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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삼성물산 ‘1조6천억 분식회계’ 적발…수천억 손실이 순익 둔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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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3분기 재무제표 분식

보유한 삼성SDS 주가 폭락에도

손실로 반영하지 않고 회계처리

증선위, 증권발행제한 등 제재

거짓 공시로 투자자 혼선 줬지만

‘과실’로 판단해 증선위 제재 낮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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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2017년 1~3분기에 1조6천억원대의 분식회계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정상적으로 회계처리를 했다면 수천억원에서 1조원대의 손실로 기록됐어야 할 재무제표가 순이익을 본 것으로 둔갑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월 정례회의에서 금융감독원이 상정한 ‘삼성물산의 분·반기 보고서에 대한 조사 결과 조치안’을 수정해 의결했다. 증선위는 증권발행제한 4개월, 재무제표 수정 조처를 내렸다.

제재의 근거가 되는 내용은 삼성물산이 2017년 1~3분기 중 분기 및 반기 보고서에 1조632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과대계상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매도 가능 금융자산’으로 삼성에스디에스(SDS) 주식 1321만여주를 보유했는데 에스디에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도 이를 ‘손상차손’(손실)으로 인식하지 않고 회계처리를 했다.

당시 회계기준(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 제1039호)은 ‘기업은 보유 금융자산 가치의 손실 발생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지 매 기간 말에 평가하고, 그러한 증거가 있는 경우 손상차손을 인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식 가치가 지속적으로 큰 폭 하락하면 이를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이를 누락했다. 에스디에스 주가는 2015년 말 25만4천원에서 2016년 말 13만9500원으로 45.1%나 하락했다.

금감원은 감리 결과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진 않고 ‘과실’로 판단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1조6천억원대로 크고, 위법 행위를 정정하면 순이익이 순손실로 변경되는 점 등을 고려해 증권발행제한 6개월, 현재 대표이사인 당시 재무담당 임원 해임 권고, 재무제표 수정 등의 제재를 증선위에 건의했다.

하지만 증선위 제재 논의 과정에서는 제재 수준이 한 단계 경감됐다. 증선위는 과실 제재에 해당하는 7단계 중 가장 높은 수준에서 두번째 수준으로 낮췄다. 증선위는 손상차손 미인식이 자기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없고 회사의 주된 영업활동과 관련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그해 연간보고서에서는 새 회계기준에 따라 손상차손 미인식이 회계처리 위반 사항이 아니게 된 점을 고려했다. 증선위의 수정 의결로 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 권고는 빠졌고, 증권발행제한 6개월 제재도 4개월로 짧아졌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은 최근 2017년 1~3분기 분·반기 보고서를 수정 공시했다. 1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익은 1855억원 순이익에서 1조251억원 순손실로 변경됐다. 반기는 3331억원 순이익에서 9041억원 순손실로, 3분기는 4916억원 순이익에서 7456억원 순손실로 수정됐다. 손실을 본 기업이 이익을 냈다고 거짓 공시를 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로서는 황당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물산이 이렇게 대규모 회계분식을 저질렀는데도 애초에 금감원은 왜 ‘과실’로 봤을까. 금감원은 회계분식의 위반 동기를 판정할 때 ‘고의’ ‘중과실’ ‘과실’ 세가지로 분류한다. 정규성 금감원 회계감독국장은 “삼성물산이 매도가능자산의 손상 부분을 당기순손익에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기타 포괄손익’으로는 기재했으며, 그해 연말 보고서는 새 회계기준에 따라 정상 처리를 한 것이 참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회계기준은 보유 지분의 가치가 ‘원가 이하로 유의적으로 또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우 손상이 발생한 객관적 증거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주식 가치 하락의 기간과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은 회사가 정하도록 돼 있는 점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회계기준상 모호하게 규정된 점을 삼성물산이 손실을 감추고자 교묘하게 활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삼성물산은 증선위 당시 “금융감독당국의 여러 지적사항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깊게 자성하면서 회사 내부적으로 감사위원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확보 등 측면에서 제도, 시스템, 프로세스를 전면 재정비했다”고 설명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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