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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文 '신 공정국가' 선언…집권 후반기 '조국 상처' 극복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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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성휘 기자] [the300]선언 이어 구체적 조치 뒤따를듯…"합법적 불공정까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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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세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9.10.22. photothin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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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후반기 최고 역점 과제로 '공정사회'를 앞세웠다. 혁신성장, 포용경제, 평화정책 모두 공정 가치의 회복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다. 민의 반영이 최우선이라는 진단도 깔려있다.

문 대통령은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공정을 위한 개혁'에 힘을 줬다. "공정이 바탕이 돼야 혁신·포용·평화가 있을 수 있다.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는 역설이 뒤따랐다.

임기 후반부에는 '조국 이슈'로 타격을 받은 '공정' 가치를 다시 문재인 정부의 담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임기 반환점(11월9일)을 앞둔 시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국정 지지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나온 메시지란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지난 세 차례의 시정연설이 '1년' 단위였다면 올해는 '2년 반'을 내다본 점이 두드러진다.

문 대통령이 이날 천명한 공정사회의 방향성은 △제도 속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내고 △사회지도층 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겠다"고 하며 '제2의 조국 사태'는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선언'에 이은 구체적 조치가 뒤따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주도하는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직사회 기강을 세운다. '조국 이슈'로 인해 화두로 떠오른 공정교육의 해결책으로는 '정시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까지 언급했다.

일자리 예산을 설명할 때도 '공정' 키워드를 활용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는 '공정사회'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특히 청년, 40대 남성, 노인층 등 '조국 이슈'로 정부에 등을 돌렸다는 평가를 받는 계층을 겨냥했다. 문 대통령은 "제조업과 40대의 고용 하락을 막아야 한다"면서도 "청년은 우리 사회의 미래다. 고령화시대의 어르신은 일하는 복지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채용, 탈세, 병역, 직장 내 차별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국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모든 불공정을 과감하게 개선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했다. 메시지를 종합한다면 이런 분야에서 '합법적이었더라도 명백히 불공정한' 부분들을 솎아내 제도적 개선을 이뤄내겠다는 의미다.

'공정'을 앞세운 문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민의를 파악하는데 소홀함이 있었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특권과 반칙, 불공정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의 요구는 그보다 훨씬 높았다"고 한 이유다.

입시에서 정시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 역시 그동안 입시생, 학부모, 청년층에서 주장해온 것을 반영한 것에 가깝다.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하며 '경청'에 대한 '성찰'을 강조한 문 대통령이다. 임기 후반기 국정에 어떤 식이든 '소통'을 강화할 걸로 보인다.

평화정책에서도 민의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취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축구 대표팀의 '깜깜이 평양 원정'으로 민심이 들끓던 와중에도 서울-평양 올림픽 공동유치를 말했던 문 대통령이었지만, 이날 시정연설에서는 이런 언급이 모두 빠졌다. 그저 "북한의 밝은 미래는 평화경제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원칙론만 반복했다.

'조국 이슈'로 잠시 민심을 잃었지만, 경제정책 등 국정운영 방향에는 문제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큰 맥락에서 정책 수정은 없을 것이란 의미다. 문 대통령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대한민국의 재정과 경제력은 더 많은 국민이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충분할 정도로 매우 건전하다"고 했다. '재정으로 단시간 일자리를 만든다'는 비판을 직접 거론하며 "일하는 복지가 더 낫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공정을 빌미로 야당이 정쟁을 앞세우기 보다 민생을 위한 협치에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약속대로 가동하고 ‘여야 정당대표들과 회동’도 활성화하자"며 "보수적인 생각과 진보적인 생각이 실용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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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513조 5천억 원 규모의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로텐더홀을 나서면서 여당 보좌진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2019.10.22. jc4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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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패러다임 전환→2019 공정·경청, 달라진 文 시정연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 후반기 설계도를 제시했다. 임기 반환점(11월9일)을 앞둔 자연스런 계기였다. 화두는 '공정'이다. 국민적 요구가 분출한 데 따른 결과다.

문 대통령 시정연설은 3년 연속, 2017년 추가경정예산안 때를 합하면 네 번째다. 지난 세 차례가 '1년' 단위였다면 올해는 '2년 반'을 내다본 점이 두드러진다. 문 대통령도 "이제 우리 정부 남은 2년 반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경제·개혁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을 소개했다.

500조원을 돌파, 513조5000억원에 이른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제외하면 공정 이슈는 검찰개혁과 함께 가장 강조됐다.

문 대통령은 공정을 경제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경제뿐 아니라 사회·교육·문화 전반에서, ‘공정’이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연설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조 전 장관 임명 전후 터져나온 갈등과 논란에 나름의 대답을 내놓은 셈이다.

'경청'과 '성찰'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가치와 이념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라며 "저 자신부터,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스스로를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전환을 국회에 요구했던 과거 시정연설과 결이 다르다.

2017년 6월12일, 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첫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섰다. 5월10일 취임한지 한 달만이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며 추경의 긴급성을 강조했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해 막 당선된 대통령이었다. 아울러 일자리를 통해 성장을 이룬다는, 경제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그해 11월 1일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인 2018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시정연설에서도 '패러다임' 전환이 화두였다. "사람중심경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가 컸다. 문 대통령은 국민 삶을 위한 국가의 역할도 강조했다. 아울러 개헌도 중요하게 다뤘다. 대통령 개헌안은 다음해인 2018년 초, 전격 공개됐으나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하자던 문 대통령 구상은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2018년에도 같은 날짜인 11월 1일, 시정연설을 했다. 이번엔 민생과 평화를 주제로 삼았다. 특히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가 사명"이라며 2019년도 예산이 그 첫걸음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불평등의 격차를 줄이고 공정·통합적 사회로 가야 지속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제 패러다임 전환 의지는 격렬한 논쟁도 일으켰다. 문 대통령도 지속적으로 정부에 성과를 재촉했지만 경제지표는 긍정·부정적 결과를 모두 가리켰다. 이에 국정기조가 잘못됐다는 야당의 비판도 커졌다.

이런 상황은 정기국회 시정연설에도 투영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국가'의 역할을 말했다면 2018년 이후 '혁신'을 끌어올렸다. 올해 시정연설에 확장적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더 활력있는 경제를 위한 ‘혁신’"을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아울러 경청과 성찰을 말했다. 임기 후반기 국정에 어떤 식이든 '소통'을 강화할 걸로 보인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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