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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광화문·신촌에 장갑차 배치…“계엄 문건, 내란음모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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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 2급 비밀로 분류

국회 무력화·언론 통제 방안 구체적으로 적시

광화문과 신촌 등에 장갑차 부대 배치하고

국정원과 경찰, 사법부까지 장악 계획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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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계엄 시행준비 착수일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 이틀 전(D-2)로 구체화한 이른바 ‘기무사 계엄령’ 문건 원본을 군인권센터가 22일 공개하면서 파장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건은 2017년 2월 작성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이라는 제목의 10쪽짜리 군사 2급 비밀문서와 21쪽짜리 ‘참고자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건을 들여다보면, 경악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 속속 등장합니다. 뉴스AS에서 기무사가 이 계엄령 문건을 통해 어떤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는지, 찬찬히 하나씩 살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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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무력화…“반정부 정치활동” 막아야


문건을 보면, 기무사는 국회를 통제해 사실상 ‘무소불위 계엄상태’를 꾀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무사는 국회 통제 방안에 대해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이라는 제목으로 따로 내용을 분류했습니다. 헌법 77조는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기무사가 국회를 통제해 계엄해제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려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12월 말 국회는 여소야대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21석으로 원내 제1당,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99석, 가칭 개혁보수신당 30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만약 계엄령이 선포된다고 해도 범야권의 표결만으로 계엄해제가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문건 역시 당시 국회 상황을 ‘진보성향 의원 160여명, 보수성향 130여명’으로 분석하며 “여소야대 정국으로 의결정족수 충족, 계엄해제 가능”이라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기무사는 ‘반정부 정치활동이나 집회 및 시위에 참여하는 의원을 집중 검거하고 사법 처리하는 등 현행범으로 처리해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한다’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참고자료’에 적어 뒀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체제에 대한 유일한 헌법적 통제 장치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다. 그걸 무력화한다는 것은 무소불위의 계엄 체제를 만들어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기간만큼 계엄을 유지하려 했다는 의미”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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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통제 방안…“보도검열단”으로


기무사가 국회 다음으로 계엄 체제 유지에 걸림돌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누굴까요? 바로 언론입니다. 기무사는 계엄령 문건에 언론매체 및 인터넷 통제 방안’도 따로 마련해뒀습니다. 문건은 우선 기성 언론을 장악하겠다고 적시했습니다. 기무사는 언론을 보수와 중도, 진보로 분류했습니다. <한겨레>는 <경향신문>, <내일신문>, JTBC 등과 함께 진보 언론으로 분류됐습니다. 그러면서 보수 언론을 대상으로 ‘정부 입장을 홍보하고 시위대의 폭력성을 부각’해 보도하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보도매체 통제를 위한 조직을 편성하고 운영하겠다고 밝힙니다. 48명에 이르는 ‘보도검열단’을 꾸리고 ‘보도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또한 ‘계엄에 유해’하거나 ‘공공질서를 위협’하거나 ‘군 사기를 저하’하는 내용은 보도를 금지하고 ‘정부와 군 발표, 시위대 사기 저하 내용’은 확대해 보도하라는 지침도 마련해 놓았습니다. “전국 대학 학생회 사무실을 수색했더니 화염병과 총기 등이 나왔다”는 내용을 꼭 제목으로 뽑으라며 ’보도지침‘을 내린 전두환 정권 시절이 연상되는 대목입니다.

언론 통제만이 아닙니다. 2016년 7월, 터키 군부의 쿠데타 때 계엄군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 접속을 차단한 사례를 참고자료로 들며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와 에스엔에스를 차단하겠다고 명시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대세가 된 유튜브 계정 폐쇄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통신반, 공연반 등을 만들어 전자우편과 유무선 전화, 미술품과 공연대본까지 통제하겠다는 계획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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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광화문에 병력 배치


군을 동원한 물리적 장악 계획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계엄령 문건은 ‘세부 부대 편성’ 계획을 통해 광화문 일대(시청, 서울역 등)와 용산역, 신촌 일대와 대학로 일대, 서울대 일대와 여의도 등에 부대를 투입해 ‘집회·시위 지역’을 ‘점령’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서서울과 서울, 동서울 톨게이트, 성산대교부터 성수대교까지 한강다리 10개 등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로, 북부와 동부간선로 일부 등을 통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무사가 ‘촛불을 든 국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특히 광화문에는 5기갑여단과 26사단, 3공수여단, 용산에는 20사단, 신촌에는 26사단, 서울대에는 30사단 등을 배치한다고 적고 있기도 합니다. 전차가 주가 된 기갑여단을 제외하면 20, 26, 30사단 모두 장갑차를 주로 하는 기계화보병사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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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이 불응시 제재…합수본부로 국정원·경찰도 통제


기무사는 정부와 사법부에 대한 장악 계획도 밝혔습니다. 각군 본부 장교 48명을 소집해 24개 정부 부처별로 2명씩 파견하며 ‘정부부처 지휘 감독 및 업무 협조를 위해 운용’한다고 밝힙니다. 그러나 ‘협조’라는 말은 부적절해 보입니다. 굵은 글씨로 ‘계엄사 통제에 불응할 때는 정부부처와 공무원을 제재한다’고 적시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도 보입니다. 국정원이 “국정원법 규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 지시에 불응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을 통해 지휘 조정토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국정원과 경찰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명시하는 문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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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장악


사법부 장악 계획도 치밀합니다. 1심은 계엄보통군사법원, 2심은 계엄고등군사법원, 3심은 대법원 관할로 한다고 명시해놓았습니다. 언뜻 보면 대법원의 존재로 사법부의 자율성이 인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굵은 글씨로 ‘계엄사령관이 특별히 지시한 사건 또는 계엄 군사법원 관할 사건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일반법원에 위임하지 아니하고 계엄군사법원에서 재판’한다고 강조한 탓입니다. 계엄사령관이 원한다면 기존 사법부를 거치지 않고 군의 입김이 작용하는 군사법원에서 재판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특별히 지시한 사건’의 기준은 문건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한 교수는 “대법원은 법률심이다. 사실관계를 따지지 못한다”며 “1심과 2심 군사법원에서 마음대로 구속해 3심을 못 받게 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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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의 치밀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습니다. 바로 외교를 통한 계엄 인정입니다. “미국의 경우,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 고조 등 긴장 완화를 위해 계엄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 가능”이라며 러시아, 중국, 일본도 계엄 반대 의사를 표출할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에 계엄 선포 전 각국 대사를 국방부 장관 공관으로 초대해 계엄 당위성과 불가피함을 설명하고, 계엄 때는 미국에 계엄 시행을 인정토록 협조토록 하겠다고 설명합니다. 계엄 시행 뒤에는 국내 외국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재산권 및 자유로운 영업활동을 보장한다는 포고문을 발령하겠다고 적어두기도 했습니다. 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공정한’ 보도를 위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습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모든 정권은 대내적 대외적 정통성을 필요로 한다. 대내적 정통성을 얻는 방법은 선거지만, 쿠데타 세력은 이를 거치지 못해 대외적 정통성을 더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계엄이 실행됐어도 미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의 인정도 못 받았을 거예요. 냉전 체제 때는 군사정권이 용인됐지만 지금은 군사정권이 들어올 이유가 없습니다. 문건 작성자들의 낡은 인식이 드러났을 뿐이죠.” 임 교수의 추가 설명입니다.

한상희 교수는 “문건을 보면 명백한 내란음모죄 수준”이라며 철저한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계엄 문건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수사는 미국에 있어 신병 확보가 안 된다는 이유로 ‘기소 중지’된 상태입니다. 국가를 장악하려 했던 이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는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요?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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