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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영국서 부활… '인스타그램의 아버지'라며 몰려든 젊은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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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테이트 모던'서 개막한 백남준 회고전]

'TV 부처' 등 220점 모은 최대 규모 "40년 전 작품이라니 믿을 수 없어"

텔레그래프·더 타임스 등 호평 "백남준은 현재도 막강한 영향력"

전시장에 들어서자 작은 부처가 관객을 맞았다. 18세기 목조 불상을 CCTV가 촬영하고 마주 놓인 브라운관 TV에 부처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보이는 'TV부처'(1974)는 관객의 얼굴도 함께 투사한다. "요즘 명상 앱이 등장할 것을 백남준은 예상한 것 같아요. 저희 엄마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니, 믿을 수 없어요!" 런던에 사는 고등학생 니암(17)은 사진을 찍으며 연방 "쿨(cool)하다"를 반복했다. 디지털 세대인 그는 "'비디오아트의 아버지'라는데 저한테는 백남준이 유튜브, 인스타그램의 아버지로 느껴진다"고 했다. 60대 관객 모린은 "'TV정원'(1974)을 보면서 자연과 기술을 아우른 세상을 열망한 유토피아적 철학에 감탄했다"며 "테이트 회원인데, 이렇게 위대한 사람을 그동안 들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 분해 첫날부터 매일 오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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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백남준의 작품 'TV 부처'를 한 중국 관람객이 지켜보고 있다. Stedelijk Museum, Amsterdam ②백남준이 1993년 선보인 '시스틴 채플'이 26년 만에 영국 런던에서 재현됐다.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모티브로 했다. ⓒTate(Andrew Dunkley)ⓠCourtesy of the Estate of Nam June Paik ③한 관객이 아이와 함께 백남준의 '랜덤 액세스' 작품을 직접 만지며 소리를 내보고 있다. /최보윤 기자·테이트 모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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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영국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 개막한 '백남준' 전시장에 몰려든 관람객들은 "예언가(prophet)" "선지자(visionary)"란 단어를 꺼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남준 후(Who)?"라고 고개를 갸웃했던 이들이 전시장을 나오면서는 "백남준!" 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번 전시는 총 220여점의 작품과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을 12개 섹션으로 나눠 선보이는 백남준(1932~2006) 역대 최대 회고전.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존 케이지와 머스 커닝햄, 샬럿 무어먼, 요제프 보이스 등과의 다양한 협업 작품도 대거 공개됐다. 1960년대 플럭서스 운동을 이끈 주역들이다. 또 비디오아트의 장을 연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1963)의 일부를 재현하는 등 음악을 미술화한 백남준도 볼 수 있다. 이숙경 테이트 모던 수석 큐레이터는 "국가주의가 다시 고개를 드는 오늘날, 다양한 문화가 서로 공존하며 고유한 문화를 빛낼 수 있다는 백남준의 시각과 그가 꿈꾼 전 지구적 미래는 의미심장하다"고 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앙리 마티스가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사람은 그 시대보다 항상 50년을 앞서간다'고 말했던 걸 떠올리면, 백남준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한다"고 썼고, '더 타임스'는 "하이아트와 하이테크를 결합하는 작업이 피라미드 때부터 이어졌다는 백남준의 말을 떠올리면 그의 작품은 현재에도 통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다"고 평했다.

관객들도 백남준 세계에 기꺼이 빠져들었다. 1963년 처음 선보인 '랜덤 액세스'는 이번 전시에서 카세트 플레이어 헤드를 관객이 직접 조정해 소리를 재현할 수 있는 작품으로 재구현됐다. '3대의 참여 TV'(1969)도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 슬로바키아 출신인 댄(25)은 "그의 철학적 깊이를 헤아리지 못해도 굉장히 인스타 친화적이어서 젊은층이 몰려들 것 같다"고 했다. 릴리 린치(28)는 "요즘 유행하는 밈(meme·모방의 형태로 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것)도 그가 선구자였다는 걸 알게 되니 예술은 인간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장치인 것 같다"고 했다.

하이라이트는 '시스틴 채플(시스티나 성당)'이다. 199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독일관 출품작으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뒤 26년 만에 복원된 대작이다. 이 시대의 미켈란젤로가 된 그는 붓 대신 전자 빛과 각종 소음으로 공간을 채운다. 존 케이지, 데이비드 보위, 재니스 조플린의 영상도 현란하게 펼쳐진다. 첼시 예술대학 박사과정인 맷 위어(30)는 "15년 전 알게 된 백남준이 예술학 과정을 밟는 도화선이 됐다"며 "작품 수백점을 한자리에서 보니 삶에 대한 내 모든 시야가 대폭 확대된 느낌"이라고 했다. 갤러리를 경영하는 힐러리 니들맨(29)은 "이미 그를 알았던 사람도 여기 와서 '와우!' 하고 놀랄 것이고, 몰랐던 사람도 '와우' 하고 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내년 2월9일까지 열린 뒤 네덜란드, 미국, 싱가포르로 순회전을 떠난다.

[런던=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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