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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대학생에 뚫린 미 대사관저···경찰, 3단봉 들고 경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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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미국 대사관저 등 외국공관저 경비에 투입되는 경찰관들에겐 호신용 무기인 3단봉과 집회현장에서 쓰이는 스프레이 분사기 등이 지급된다. 외국공관저에 대한 경비가 강화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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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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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은 23일 미 대사관저 등 외국공관저경비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미 대사관저를 비롯한 외국공관저 경비에 배치되는 근무자들은 ‘3단봉’으로 불리는 호신용 경봉을 들고 경비에 선다. 경비를 서는 의무경찰과 경찰에게 지급한다. 또 집회현장에서 개인별로 휴대하는 스프레이 형태의 분사기도 경비근무자에게 지급한다. 근무자들은 경비 때 이것들을 항상 휴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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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봉. [중앙포토]


또 경찰은 성별과 관계없이 대사관저 침입·위해 행위자는 즉시 제지·검거한다. 서울청 관계자는 “즉각적인 제지와 검거에 나서더라도, 인권과 안전에 유의해 집회현장 대응 방식에 준해 경비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부적인 검거절차 등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관저 외부 상황을 미리 감지·대응하기 위해 미 대사관저 외부에 감시 카메라 설치도 추진한다. 또 근무자가 비상호출기를 누르면 경보음이 울려 상황 발생 위치가 알려지는 상황경보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 대사관저와 협의를 진행하고 추진할 방침”이라며 “미국 이외 외국공관저의 경우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의 안이한 대응 비판받아



이런 조치는 지난 18일 발생한 미 대사관저 난입사태에 대한 후속 대응으로 나왔다. 이날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약 19명은 오후 2시 50분쯤 사다리 2개를 이용해 덕수궁 옆 미 대사관저 담장을 넘어 침입한 뒤 농성을 벌인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7명에 대해선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김씨 등 4명은 구속됐다.

난입사태 당시 경찰의 안이한 대응이 비판을 받았다. 시위대 19명이 사다리 2개 들고 경비 초소를 지나쳤는데도 경찰이 이들을 경계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경비경찰들은 경찰봉도 없었다. 또 담을 넘는 상황에서 경찰이 시위대의 안전을 위해 사다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질책도 나왔다. 이 밖에 여성 집회참가자를 연행하기 위해 수십 분간 여경 출동을 기다리며 경찰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경찰, 압수수색 등 수사 이어가



한편 경찰은 대진연의 난입사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대진연 회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동구 소재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사무실 관계자들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격렬하게 저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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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22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들이 사용하는 서울 성동구 소재 비영리민간단체 '평화이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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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관계자들은 경찰의 자료 열람 요구에 “내 인생 책임져줄 것도 아니면서 지X이야”라며 욕설을 섞어가며 격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또 압수수색을 시작할 당시 멱살을 잡혔다고 주장한 사무실 관계자는 경찰을 향해 “멱살 잡은 사람 누구냐. 사과해야 (압수수색이) 진행된다”며 수색을 방해했다. 이에 현장 지휘를 맡은 경찰관계자는 “(일부 병력은) 나가 있으라”고 지시했고 한동안 수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무실 관계자들은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경찰을 향해 “너 이름 뭐야”“이 깡패들아”라며 고성을 이어가며 “우리가 범죄자냐 어이없다”라는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경찰이 “압수수색을 저지하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당신들이 폭행했잖아”라며 더 거세게 대응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약 6시간 넘게 진행됐다. 남대문경찰서 측은 “사건의 배후·기획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수사에)필요한 노트북 등의 자료를 확보했고, 포렌식 절차 등을 거쳐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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