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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안 재표결 시도도 무산...英존슨 또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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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21일 런던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버커우 의장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날 재추진한 브렉시트 합의안 재표결은 실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런던=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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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 재표결을 추진했으나, 끝내 하원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19일 37년 만에 문을 연 ‘토요일 하원’에서 범야권의 공세에 밀리면서 브렉시트안 투표를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이날 다시 하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하원의장의 거부로 재차 굴욕을 맛보게 됐다.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지난 토요일(19일)과 상황이 달라진 게 없다”면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새로운 ‘승인투표’(meaningful vote) 진행을 막았다. 앞서 영국 언론들은 버커우 의장이 동일 회기에 동일 안건을 표결하는 것은 ‘의회법 위반’이라며 표결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된 것이다.

이로서 오는 10월 31일까지 어떻게든 EU를 떠나려던 존슨 총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 17일 EU와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을 확정한 존슨 총리는 이를 19일 하원 표결에 부치려고 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합의안 표결을 보류한다는 ‘레트윈 수정안’이 하원에 먼저 제출되면서 그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16표 차이로 통과된 ‘레트윈 수정안’은 ‘노 딜’(합의 없는) 브렉시트 발생을 막기 위한 보험 성격의 법안이다.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가결되더라도 이행법률 제정 등 후속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이 과정에서 합의안을 지지했던 일부 의원들이 마음을 바꿔 이행법률에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으니 후속 절차를 미리 끝내놓으라는 취지인 것이다.

19일 레트윈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결국 존슨 총리의 표결도 무산됐다. 게다가 존슨 총리는 지난달 제정된 EU 탈퇴법(벤 법)에 따라 EU 측에 브렉시트를 3개월 연기해달라는 편지도 억지로 보내야 했다. 하루 만에 두 번 연속으로 굴욕을 경험한 것이다. 편지를 보내면서도 존슨 총리는 EU 지도자들에게 “그 편지는 의회의 편지지, 내 편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정안에 발목이 잡힌 존슨 총리는 21일 승인(찬반)투표를 통해 의회의 의사를 확인한 뒤, 이튿날인 22일 이행법률 투표를 거쳐 추후에 다시 합의안 승인 표결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새로 마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도 자체 분석을 통해 21일 표결이 성사될 경우 찬성 320표, 반대 315표로 과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존슨 정부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버커우 의장의 표결 거부로 투표 전체가 아예 무산되면서, 이날 승인 투표로 브렉시트 절차에 박차를 가하려던 존슨 총리의 꿈은 또 한 번 꺾이게 됐다. FT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받은 EU 측은 현재 관련 논의에 들어갔으나, 결정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둘러싼 영국 정치권의 상황이 좀 더 분명해진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EU는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 비준에 실패하면 내년 2월까지 이행을 미루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합의안 비준 상황에 따라 11월~1월 중 브렉시트 시한을 정하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회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해야만 해당 합의안을 비준할 예정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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