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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런치리포트]文, '못다이룬 꿈' 공수처 설치 선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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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최경민 ,원준식 인턴 기자] [the300](종합)'개혁필요-국민지지' 강조..17대 총선 한나라당도 "공수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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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① 공수처 대표주자' 文대통령 소신 그대로? 이유는

"국회는 공수처법과 수사권 조정 법안 등 검찰 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 10월7일)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칼을 빼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검찰개혁방안 중 콕 집어 공수처 설치법을 제기한지 꼭 2주만이다. 국회는 '조국 공방'을 뒤로하고 '공수처 전쟁' 국면에 접어든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 가장 대표적인 공수처 도입론자다. 공수처의 필요성을 논리적, 정치적으로 모두 제시해 왔다. 논리적으로는 첫째 검찰에 과도한 권력이 쏠려있어 견제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검찰이 과도한 권한을 갖고 통제도 받지 않는다면, 검찰의 '선의'를 요구할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견제장치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고위직 반부패 예방과 그 수사를 위한 기구 필요성이다.

문 대통령은 2월15일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입법을 통해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항구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12일 국무회의에선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 개선에 대해 “반부패정책협의회 기능 강화는 물론 공수처 설치 등 법·제도적 노력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지난 3월 수보회의에선 "최근 특권층의 불법적 행위와 외압에 의한 부실 수사, 권력의 비호, 은폐 의혹 사건들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매우 높다"며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의 시급성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론 국민이 원한다는 점을 내세운다. 문 대통령은 21일 종교지도자 초청 오찬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해 "개혁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로 국민들의 공감을 모으고 있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엔 "검찰의 잘못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며 "그 방안으로 국민들께서 가장 공감하고 있는 것이 공수처 설치"라고 밝혔다.

상황에 따라 검찰의 관행 개혁 등 비제도적인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전인 지난달 27일, 검찰 수사 관련 "검찰 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공수처 설치 소신은 변함없다. 참여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거치며 직접 다뤘던 일이 검찰개혁이다. 문 대통령이 후임 법무장관 인선에 시간이 걸릴 거라 말한 걸 두고 이 점을 떠올리는 해석도 나왔다. 어차피 문 대통령이 누구보다 공수처 입법안을 잘 알고 있으므로 장관 임명이 급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입법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지 목소리를 높이는 걸로 그쳐선 안 된다고 본다. 현실은 간단치 않다. 자칫 참여정부 4대 개혁입법처럼 격렬한 논쟁만 촉발하고 성과를 못 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아이디어가 십수년 전의 것이고, 따라서 검찰개혁에도 '다른 칼'을 써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종교지도자 오찬에서 공수처에 대해 "정치적 공박이 이뤄지며 국민들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법의 동력 상실을 우려한 걸로 풀이된다. 더이상 갈등이 심해지기 전에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실사구시적인 고민의 흔적도 있다.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2011)의 '공수처와 국가보안법' 부분에서 참여정부의 공수처 도입 실패에 대해 "(국회의원이) 선출직인만큼 다른 취급을 하지 못할 바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 통과를 목표로 했다면 국회의원을 수사대상에서 빼는 것을 고려했어야 했다"며 "국회도 문제였지만 우리쪽도 유연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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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19.10.21.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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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檢 개혁' 뜰때마다 나온다…공수처법 진화의 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라왔다.

본격적으로 공수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후다. DJ는 정치성이 강한 검찰을 "암적 존재"로 간주했고,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일갈했다. 방대한 검찰조직을 견제하기 위한 공수처를 내세운 이유다.

2002년 10월 당시 새천년민주당의 신기남 의원이 발의를 하며 공수처법이 첫 선을 보였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신기남안'의 경우 공수처가 대통령 소속에 위치해 있고, 공수처장(임기 5년)은 대법원장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직무 대상은 국무총리 이하 고위 관료, 국회의원, 법관 및 검사, 군장성, 지자체장 등이었다.

공수처 신설은 노무현 정부의 과제가 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아예 '공직부패수사처' 정부안을 만들어 공수처를 관철시키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사대상에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 등 가족을 포함시킨 게 특징이다.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국가청렴위원회 소속이었고, 공수처장은 15년 이상 반부패수사에 종사한 이가 맡게 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 이후 당분간 뜸했었던 공수처 설치 논의가 다시 시작된 계기는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이다.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당시 민주당의 양승조·김동철 의원, 민주노동당의 이정희 의원이 공수처 설치법을 발의했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강조한 게 당시 법안의 특징이다. 김동철안의 경우 공수처장 등이 퇴직 후 2년 이내에 고위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도록 했다.

대선을 앞둔 2012년 민간인 불법 사찰 재수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사건 수사 등이 논란이 되자 공수처의 필요성이 또 대두됐다. 역시 양승조·김동철 의원이 나서서 다시 대표발의를 했고, 통합진보당의 이상규 의원도 발의자로 나섰다.

2016년에는 현직 검사장의 뇌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이 불거졌고, 자연스럽게 공수처 신설이 화두로 떠올랐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대통령을 포함해 퇴임 3년 이내의 전직 고위 공직자 및 친족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안을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박범계·양승조 의원 역시 그동안 민주당이 발표해온 안을 망라하는 법을 내세웠다.

검찰개혁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정부여당 차원에서 힘있게 공수처 설치가 추진되기 시작했다.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서도 지난 4월에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2017년 이후 송기헌·백혜련 민주당 의원 뿐만 아니라 오신환·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도 대표발의를 하며 논의가 진행돼 왔다.

현재 공수처 논의는 백혜련안과 권은희안으로 좁혀진 상태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두 안에서 접점을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두 안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발의돼 온 법안의 전통을 따라 △검찰의 권력을 분산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으며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대상으로 삼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공수처장은 15년 이상 경력의 판사·검사·변호사로, 국회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뽑기로 했다.

차이도 분명하다. 백혜련안의 경우 명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다. 형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를 포괄한다. 공수처

장 임기는 3년이다. 추천위원이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는 방식이다. 반면 권은희안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다. 뇌물 등 부패범죄에만 한정한다. 공수처장은 2년 중임제다.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는 구조다.

③ [팩트체크] 공수처 설치,이회창·정몽준도 찬성?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독립된 수사기관, 이재오 전 의원의 별도의 사정 기관, 정몽준 전 의원의 공수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공수처 등을 한국당 주요 인사들이 20년 넘게 주장해왔다”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1998년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도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핵심 분야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2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과거 자유한국당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찬성한 사실이 있다며 공수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회창 전 대표 등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과 2004년 한나라당 총선 공약집이 공수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이인영,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사실일까?

[검증대상]

1.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이재오, 정몽준, 김문수 전 의원이 공수처에 찬성한 적 있는지 여부.

2.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는지 여부.

[검증 내용





◇ 1998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 참여연대 면담서 공수처 설치 주장... 이후 정몽준 전 의원, 김문수 전 지사 등도 언급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98년 9월 23일 참여연대와 면담서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2004년 참여정부가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법률안(정부안)’을 발의하기 전의 일이다.

이회창 전 대표는 해당 면담에서 “정치적 사건이나 고위공직자비리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된 수사기관의 설치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부패방지법 등에 대한 한나라당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이 면담에서 이회창 전 대표는 “부패방지법 제정은 한나라당의 당론”이라고도 했다.

2010년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공수처 설립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수처의 필요성을 제기한했다. 정 전 대표는 일명 ‘스폰서 검사’ 등의 사건을 계기로 별도의 사정기관 필요성이 제기되자 당 최고위원회의(2010년 5월 10일)에서 이같이 말했다. 당시 정 전 대표는 "새로운 조직이나 기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고위공직자가 국민의 공복임을 잊지 말고 스스로 엄격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2016년 9월, 김문수 전 지사도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다. 김 전 지사는 인터뷰에서 "(검찰이) 자기들의 독점적인 수사권과 또 기소권을 가지기 위해서 그런 건데 이게 이제는 좀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를 견제하는 특별한 수사권과 공소권 가진 데가 나와야 됩니다"라며 공수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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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대 총선(2004년) 한나라당 공약집,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 설치" 주장

2004년 한나라당은 17대 총선 공약집을 통해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의 설치를 주장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공약집의 ‘바로서는 검찰 중립화 방안’ 페이지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 설치 ▲특검 상설기구화의 2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공약집에서 한나라당은 “특별검사가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독립적 사정기관인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치하겠습니다.”라며 공수처 설치를 약속하고 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살아있는 권력의 성공한 비리’는 손도 못 대면서 야당만 때려잡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정치검찰과 그것을 고무 조장하는 부도덕한 대통령의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요체“라며 공수처 설치의 이유를 제시했다.

특검 상설기구화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경우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이 믿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검을 상설기구화 하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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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 공수처 법안 발의하기도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12월 3일자로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심재철, 김성태(전 원내대표) 의원 등 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포함해 총 13명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과 핵심을 공유하고 있다. 심재철 의원의 법안은 공수처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며 처장과 차장 각 1인을 추천위원회의 제청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안 원문에 따르면, 해당 법안의 제안 이유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범죄행위 등에 관한 수사를 관장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함으로써 고위공직자의 비리행위를 근절하고 나아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법안은 2013년 4월 국회 법사위에 상정됐지만 “신중한 검토와 사회 합의를 거쳐 입법 정책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는 당시 수석전문위원의 설명과 함께 법안심사 1소위원회로 회부됐다. 이후 법안은 19대 국회의 임기종료와 함께 ‘임기만료폐기’되었다.

[검증 결과]





사실





1998년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수처 설치를 주장한 이후 다수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수처의 필요성을 제기한 사실이 있다. 또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의 공약집에도 공수처 설치를 약속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후 당론의 변화와 의원들의 의사 변경이 있었지만, 과거 한나라당 인사들이 공수처 법안에 찬성했던 것은 사실이다.

김성휘 ,최경민 ,원준식 인턴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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