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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中이어 러시아서도 `유전자편집 아기`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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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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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유전적 청각 장애를 가진 부부 5쌍이 배아(수정란) 유전자 교정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자 교정을 통해 태어날 아기의 청각 장애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를 교정해 정상적인 청각을 가진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이 같은 유전자 편집 아이가 탄생하면 이를 둘러싼 전 세계적인 윤리 논란이 또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 생물학자 허젠쿠이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 가능성을 차단한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등에 따르면 최근 데니스 레브리코프 러시아 피로고프국립연구의대 교수는 유전자 'GJB2' 돌연변이로 청력을 잃은 부부 5쌍에게 수정란 유전자 교정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레브리코프 교수는 DNA에서 원하는 유전자만 잘라낼 수 있는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수정란 DNA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GJB2 유전자를 교정해 부부의 청각 장애가 자녀에게 대물림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난임 시술에 널리 활용되는 체외 수정법을 이용해 시험관에서 부모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뒤 GJB2만 선택적으로 잘라내도록 만든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면 수정란의 DNA에서 해당 돌연변이 유전자를 바로잡을 수 있다. 이처럼 유전자가 교정된 수정란을 모체 자궁에 착상시켜 탄생한 아기는 청각 장애 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레브리코프 교수는 설명한다. 앞서 레브리코프 교수는 동물 실험을 통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GJB2 유전자를 교정해 유전적인 청각 장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편집 아기 시술에 앞서 레브리코프 교수는 현재 피로고프국립연구의대 윤리위원회 승인을 거쳐 성인 여성 난자에서 GJB2 유전자를 잘라내는 실험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이번에 승인된 연구계획서에서는 유전자가 교정된 난자를 여성 자궁에 착상하는 것은 포함돼 있지 않다. 레브리코프 교수는 "교정된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켜 아기를 탄생시키는 일은 반드시 러시아 보건부 승인 절차를 거쳐 진행할 것"이라며 "러시아 당국 승인 없이 유전자 교정 수정란 착상을 강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보건당국은 이달 초 입장문을 내고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인간 배아에 적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해당 기술 적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미래 세대에 유전될 수 있는 난자와 정자, 배아의 지놈(유전체) 편집은 금지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은 인간 유전자 편집에 대한 국제 권고안이 마련되기 전까지 유전자 편집 아기 실험을 금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자교정연구단장은 "지난해 중국에서 어떠한 규제 절차도 없이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한 뒤 국제 권고안 마련에 속도가 붙었다"며 "국제 권고안이 나온 뒤에도 각국에서 제도화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수정 후 14일 이내인 연구 목적 인간 배아 유전자 교정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배아 연구는 난임 시술 후 남은 배아(잔여 배아)에 한해 난임 치료법·피임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근이영양증 외 대통령령으로 정한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 등에만 허용된다. 유전자 교정 연구를 하려면 배아의 유전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어야 가능한데, 난임 시술 후 남은 불특정 다수의 잔여 배아에는 이런 정보가 없다. 만약 유전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배아의 DNA를 해독하면 배아가 손상되기 때문에 이 역시 불가능하다.

유전자 편집 아기를 둘러싼 생명윤리 논란은 지난해 11월 허젠쿠이가 DNA에서 에이즈를 일으키는 유전자 'CCR5'를 제거한 인간 배아를 실제 여성 자궁에 착상시켜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키면서 불거졌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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