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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 통화주권 위협”…페이스북, 벌집 제대로 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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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암호화폐 강력 반발 직면

비자·마스터카드 등 창립회원 발빼

“100개 회원사와 함께 내년 출시” 공언

정부 통화주권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

G7 태스크포스 “세계 금융안정성 위협”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오명도 발목


화폐 발행은 무리한 도전이었을까. ‘세계 통화’를 꿈꾸는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가 각국 정부와 의회의 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사업 계획이 담긴 백서를 공개하면서, 2020년 상반기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리브라를 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애초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컨소시엄인 리브라연합에는 28개 기업이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법인 설립지인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출범 총회에는 21개 기업·기관만이 함께했다. 백서 공개 뒤 4개월 만에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스트라이프, 이베이, 부킹홀딩스(부킹닷컴), 메르카도파고 등 세계적 기업 7곳이 탈퇴한 것이다. 아직 우버, 보다폰, 스포티파이, 유니언스퀘어벤처스 등이 남았지만 대형 금융회사들이 빠지면서 타격은 상당하다. 그러나 리브라연합은 애초 구상대로 내년까지 회원사를 100곳으로 늘리고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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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브라의 꿈

리브라의 목표는 디지털 세계 통화다. 가장 주목하는 건 국제 송금 시장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스마트폰에서) 사진을 전송하는 것처럼 송금도 쉬워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느 나라의 누구나 저렴하게 돈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핵심은 은행 계좌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세계은행 2017년 통계를 보면 전세계 성인의 31%인 약 17억명은 은행 계좌가 없다. 리브라연합은 이런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디지털 화폐 리브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이 리브라를 위해 설립한 자회사 칼리브라는 “세계 많은 사람은 여전히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그 비율이 더 높고 여성에게서는 더 높다”고 지적했다.

리브라가 그다음으로 노리는 건 국제 지급결제 시장이다. 리브라연합 회원사인 우버(차량공유), 스포티파이(음악) 등에서 향후 리브라로 결제하는 건 자연스러운 그림이다. 이렇게 사용처가 늘다 보면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현금과 신용카드 대신 리브라로 결제할 수 있을 것이다.

송금, 결제를 잇는 리브라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금융이라는 시각도 있다.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 24억명이 실생활에서 리브라를 사용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대출, 보험, 투자 등 금융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리브라 백서에는 ‘수십억명의 사람을 위한 글로벌 화폐와 금융 인프라 구축’이 미션이라고 쓰여 있다. 물론 이런 구상은 리브라가 각국의 규제를 뚫고 시장에 안착했을 때의 이야기다.

■ 쏟아지는 반대

각국 정부, 의회, 금융기구는 리브라연합이 백서를 발표하자 즉각 우려를 쏟아냈다. 미국 내 압박이 가장 거셌다. 페이스북 이용자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2016년 미국 대선에 활용됐다는 의심을 받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때문에 더 큰 반감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의 브라이언 샤츠,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비자, 마스터카드, 스트라이프 시이오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리브라연합에서 발을 빼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세 기업은 출범 며칠 전 리브라연합에서 탈퇴했다. 이후 브라운 의원은 “페이스북은 너무나 커졌고, 시장에서 이미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금융기업들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공고히 하려는 페이스북의 시도에 힘을 실어주는 일은 도덕적으로도 비난받을 만한 일”이라며 탈퇴를 환영했다.

칼리브라 대표인 데이비드 마커스는 지난 7월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두번이나 불려 나갔다. 많은 의원은 페이스북의 고객 데이터 관리와 독과점 문제를 강하게 질타하며 리브라 사업에 우려를 표했다. 오는 23일엔 저커버그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페이스북이 금융·주택 시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청문회’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리브라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맥신 워터스 의원은 규제 당국이 리브라를 정확히 이해할 때까지 리브라 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으며, ‘대형 테크기업의 금융산업 진출 금지 법안’의 초안을 쓰기도 했다. 법안은 페이스북과 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이 미국의 금융기관으로 등록, 인가, 허가받는 것을 금지한다. 여기에는 암호화폐 관련 사업도 포함한다.

■ 정부의 우려

많은 정부는 리브라가 세계 통화 질서를 해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세계 주요 7개국(G7)의 리브라 태스크포스는 최근 G20 재무장관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리브라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세계 금융 안정성에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고 했다. G7이 지적한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 자금세탁 방지 및 테러자금 조달 방지(AML/CFT), 고객신원 확인(KYC), 탈세와 공정경쟁, 시장통합 등이다. 국제 금융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 국제통화기금(IMF),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모두 스테이블코인을 연구 중이며 규제를 예고했다.

논란의 핵심은 통화 주권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에서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일은 주권국가의 핵심 권한이다. 이것을 민간 기업에 맡긴다는 데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각국 통화는 국민이 선출한 권력이 통제하지만, 리브라는 정부, 의회, 중앙은행이 아닌 민간 기업의 통제하에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재무장관도 같은 이유로 유럽에서 리브라 출시를 반대했고, 인도 정부도 백서가 나오자마자 리브라는 인도에서 현행법 위반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런 우려에는 리브라가 성공하면 정부와 은행의 역할을 대체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미국 주요 은행 경영진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일반 소비자들이 리브라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상당수 예금은 페이스북으로 이동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현금 유동성은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사용자 이탈은 예금에서 대출, 투자 서비스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하원 리브라 청문회에서 “당국의 우려가 해소되기 전까지 출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도 리브라가 법정화폐를 대체·병행하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페이스북 이용자 24억여명이 은행 예금의 10분의 1을 리브라로 이전할 경우 리브라 적립금이 2조달러를 초과한다”면서 은행 예금, 대출금 감소 등을 우려했다. 리브라가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수록 정부와 은행의 영역을 빼앗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 소외 계층을 위한 리브라는 오히려 일부 개발도상국의 불안정한 법정통화를 대체해버릴 수도 있다.

금융위기, 외환위기 때 법정화폐에서 리브라로 대거 자금이 쏠릴 수도 있다. 예컨대 아르헨티나에서 페소화 절하가 예상되는 경우, 사람들은 리브라를 통해 페소화를 주요국 법정화폐로 전환할 것이다. 이로 인해 페소화 가치는 더 빨리 떨어지고, 결국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를 유도해 국가 단위의 은행 파산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정부가 더이상 국경 밖으로 나가는 자금 유출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김병철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jua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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