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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깎기 달인 정은보 투입···'50억 달러' 방위비 담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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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은보-드하트 만찬, 23~24일 회의

'예산 삭감 달인' 기재부 투입해 깎기 전략

정부 "최종 액수만 공개" 당분간 깜깜이

제11차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을 위한 협상이 미국 하와이에서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개최된다. 정은보 신임 대표가 이끄는 한국 협상팀은 22일 오후 9시쯤 하와이로 출국한다. 이성호 외교부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석대사를 부대표로 국방ㆍ외교부, 기재부, 방사청 등 23명으로 구성됐다.

양측 대표팀은 22일 현지에서 만찬을 갖고 23일 오전 10시(현지시간)쯤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와이는 한국과 19시간 차이가 나는 만큼 한국 시간으로는 24일 오전 5시 전후가 될 예정이다. 첫날 만찬은 한국 측 정은보 11차 SMA 대표와 제임스 드하트 미국 대표가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첫 민간 대표에 500조 정부 예산 다루는 기재부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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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21일 MSCI 정기 지수조정 결과와 관련해 열린 주식시장 동향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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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례없는 ‘50억 달러 청구서’를 내밀면서 이번 협상은 여러가지 면에서 기존 협상과 다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먼저 1991년 시작된 SMA 협상에서 금융 전공의 민간인 대표가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는 국방부나 외교부에서 맡아 왔다. 기재부ㆍ금융위 고위직 출신의 정 대표는 첫 민간인 정부 대표기도 하다. 숫자 전문가를 투입해 미국의 요구치인 약 50억 달러의 상세 명세서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허점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은보 팀’에는 기획재정부 인력도 합류했다. 500조 규모의 정부 예산을 다루고 조정하는 ‘예산 깎기의 달인’들을 투입해 미국의 분담금 요구액도 최대한 깎겠다는 심산이다.



협상은 달러 베이스



SMA는 협정 조문상 주한미군의 주둔 경비를 한국 정부가 얼마 분담할지 정하는 것으로, 분담 액수는 협정문에 원화로 표시된다. 10차 SMA 협정문에는 국문으로 '2019년 우리나라 지원분은 1조 389억원', 영문 '1.0389 trillion Korean Won'으로 적혔다. 그러나 정작 협상은 주로 달러로 논의된다고 한다. 총액 협상 방식에 미국 측 요구와 계산법을 함께 논의하기 때문이다. 큰 덩어리로 합의를 먼저 하고, 막판에 가서 기준환율도 정하게 된다.

한 소식통은 “워낙 거액을 논의하다보니 환율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10억 달러 또는 1조원을 초과하느냐, 마느냐의 디테일 싸움이었던 지난번 협상이 그랬다. 그런데 이번 협상은 총액을 놓고 한·미 간 이견이 워낙 커서 환율 변수는 차후의 문제라는 관측도 있다.



당분간 ‘깜깜이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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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2월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억 달러든 50억 달러든 우리 돈 조 단위를 다투는 협상이지만, 과정은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정부는 지금까지 원칙적으로 “최종 타결 액수만 공개한다”는 입장이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방위비 인상 기조를 청와대 고위급에 전달하고 간 게 석달 전이지만, 한국 정부는 '50억 달러 요구'에 대해 공식적으로 함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들어 간 협상팀은 철통 보안 모드다. 하와이 회의 일정은 나흘 전 임박해서야 공개했고, 회의가 어디서 이뤄지는지도 비밀에 부쳤다. 통상 SMA 회의를 마친 뒤 일괄적으로 진행하는 언론 브리핑도 기자단에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 브리핑)’를 요청하는 등 보안에 신경 쓰는 모양새다.

반면 이번 협상은 미국의 인상폭이 전례 없는 수준인 만큼, 국회 예산 승인과 국민 여론 설득을 위해라도 큰 틀에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여권에서는 미국이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11차 SMA 첫 회의에서 50억 달러 가량을 요구했고 이중 30억 달러는 '준비태세' 등 새로운 항목을 요구해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미8군 사령관은 이와 관련 미국의 소리(VOA)에 “한국이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이 단순히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술로 간주하고 쉽게 비용을 깎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사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시범 케이스



한·미는 지난달 첫 회의에서 “오래 끌고 가지 말자”는데 합의했다. 내년 4월 한국에서 총선거가 있고, 11월에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어 본격적인 정치 시즌으로 접어들면 협상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미국은 한미 SMA를 일본 등 다른 동맹국 SMA에 앞선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면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다르다. 한국은 미국의 페이스에 말릴 수 있는 만큼, 무리해서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신임 대표를 첫 회의 이후에 임명한 것도 일종의 ‘지연 전술’이라는 말이 나왔다. 반면 상반기 '글로벌 리뷰'로 준비를 끝낸 미 국무부는 “이번 협상은 연말까지가 시한”이라는 입장을 중앙일보에 밝혔다. 이론적으로 10차 SMA가 종료되는 3개월 내에 11차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면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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