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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협의없이 불쑥 지시… '1년전 결정한 대입정책' 뒤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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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시정연설]

- 오락가락 교육 정책

文대통령 정시 확대 말하자, 교육부 하루만에 입장바꿔 "같은 의견"

교육계 "총선 앞두고 정권 위기 모면하려 입시 이용" 거센 비판

전교조 "대통령의 한마디에 대입체제 좌지우지 돼, 대단히 불행"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대입 정시 비중 상향'을 언급하자 교육부는 곧바로 출입기자들에게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높은 대학들에 대해 수능 비율 확대 권고를 당·정·청이 같은 의견으로 협의해 왔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3시간 뒤에는 같은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정시 확대'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엇박자를 낸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당정 협의도 없는 가운데 부랴부랴 해명에 나선 것이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감에서도 "수능은 '5지선다'라서 창의 교육과 배치된다는 의견이 있다"며 정시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비쳤다.

조선일보

文대통령이 인사하려하자 등 돌려 나가는 野의원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직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 대통령과 악수하지 않고 먼저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한국당 일부 의원은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중에도 "조국"을 외치거나 "사과하세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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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 논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대입 전반에 대해 재검토를 해달라"고 지시하면서 나왔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입시 비리 의혹의 불똥이 튀면서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 한마디에 대입 입장 바꾸나"

교육부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정시 확대 방안을 대입 개편안에 담아 다음 달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데는 민주당 일부 의원과 청와대의 주문이 거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정시 비중을 적극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정시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하자 여당이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 연설 직후 정시 확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지난달까지 "정시·수시 비율 조정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정시를 확대한다는 기본 원칙이 (당·청 간에) 공유돼 있었다"고 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비공개회의 등에서 정시 확대를 논의한 적이 없지만, 이제 대통령이 말했으니 당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날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시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인 비율은 앞으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아무런 교육 철학과 원칙도 없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입시를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초 문재인 정부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수능 절대평가를 추진했지만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자 공론화를 거쳐 정시 모집을 30% 이상 늘리는 선에서 절충하는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지난해 8월 발표했다. 그런데 조국 전 장관 파문 이후 정시 확대 여론이 커지자 1년 만에 입시를 다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정시 확대, 현 고교1 학년부터 적용될 듯

학종 비율이 높은 서울의 주요 대학 정시 비율 확대는 현재 고1 학생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따르면 2020학년도 정시 비율이 20%대인 서울대(20.4%)·연세대(27%)·이화여대(20.6%) 등이 2022학년도엔 30%대를 훌쩍 넘는 비율로 정시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서울 주요 대학이 정시 비율을 높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대통령이 입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교총은 "대통령의 정시 확대 입장은 교육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정시 확대에 반대하는 전교조는 "대통령 발언 한마디로 대입 체제 개편 논의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교육 백년대계라는 국가적 차원에서 볼 때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정시 확대를 주장해온 시민단체 등은 "총선용 표를 위한 정치적 발언이면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배영찬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명확한 원칙도 없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학생과 학부모만 골탕 먹고 사교육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박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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