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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삼성, 말 세마리 행방 밝혀라”는 최순실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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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 앞두고 사실조회신청

받은 뇌물 ‘사실상 돌려줬다’ 강조

재판 과정 양형·몰수 대상 변경 노린 듯

법조계 ‘최씨 전략 영향 못 미쳐’ 관측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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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에 관여한 최순실(본명 최서원)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로 건넸다는 말 세 마리의 행방을 밝히라고 삼성 쪽에 요청했다. 뇌물로 받은 말 세 마리를 사실상 돌려줬다는 취지로, 향후 재판에서 본인의 양형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최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지원은 ‘살시도, 비타나 브이(V), 라우싱1233 등 말 세 마리의 행방을 밝혀달라’고 삼성전자 승마단 쪽에 요청하는 사실조회신청서를 지난 1일 재판부에 냈다. 재판부는 이를 채택해, 지난 7일 삼성전자 승마단에 사실조회 신청서를 전달했다. 삼성전자 승마단은 아직 답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최씨 쪽은 사실조회신청서에 말 살시도의 처분 경위와 비타나 브이, 라우싱1233의 소재지와 관리 상태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이렇게 사실조회 신청을 한 것은 곧 열릴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형을 낮춰달라’고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뇌물을 수수한 사람이 뇌물공여자에게 이를 반환했다면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될 수 있다는 취지다. 최씨 쪽 변호인인 최광휴 변호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피고인으로서는 말 세 마리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다. 피고인도, 재판부도 말의 행방을 확인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사실조회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최씨가 말 세 마리의 귀속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점을 강조해 추징이나 몰수의 대상을 삼성 쪽으로 돌리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씨는 2심 재판에서 징역 20년 및 벌금 200억에 더해 말 세 마리 구입비(34억1797만원)를 포함한 추징금(70억5281만원)을 선고받았다. 최씨가 말 소재지를 근거로 ‘본인에게 말 구입대금을 추징하지 말고, 삼성 쪽에서 말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말 자체가 뇌물이고 삼성이 형식상 그 말을 소유·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삼성으로부터 말을 몰수하라고 주장할 수는 있다. 몰수는 뇌물 자체를 빼앗는 것이고, 추징은 뇌물을 몰수할 수 없을 때 그에 상당한 금원을 빼앗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까지 나온 상황에서 최씨 쪽 전략이 재판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판사는 “대법원은 이미 말 자체가 뇌물이라고 봤다. 말 자체가 뇌물이든, 구입비가 뇌물이든 상관없이 최씨는 말 세 마리로 이득을 본 건 확실하다. 2심 재판부는 말 소재지, 노후 상태 등을 종합했을 때 가장 적절한 방식의 형벌은 말 대금 상당을 최씨한테서 추징하는 것이라 봤다. 대법원도 이를 사실상 수긍하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살시도 등 말 세 마리는 현재 삼성 쪽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 쪽은 1심 재판 과정에서 “살시도는 계약 해지 전에 팔려서 동일한 가치의 다른 말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비타나 브이는 검역 문제로 유럽에 있고, 라우싱은 국내로 들여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삼성 쪽 관계자는 “당시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씨와 이 부회장 쪽은 2015~2016년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명목으로 살시도, 비타나 브이, 라우싱1233 등 말 세 마리 사용 권한을 무상으로 주고받았다가,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말 소유권 문제를 황급히 정리하려 했다. 재판 과정에서 최씨는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 사이 용역 계약에 따라 삼성전자 소유의 말 3마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받은 것일 뿐, 삼성이 실질적으로 말을 소유·관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쪽도 “최씨가 말 소유권을 가졌다면 삼성이 말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지만, 지난 8월 대법원은 ‘양측에 말을 반환할 필요가 없고 실질적으로 사용·처분 권한을 (최씨에) 이전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봐 말 세 마리가 뇌물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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