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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촉발 천퉁자…홍콩과 대만의 정치적 제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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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홍콩 감옥에서 풀려나는 천퉁자

“대만에 가서 자수하겠다” 의사 밝혀

대만 당국은 “받지 않겠다”는 입장

홍콩 혼란 부추기려 한다는 비난 나와

홍콩 시위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 천퉁자(陳同佳)가 홍콩과 대만 사이에 끼어 자칫 정치적 제물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오는 23일 출소하는 천을 홍콩은 대만에 보내려, 대만은 홍콩에 두며 수사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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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람 홍콩특구 행정장관은 19일 홍콩 시위를 촉발한 살인 용의자 천퉁자가 대만으로 가서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뜻을 밝힌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환구망 캡처, 홍콩 성도일보]


천은 지난해 2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여자친구 판샤오잉(潘曉潁)과 대만 여행을 갔다가 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판이 전 남자친구의 아기를 가졌다는 걸 듣고 격분한 결과였다. 천은 이후 홍콩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혔으나 살인죄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홍콩이 역외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만은 범죄인 인도를 요구했고 홍콩 정부는 이를 계기로 범죄인 인도가 가능하도록 송환법 체결을 추진했다. 문제는 여기에 중국도 포함된 것이다.

중국으로 송환될 걸 우려한 홍콩인이 6월부터 대대적인 반(反)송환법 시위를 시작했고 이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홍콩 당국은 천을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절도와 돈세탁방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오는 23일은 18개월의 형이 만기가 되는 시점이다. 천은 석방되면 대만에 가서 벌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런 의사를 담은 서한을 캐리 람홍콩특구 행정장관에게 보냈고 캐리 람은 19일 이 편지를 받고선 “마음이 놓인다”는 말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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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퉁자는 지난해 2월 여자친구가 전 남자친구의 아기를 가졌다는 말을 듣고 격분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환구망 캡처, 홍콩 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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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를 촉발한 장본인이 대만으로 갈 경우 홍콩 사태가 안정될 것을 기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홍콩 경찰은 천의 뜻을 지난 18일 대만 당국에 알렸으나 대만의 대륙위원회로부터 뜻밖의 답을 받았다.

대만은 과거 두 차례나 천의 송환을 요구했는데 이번엔 천의 입국을 불허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대만은 천의 인도는 홍콩과 대만 간 사법협력이란 공식 절차를 이뤄져야 하며 홍콩은 살인 사건과 관련한 모든 관련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천과 함께 대만으로 오려는 홍콩 성공회 비서장 관하오밍(管浩鳴)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관하오밍이 중국 정치협상회의 위원인 신분인 점도 작용했다. 관은 현재 천을 설득해 대만에 가서 자수하도록 권유한 인사로 알려지고 있다.

홍콩 정부는 홍콩에서 처벌할 수 없는 천퉁자를 대만으로 보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했다는 말을 듣고 또 홍콩 시위의 근원을 없앰으로써 홍콩의 안정을 되찾으려는 목적이다.

반면 대만은 홍콩과의 사법협력을 주장해 홍콩-대만 간의 협력을 공식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고 계산한다. 대만은 특히 홍콩 정부가 천을 계속 홍콩에 둔 채 살인 혐의를 조사해야 하며 이 경운 대만은 관련 모든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홍콩이 송환법을 만들지 않고도 범죄 용의자를 처벌하는 경우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대만 당국의 진짜 의도가 천을 계속 홍콩에 둬 홍콩 시위에 대한 동력을 계속 이어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홍콩 사태를 중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대만이 천퉁자 인도 문제를 미국을 도와주는 카드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법학 전공의 마잉지우(馬英九) 전 대만총통도 20일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대만 정부를 비난했다.

“천퉁자의 살인 관련 모두 증거를 대만 경찰이 장악하고 있는데 무슨 홍콩에 관련 자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느냐”며 “살인 용의자가 자수하러 오겠다는 것을 막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정의의 잣대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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