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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진보 록스타' 캐나다 트뤼도, 27석 잃고 과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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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서 힘겹게 1당은 유지… 인종주의 논란·각종 스캔들로 고전

보수당, 40세 대표 내세워 선전

조선일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부인 소피 그레고어가 22일(현지 시각) 캐나다 총선 결과가 나온 뒤 몬트리올 컨벤션센터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캐나다 자유당이 21일(현지 시각) 실시된 총선에서 다수당을 유지했지만 과반(170석) 유지에는 실패했다. 특히 전국 득표율에선 자유당(33%)이 보수당(34.4%)에 밀려 상당한 민심 이반을 보여줬다. 서구 진보 진영의 '록스타'로 불렸던 트뤼도 총리지만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의 강조와 각종 스캔들로 정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된 것이다.

캐나다 공영 CBC방송 등에 따르면 전국 338개 하원 선거구에서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캐나다 동부 기준 22일 오전 4시 현재 자유당은 157석을 확보해 121석에 그친 보수당을 앞섰다. 퀘벡주(州) 지역 정당인 '블록 퀘벡당'은 32석, 좌파 성향의 신민주당(NDP)이 24석, 녹색당 3석, 무소속이 1석을 차지했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총선에서 중산층 감세, 부자 증세 등 진보적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36석이었던 자유당 의석을 단숨에 184석으로 끌어올리는 기적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선 트뤼도가 20대 때 흑인 분장을 한 채 파티를 즐기는 사진이 공개돼 인종주의 논란에 휩싸였고, 올 초 퀘벡의 대형 건설사 기소를 중단하도록 법무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스캔들이 터져나오면서 도덕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특히 그(he)와 그녀(she) 이외에 트랜스젠더 등이 스스로 원하는 10여 가지의 대명사를 통해 부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등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면서 캐나다 보수층이 등을 돌린 것도 한몫했다.

캐나다 보수당은 트뤼도(48세)보다 젊은 40세의 앤드루 시어 대표를 내세운 뒤, 트뤼도의 '청년' 이미지를 빼앗아와 선거에서 맹추격했다. 비록 제1당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2015년 총선보다 22석을 늘렸다. 시어 대표는 감세를 주장하고 낙태를 반대하면서도 이민과 다양성 등에 열린 자세를 보여 시사지 애틀랜틱으로부터 "서구의 새로운 보수주의의 미래를 열 수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시어도 과거 이중국적을 가진 정치인을 맹비난했지만 본인이 미국 시민권을 가진 것이 드러나 '내로남불' 구설에 올라 타격을 받았다.

트뤼도가 향후 연정을 구성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캐나다는 의원내각제이지만 제1당이 과반을 넘지 못해도 연정보다는 비공식적인 연대를 통해 사안별로 진보와 보수 정당이 합종연횡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캐나다 정치사에서 연정은 1917년이 마지막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를 인용해 "(각종 스캔들로) 트뤼도는 (스타가 아니라) 결함이 있는 일반 정치인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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