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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NOW] "배달원이 중간에 안 먹었어요" 음식 포장지에 '봉인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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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광진구 A삼겹살구이 식당은 이번 주 들어 배달 주문을 받은 음식은 비닐봉지에 포장한 뒤 그 위에 '안심 스티커'를 붙여서 내보낸다. 포장을 열면 스티커가 찢어지도록 만든 일종의 봉인(封印)이다. 식당 주인 김모(46)씨는 "최근 음식 배달 과정을 못 믿겠다는 의견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 스티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최근 이러한 '음식 봉인 스티커'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식 업체 사이에서 유행이다. 일부 배달원의 일탈 행위가 온라인에서 공유되면서 불신이 커지자 '안심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다. 스티커 제작 업체 '잔상'은 이달 7일부터 배달 포장 훼손 방지 안심 스티커를 만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다. 500장에 1만3800원이다. 이 업체의 '안심 스티커' 이미지는 포털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여러 차례 소개되며 화제가 됐다.

'올바른인쇄소'도 지난주 배달 안심 스티커 3종을 출시했다. '정량 배달을 위한 안심 스티커입니다' '본 음식의 봉인 해제 주인공은 오직 고객님뿐' '포장 훼손이 보이면 매장으로 연락주세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소셜미디어에서 500장에 1만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배달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에서도 자체 제작한 봉인 스티커를 판매 중이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환영이다. 일주일에 2~3끼니를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는 전세지(23)씨는 "요즘 배달원이 음식을 훔쳐 먹는 일이 많다고 하는데 스티커가 붙어 있어 포장이 뜯기면 바로 티가 나니 안심이 된다"고 했다.

배경은 배달 과정에 대한 불신이다. 지난 1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넛 7개를 시켰는데 배달 기사가 중간에 빼먹어 4개만 도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배달 음식 주문 앱 게시판에 올라온 '한쪽 빵이 없는 샌드위치가 배달됐다' '치킨의 튀김 옷이 벗겨져 있었다' 등의 후기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배달 중인 음식을 몰래 빼먹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배달 거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배달 음식 관련 상담 건수는 143건으로 작년보다 20% 이상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배송 과정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하기 마련"이라며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이 훼손되지 않고 안전하게 전달됐다는 것을 보여줄 다양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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