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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한 감옥’ 돼버린 운동선수 ‘합숙’… 성범죄·폭행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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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성폭행 경험 학생 중 남학생 21% 합숙소서 피해 여학생은 9.7%

물나오지 않거나, 옥탑방에서 집단생활하기도

헤럴드경제

한 고등학교 운동부 숙소[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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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1학년 때부터 한달에 한번씩 XX를 XX달라고 했다. 단둘이 있을 때 뿐만아니라 여러사람이 있을 때 XX해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다. 남자들끼리니까 그럴수 있다고 했다”(H 고등학교 축구부원)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한 ‘학생선수 기숙사’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사례다. 기숙사에서 합숙생활을 하는 학생선수들은 성폭력과 폭행위협에 노출돼 있었고, 일부 학생들은 24시간 폐쇄회로(CC)TV의 감시하에서 기숙사 생활을 견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모든 학생선수 기숙사에 대한 실사와 함께 법령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즉각 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23일 인권위는 지난 7월 진행한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발표 했다. 이에 따르면 고등학교 학생 선수 1만7598명 중 1만1313명(64.3%)이 초중고 시절 합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전체 학생 중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중 그 장소가 합숙소라고 답한 학생은 18.9%로 운동장과 체육관(49.9%)에 이어 두 번 째로 많다. 인권위는 성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고등학생 수는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성폭행 피해 학생 중 합숙소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남학생은 21%로 여학생(9.7%)에 비해 많은 것으로 나타됐다.

인권위의 심층면접 조사를 통해 드러난 합숙소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선수들의 실태는 더욱 적나라하다. 인권위는 전체 380개의 초중고 합숙소중 16개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인권위가 이날 공개한 합숙 실태를 종합해 보면 합숙소는 폭력이 일상이 된 공간이었다. A 중학교 축구부 합숙소 사례를 보면, 3학년 축구부원은 후배들에게 2학년 전체 학생들에게 잠을 자지말라고 하거나 가슴을 구타했다. 잠자리에 쓰레기가 있다고 후배를 빗자루로 폭행하는 선배도 있었다. 한 선배는 자신의 바지가 없어졌다며, 2학년 후배들을 폭행했다. 이 선배는 추후 자신의 사물함에서 바지를 찾았다. 인권위는 “바지를 찾은 선배는 웃었다”고 밝혔다.

물이 나오지 않는 지하방에서 합숙생활을 하거나, 옥탑방에서 집단 합숙생활을 하는 학생선수들도 있다. H고등학교 축구부원은 심층면접조사에서 “씻으려고 하면 물이 잘 안 나온다. 씻을 때 세탁기를 돌리면 물이 안 나와서 다 씻고 빨래를 돌려야 하고, 그래서 11시 넘어서 잘 때가 많다”며 “그래서 전반적으로 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특히 조사를 진행한 16개의 학교중 14개의 학교가 합숙소에 CCTV를 설치, 학생선수들의 감시했다. 일부 학교의 합숙소에는 학생선수들이 잠자는 숙소 방에도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면접조사에 응하며 합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중학교 3학년인 야구부 남학생은 “합숙은 해선 안 된다”며 “코치감독들의 비리, 폭력은 아직도 있다. 나도 선배에게 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당국은 모든 학생선수 기숙사에 대해 학교에서 제출하는 서류로만 확인하지 말고 실제로 학교를 방문하여 조사하는 등 엄정한 실사를 실시하고 법령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즉각 개선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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