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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단독]‘친환경 연료’인 줄 알았는데…천연가스 수소차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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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1㎏ 만들 때 이산화탄소 8.6㎏ 배출

탄소배출량, 휘발유차보다 겨우 16% 절감 ‘낙제점’

2030년까지 전체 공급 절반이 ‘천연가스 추출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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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친환경 수소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지금처럼 천연가스에서 뽑아낸 수소를 주로 사용한다면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주행 중 온실가스를 내뿜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수소차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지만,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해내는 과정에서 추출된 수소 양의 8배가 넘는 이산화탄소가 나오기 때문이다. ‘탈탄소’를 위해서는 천연가스 추출수소 대신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 등 친환경수소를 위주로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과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의 자료를 통해 휘발유차와 수소차의 탄소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연료로 쓴 수소차의 경우 비슷한 급의 휘발유차에 비해 연간 탄소배출량을 16%밖에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차 자체는 주행 중 탄소나 유해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지만,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최근 상용화된 천연가스 수소추출기를 활용할 경우 수소 1㎏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8.6㎏가량 된다.

이 때문에 수소차 자체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더라도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사용할 경우 휘발유차에 비해 탄소배출량은 많이 줄어들지 않는다. 한국 운전자들의 연평균 주행거리인 1만5000㎞를 기준으로 휘발유차인 현대 아반떼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1620㎏ 배출한다. 수소차인 현대 넥쏘가 같은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수소 158.25㎏이 필요한데, 천연가스에서 이 정도 분량의 수소를 추출해내려면 이산화탄소가 1361㎏ 배출된다. 결과적으로 넥쏘가 추출수소를 활용해 주행할 경우 아반떼보다 탄소배출량을 약 16%밖에 절감하지 못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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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교적 저렴하고 대량으로 만들기 쉬운 추출수소가 향후 수소 공급계획의 핵심 축이라는 데 있다. 수소를 공급받는 방법은 석유화학 공정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드는 추출수소,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만드는 수전해 수소, 해외에서 들여온 해외생산수소 등 크게 4가지다.

추출수소는 천연가스 공급망을 이용해 수소생산기지와 운송시설을 쉽게 구축할 수 있고 대량으로 생산하기도 쉬워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공급원이다. 정부는 지난 1월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서 장기적으로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를 줄이고 수전해 수소와 해외생산수소 등 친환경 수소를 늘려가겠다고 했지만 2030년까지도 전체 수소 공급량의 50%는 추출수소로 채워질 계획이다. 추출수소 비중은 2040년에도 30%까지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수전해 수소 가격이 ㎏당 9000~1만원인 반면 추출수소는 ㎏당 2700~5100원선으로 저렴해 정부의 2040년 수소가격 목표(㎏당 3000원)를 맞추려면 추출수소 비중이 계획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초반 산업 육성을 위해 한시적으로 천연가스 추출수소를 활용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추출수소 위주로 수소경제를 추진하면 탄소절감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독일은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수소 연구에 2023년까지 3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한국도 그린수소 생산과 운송·저장 방법을 개발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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