전에 부처와 협의해서 공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설문의 정시 확대방안이 교육부와 협의 없이 담긴 내용이라는 얘기다. ‘교육부 패싱’론도 제기된다.
민주당에서는 정시 확대 주장에 김병욱·박용진 의원 등이 개인 소신을 들어 공감을 표명하고 김해영 최고위원이 19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교육부는 정시 확대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공개 발언한 정도였다. 당론은 수시 보완, 학생부종합전형 공공성 보완을 통한 ‘고교 교육 정상화’에 맞춰져 왔다. 익명을 원한 한 민주당 의원은 “당·정·청이 매달 정기적·지속적인 회의를 가져온 건 교육위가 거의 유일한데 정시 확대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불쑥 정시 확대 말씀이 나와 당황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공론화 과정에서 어렵사리 ‘2022년도까지 정시 비율 30% 이상’으로 정했다”며 “일률적으로 수능 선발 비중을 지방대까지 적용하면 지방대가 죽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 국립대 총장들은 수능 확대를 원하지 않는다면서다.
정시 확대론이 나온 뒤 교육계 일부에서 반대하는 등 현장 혼선이 일자 문 대통령은 오는 25일 청와대에서 교육관계 장관 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다.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당·청 간 불협화음도 당장 수면 위로 표출되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물밑에선 쇄신론이 조금씩 번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조국 사태로 잃은 점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충청권 한 민주당 의원은 “민심이 극단으로 찢어졌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갈 순 없는 것 아니냐”며 “총선을 생각한다면 시기와 범위가 문제일 뿐 쇄신은 불가피하다”라고 했다.
김형구·윤성민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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