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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울 칼럼]'악플의 밤' 아닌 '선플의 밤'을 만들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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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JTBC2 '악플의 밤'은 설리의 사망 소식 후 존폐를 고민하다, 결국 폐지키로 결정했다. '악플의 밤'은 방송 전부터 설리를 앞세워 홍보했던 터라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JTBC 측은 "대표 MC의 안타까운 비보를 접한 후 제작 방향에 대한 고민 끝에 고인의 부재 하에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폐지 소식을 알렸다. 댓글에는 '악플의 밤' 프로그램이 다시는 제작되지 않길 바란다는 의견이 많다.

그 중에서 "'악플의 밤'이 아닌 '선플의 밤'을 했더라면"이라는 댓글이 눈에 띈다.

지난 5월 '악플의 밤'은 예능 MC로서 뉴페이스인 설리와 베테랑 MC 신동엽과 김숙을 내세워 스타들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과 직접 대면해보고, 이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밝히는 '신개념 본격 멘탈 강화쇼'라며 소개했다.

당시 제작진은 "스타에게 악플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과 같은 문제"라며 "'악플의 밤'을 통해 스타들은 자신을 따라 다니는 악플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댓글 매너에 대해서도 한 번 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다는 의미에서 기획했다"고 적었다.

제작진이 가진 악플에 대한 철학과 기획 의도가 드러난 말이다. 악플 자체가 잘못됐고, 악플 방지에 방점을 찍는 게 아니라, 악플은 당연하다는 전제 하에 악플에 대응하는 힘을 길러주자니.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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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작진이 게스트들을 다루는 방식을 보면 경악스럽다. 8월 31일 방송에서 성 소수자임을 밝힌 홍석천이 출연했다. 그는 예고 편부터 '악플 기네스'라고 홍보됐다. 방송에서 그는 '악플 셀프 낭송'을 하는 단상에 올라 "이게 저에 대한 악플이군요"라며 불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어 그는 "변태 자식, 그냥 가만히나 있지. 게이가 어디 TV에 나오냐", "홍석천 커밍아웃 1호 연예인 캐릭터로 개념있는 척 밥 맛 떨어진다", "홍석천 자기 유명세 믿고 가게 해서 망했다", "식용유에 버터를 튀긴 듯한 저 말투는 어쩔거야?" , "우리나라 게이의 잘못된 표본인듯" 등 누군지도 출처도 밝히지 않은 악플들을 읽어내려갔다.

그리고는 "저는 변태가 아닙니다. 변태는 뉴스에 나옵니다"라는 당연한 말로 항변했다. 도대체 이 악플 읽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런 인신공격성 발언들은 사석에서 들어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JTBC 방송사의 채널로 여과없이 내보낸다는 게 옳은 일인지.

당일 출연한 함소원에 대한 악플도 마찬가지다. "함소원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지만, 남편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었나", "갱년기 엄마와 아들 보는 느낌"과 같은 비난 일색이다. 거기에 김숙은 MC 자격으로 이들과 관련한 악플 연대기까지 읊는다. 읽는 김숙이나, 듣는 홍석천과 함소원이나 화끈거리긴 마찬가지. 이런 상황이 진행될 동안 MC 설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능 방송인데, 이 상황이 전혀 웃기질 않는다.

다른 회차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오로지 자극적인 콘텐츠로 게스트들의 당황스런 모습을 담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프로그램이 주는 취지와 이를 다루는 방식, 거기에 악플을 견뎌내는 모습을 '쿨하다', '그릇이 크다', '멘탈이 갑'이라고 포장해주는 MC들의 역할까지. 무척이나 아쉽다.

악플에는 해명할 필요가 없다. 악플을 견디라고 강요해서도 안된다. 악플에는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언어 폭력에 대응하는 법적인 절차가 필요할 뿐이다. 어떤 네티즌의 말처럼 우리가 '악플의 밤'이 아닌 '선플의 밤'을 했더라면 어땠을지 궁금하다.

김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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