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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TV “넷플릭스, 아군인가 적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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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과 경쟁의 미묘한 동거 속 국내 드라마 시장 변화 가속

동아일보

드라마 ‘배가본드’는 SBS에서 방영 후 한 시간 뒤에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해외시장 독점 배급 권리를 갖는 넷플릭스는 국내 종영일인 11월 10일 일본에서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서비스한다. 제작을 맡은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SBS와 넷플릭스에 국내외 방영권을 판매해 250억 원가량의 제작비를 충당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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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르겠어요.”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에 대한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의 말이다. 2016년 넷플릭스가 국내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방송계에선 “미드(미국드라마) 말곤 볼 게 없다”는 평가가 주류였다고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특히 올해부턴 지상파 방송사들이 드라마 해외 유통의 전권을 넷플릭스에 맡기면서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190여 개국, 1억5100만 가구가 구독하는 글로벌 OTT의 영향력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 방송사-넷플릭스 ‘기묘한 동거’

2016년 1개에 불과했던, 넷플릭스에 방영된 국내 드라마는 2017년과 지난해 7개, 올해 11개로 늘었다. 처음엔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으로 좁아진 국내 방송사들의 해외 유통망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종영 후 넷플릭스에 판매된 20부작 드라마 MBC ‘불야성’(2016년)처럼, 특정 국가의 개별 채널들과 판권 계약을 하면서도 비독점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넷플릭스도 아시아 시장 진출에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한류 드라마가 필요했기에 서로 ‘윈윈’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해외 유통의 전권을 맡는 ‘독점 계약’이 늘면서 국내 제작사와 방송사들은 글로벌 OTT의 자금력으로 제작비를 충당했다.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기존 유통망의 판권 수익을 상회하는 비용이었다. tvN ‘비밀의 숲’(2017년)은 320만 달러(약 37억7200만 원), 제작비 430억 원이 투입된 tvN ‘미스터션샤인’(2018년)은 280억 원을 넷플릭스에서 투자받았다. 올해 SBS ‘배가본드’도 250억 원의 절반가량을, MBC ‘신입사관 구해령’은 130억 원 전액을 넷플릭스 투자금으로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넷플릭스는 ‘킹덤’ ‘좋아하면 울리는’ 등 한류 스타를 내세운 자체 제작 드라마의 비중을 높여갔다. 방송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여러 해외 유통망 중에서도 가장 좋은 옵션이다”라고 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의 엄격한 유통 정책이 방송사 제작, 홍보 일정과 충돌하는 경우다. 넷플릭스와 JS픽쳐스가 독점 계약한 ‘봄밤’의 국내 유통을 MBC가 맡으면서 방영 전 홈페이지에 본편의 일부 영상을 업로드하지 못해 홍보에 차질이 빚어졌다. MBC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예고편에도 온라인을 통한 해외 노출에 엄격했다”고 했다. 지난해 초 방영된 tvN ‘화유기’는 넷플릭스와의 방영일 계약 조건을 맞추다 미완성된 컴퓨터그래픽(CG)을 노출하는 방송사고를 냈다.

드라마에 중간에 들어가는 ‘프리미엄 광고(PCM)’가 늘면서 광고 없는 넷플릭스로 시청자들이 이탈하는 현상도 방송사에는 부담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 관계자는 “방송사 대신 넷플릭스 드라마로 인식될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려와 맞물려 방송사들은 새 유통창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상파 3사는 글로벌 OTT를 지향하는 ‘웨이브(WAVVE)’를 지난달 출범시켰고, CJ ENM도 내년 초 유사한 OTT를 운영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향후 등장할 거대 기업의 OTT도 “넷플릭스에 의존할 수 없는 또 다른 변수”가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의 협업은) 해외시장에서 한국 드라마의 인지도나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체 OTT가 성장하면 이 공생관계는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만년 ‘을’ 제작사는 환영

넷플릭스와 모호한 관계로 고심 중인 방송사들과 다르게, 국내 제작사들은 글로벌 OTT가 “드라마 제작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넷플릭스는 제작사들이 방송사보다 선호하는 1순위 기업이 됐다. 시청률 10%를 넘는 드라마가 줄면서, 더 이상 ‘지상파 특수’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제작사들이 반기는 이유다.

특히 판권 수익의 일부를 넘겨주고 방송사들에 해외 유통을 맡기는 대신, 직접 OTT와 제작사가 협업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작 자율성도 높아졌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국가적 차원에서 콘텐츠에 대한 권리가 해외로 이전되는 문제가 있지만, 국내에선 힘의 균형이 맞춰지고 있다. 지상파와의 협상에서 항상 불리했던 영세 제작사들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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