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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석촌동고분군서 화장 인골 무더기 출토…"백제왕실 화장 확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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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인골 대량 발견은 처음…묘 16기 이어진 대규모 '연접식 적석총'도 첫 확인

뼈 무게 4.3kg·같은 부위도 2개 나와…복수의 사람 유골로 추정

금귀걸이·중국청자 등 5천여점 유물 출토…부뚜막 딸린 주거지 흔적도 확인

연합뉴스

사적 제243호 석촌동 고분군 발굴 조사 설명회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열린 발굴 조사 현장설명회에서 한성백제박물관 관계자가 시민들에게 조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019.10.23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한성백제(기원전 18∼기원후 475) 지배층 묘역인 서울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화장된 인골이 무더기로 나왔다.

백제 고분에서 화장 인골이 대거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제왕실 장례문화에 화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데서 눈길을 끈다.

서울시 산하 한성백제박물관은 석촌동 고분군에서 16기의 돌무지무덤(적석묘)이 이어진 초대형 '연접식 적석총' 형태를 처음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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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고분군서 화장된 유골 첫 발굴
(서울=연합뉴스) 서울시가 한성백제 왕실묘역인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화장 후 분골과정을 거친 사람 뼈와 다량의 토기, 장신구, 기와 등 유물을 함께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 사진은 매장의례부에서 출토된 화장된 사람뼈. 2019.10.23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석촌동 고분군은 근초고왕(재위 346∼375) 무덤이라는 주장이 있는 3호분을 비롯해 여러 무덤이 남북으로 길쭉하게 늘어선 모양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2015년 봄 남쪽 1호분 북쪽에서 발생한 싱크홀을 조사하면서 백제 유구를 확인했고, 그해 가을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벌였다.

연접식 적석총은 고분군 중앙의 2호분 아래에 해당한다. 조사단이 적석총 일부로 인식하는 1호분까지 포함시 총 길이는 남북으로 100m, 동서로 40m에 달한다. 네모꼴로 크고 작은 적석묘 16기와 이들을 잇는 연접부, 제의공간으로 추정되는 매장의례부 3곳을 빈틈없이 이어붙여 규모를 늘려간 형태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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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고분군서 유적 살펴보는 학예사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열린 발굴 조사 현장설명회에서 한성백제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유적 안 지진구를 살펴보고 있다. 2019.10.23 ondol@yna.co.kr



연접식 적석총 발굴 과정에서 금귀걸이, 금박구슬, 중국청자, 유리구슬, 가야토기, 암키와, 수막새를 비롯해 유물 5천여 점이 나왔다. 1호 매장의례부, 2호 적석묘, 3호 적석묘, 7호 매장의례부 등 여러 곳에서 나온 중국청자 파편은 그만큼 중국과 활발히 교류할만한 최고위층 무덤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1호, 4호, 7호 적석묘 동쪽 매장의례부에서는 화장 후 잘게 부순 사람뼈와 다량의 토기, 장신구, 기와 등이 고운 점토로 덮인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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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고분군서 출토된 인골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열린 발굴 조사 현장설명회에서 한성백제박물관 관계자가 출토된 토기들을 살펴보고 있다. 2019.10.23 ondol@yna.co.kr



조사단이 수습한 인골 무게는 총 4.3kg으로 파악됐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화장하면 2~3kg 유골이 나오는 점과 같은 부위의 뼈가 2개 발견된 점을 고려하면 여러 사람 뼈로 볼 수 있다. 다만 뼈가 하얗게 변할 정도로 높은 온도에서 오랜 시간 노출됐기에 유전자 분석을 통한 주인공 추정은 불가능하다.

원주 법천리 4호분, 화천 원천리 등 다른 유적에서도 인골이 나온 적이 있으나 양이 매우 적거나 단편적이었다. 인골이 대거 쏟아진 석촌동 고분군은 귀족층을 넘어 최고 지배층 묘역으로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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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 고분군서 출토된 인골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 고분군에서 열린 발굴 조사 현장설명회에서 한성백제박물관 관계자가 화장 인골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9.10.23 ondol@yna.co.kr



정치영 학예연구사는 이날 현장설명회에서 "기와편만 해도 3천여점이 나왔는데 이 정도 규모는 국가기관만 썼을 것"이라면서 "이러한 곳에서 화장 인골이 대량 나온 것은 백제 왕실이 화장을 장법으로 채택한 양상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접식 적석총 최북단 1호 구획 적석목관묘 근처에서는 주거지 흔적도 발견됐다. 일자형 부뚜막 흔적이 확인됐고 실제 사용된 것으로 짐작되는 호, 뚜껑, 완 등의 토기들도 묻혀 있었다. 조사단은 이 주거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에 탔고, 폐기된 집 위를 다진 뒤 무덤이 들어선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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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동고분군서 화장된 유골 첫 발굴
(서울=연합뉴스) 서울시가 한성백제 왕실묘역인 석촌동 고분군(사적 제243호)에서 화장 후 분골과정을 거친 사람 뼈와 다량의 토기, 장신구, 기와 등 유물을 함께 발굴했다고 23일 밝혔다.사진은 석촌동고분군과 한성백제 왕도유적 일원. 2019.10.23 [서울시 한성백제박물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석촌동 고분군은 1974년 잠실 일대 개발에 앞서 일대 유적 유무를 확인하는 지표조사와 유적발굴조사가 진행되면서 백제 왕릉급 고분군으로 인식됐다.

일제강점기 때만 해도 90기 이상이 남았던 것으로 조사됐으나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대부분 무덤이 사라졌다. 고분군은 조사 후 1987년 백제고분공원으로 조성됐고 현재 적석총 5기와 흙무덤 1기 등 총 6기가 복원·정비됐다.

박물관은 이번 연접식 적석총 발견으로 석촌동 고분군 조사·연구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6기 외에 주변에 알려지지 않은 다른 고분이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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