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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유치원이 때론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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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서민의 춘추멍멍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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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는 친구가 개를 키우는데, 유치원에 보냈거든. 그런데 유치원 선생이 이렇게 말하는 거야. 당신 개가 다른 개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일탈을 많이 한다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그 친구가 유치원을 찾아가 선생님한테 선물을 했지. 다음날 그 선생님한테서 사진이 전송됐어. 사진 속에 있는 자기집 개가 목걸이를 하고 있는데, 거기 이렇게 써 있더래. ‘반장’.”

친구가 해준 이 얘기를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웃고 난 뒤 친구에게 물었다.

“야, 개유치원이라는 게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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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유치원? 강남에만 있는 것?


개를 안 키우는 사람이라면 개유치원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깟 개한테 유치원이라니, 너무 사치스러운 느낌이 드니까 말이다. 하지만 개유치원은 나름의 필요성이 있다.

첫째, 일 때문에 나가야 하는데, 개를 매일같이 혼자 두기가 미안할 때. 견주가 없는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겨진 개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보라. 견주가 바빠서 산책도 거의 나가지 못한다면, 그 개에게 즐거울 일이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아파트 민원의 중요한 부분인 짖는 개, 무는 개는 이런 환경에서 생기니, ‘개가 무슨 유치원이냐’고 할 게 아니라, 주변 분들이 오히려 유치원을 권해야 하는 거 아닐까?

둘째, 유치원에서 다른 개들과 어울리며 사회성과 예의범절을 배울 수 있다. 다른 개를 물거나 낯선 사람에게 적대감을 드러낸다면 산책을 데리고 나가기도 민망한데, 유치원은 그 개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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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강아지의 문제점이나 건강 상태에 대해 알 수 있다. 자기 개한테 아픈 곳이 있는데 유치원을 통해 조기에 찾아낼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닐까?

몇 년 전만 해도 개유치원은 강남에만 있는, 좀 고급스러운 느낌의 단어였지만, 지금은 지방에도 개유치원이 제법 생겼고, 반려인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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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선생님’이 중요


개유치원이라 해서 무슨 대단한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칸막이가 있는 공간에 개 여러 마리를 데려다 놓고, ‘선생님’이 그 개를 돌보는 게 유치원의 골자다. 중간에 간식도 줄 수 있고, 가벼운 놀이를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개들로선 다른 개를 만나 놀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우니, 시설이 문제는 아니다.

A씨의 이용 후기를 보자. 너무 예민해서 집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것도 어려웠고, 산책도 시키기 힘든 개가 있었다.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고 나니 다른 강아지들 사이에서 잘 놀고, 선생님도 잘 따른다나. 그 결과 지금은 낯선 이를 보고도 짖지 않게 됐단다.

강아지 사진과 영상을 수시로 보내주니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도 사라졌고, “강아지 결막염도 선생님 덕분에 발견해서 바로 치료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개를 직접 픽업까지 해준다니, 이 정도면 보낼 만하다.

물론 모든 유치원이 다 이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청결도가 엉망인 곳도 있고, 선생이 무관심해 개들을 방치하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를 넘어선 개를 데려다 놓은 곳도 있단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개를 학대하는 유치원도 있단다.

그러니까 개유치원은 운영자의 태도가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에서 자격증을 주는 등 교사 관리를 하는 게 아닌 바, 유치원을 알아보기 전에 선생님이 개를 좋아하는지, 또 전문성도 있는 분인지를 미리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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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돈이 든다


비용은 얼마나 될까? A씨의 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비용이 월 20만원이란다. ‘히익! 그렇게나 비싸?’라고 놀라는 분도 계시리라. 예전에 키우던 개가 심심해하기에 애견카페를 데리고 갔는데, 1시간 남짓 노는 동안 음료수 비용만으로도 1만원을 넘게 냈던 기억이 난다. 그걸 생각하면 하루 종일 개를 봐주는데 1만원이라면, 그게 비싸진 않다.

더 중요한 사실은,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행복에는 어느 정도의 돈이 든다는 점이다. 하루 1만원으로 자기 개가 행복해한다면, 그 정도는 지불할 수 있어야 좋은 견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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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개가 다 유치원에 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6마리 페키니즈 군단이 있는 우리 집을 보자. 여섯째로 들어온 ‘은곰’이는 심심함이 뭔지 모른다. 다섯째 강아지, 그리고 넷째 강아지와 매일 레슬링을 하거나, 달리기 시합을 하면서 즐겁게 논다. 개가 사람과 노는 것보다 개끼리 노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은곰이에게 분리불안 같은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으며, 은곰이는 다른 개는 물론 낯선 사람에게도 아주 예의바르게 잘 처신해 예쁨을 두루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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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운다면 두 마리로


하지만 은곰이가 제일 행복할 때는 자기와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을 만날 때다. 친한 분이 은곰이와 같이 태어난 동생 둘을 키우는데, 그들이 오면 은곰이의 얼굴이 행복으로 빛난다. 헤어질 때 슬퍼서 껑충껑충 뛰는 은곰이를 보면서 깨달았다. 인간이 개를 키운답시고 형제자매를 떼어놓는 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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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말씀드린다. 개를 키운다면 최소한 두 마리로 시작하되, 가급적이면 같은 배에서 태어난 애들을 선택하자. 이는 그 개들에게 평생 믿고 의지할 든든한 벗을 선사하는 것이며, 이 경우 굳이 유치원에 보낼 필요가 없다.

한 마리 키울 때보다 돈은 더 들겠지만, 다시 말한다. 행복에는 어느 정도의 돈이 들며, 이게 아깝다면 당신은 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딘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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