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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文, 1분위 소득 늘었다는데···근로소득 15% 줄고 6분기째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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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본 '文 경제인식']

■예산안 시정연설 경제분야 분석

"국가채무비율 낮은 수준"

☞고령화 따른 복지지출 감안 안해

"경제 악화는 대외여건 탓"

☞최저임금 등 親勞정책 영향 커

규제완화·노동개혁은 언급 없어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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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대외 충격의 파도를 막는 ‘방파제’에 빗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을 강조했다. 올해 성장률이 1%대까지 추락할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회복세가 더딘 투자·수출이나 디플레이션 우려를 야기하는 물가 등 악화된 경제지표에 대한 언급 없이 정부 재정으로 착시효과를 보이는 소득·고용지표만 설명한 것은 ‘아전인수’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간투자와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나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은 외면한 채 확장재정을 통한 재정만능주의만 고집하는 데 대해 현장에서는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증가했다고 했지만 이는 근로소득이 15.3% 줄면서 6분기째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를 넘을지조차도 불투명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하는 2.0~2.1%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공식화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현재 갖고 있는 2.2%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41개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0월 기준 1.9%로 떨어졌다.

경기부양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9.3% 늘린 513조5,000억원의 초슈퍼예산으로 편성했다. 2년 연속 9%대의 증가율로 400조원을 돌파한 지 불과 3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 우려에 대해 “정부 예산안대로 해도 내년도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를 넘지 않고 OECD 평균(110%)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낮은 수준이며 재정 건전성 면에서 최상위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의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37.1%에서 오는 2023년 46.4%까지 상승하고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023년 -3.9%로 악화된다.

다만 우리의 경우 고령화에 따라 급격히 늘어나는 복지지출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유럽 등 고령화를 겪은 국가들을 보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국가채무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건강보험이나 연금 등 복지로 인한 의무지출 비율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세수 증가는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이로 인해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은 “한국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사회복지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수입 증가 없이는 10년 후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허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재정 여력이 확보돼 있다는 것은 맞지만 미래에 쓸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며 “기초연금 인상이나 고교 무상교육, 청년임대주택 제공 등은 나중에 긴축하기 어려운 정책들이어서 장기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중 무역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악화함에 따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진단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올해 우리 성장률을 0.4%포인트 하락시켰다는 한은의 분석처럼 대외여건 악화가 일부 작용한 것은 맞지만 국내 정책적 요인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및 주 52시간제 시행 등 현 정부 들어 강화된 친노동정책이 국내 경기를 급속히 얼어붙게 한 주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5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출은 사실상 1년 내내 플러스 전환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17일 경제장관회의를 긴급히 소집해 민간 활력을 강조했으나 경제정책 전환에 대한 의지 표명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이날 시정연설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그나마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건설투자 확대를 언급한 점에서는 성장률 하락에 따른 청와대 내부의 초조함도 감지된다. 비메모리반도체·바이오·미래차 등 3대 신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산업정책은 기업들의 투자에 힘입어 어느 정도 발판을 깔았으나, 임기 반환점을 맞은 가운데 재정 외에는 경제 활력을 위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비롯한 노동개혁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 1년에도 속도가 나지 않으며 지지층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강한 개혁의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규제혁신과 정책의 대전환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수지·대외신용도 같은 안정성 지표는 괜찮을지 몰라도 성장률·투자·수출 등 성장성 지표는 좋지 않다”면서 “재정을 활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동력을 높이는 부문에 써야 수요 확대가 같이 이뤄지고 성장세와 고용이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세종=황정원·백주연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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