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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WTO 개도국 지위' 곧 포기 결정…"농업 보조금 등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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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중 대외경제장관회의 열어 최종 결정
"지위 포기해도 실질적 혜택은 당분간 유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내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선언이 이르면 이번 주 중 이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달 25일로 예정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개도국 지위 포기를 공식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미국의 통상 압박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결과다.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더라도 당분간 관련 혜택을 유지 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됐다. 다만, 이번 결정이 농업 부문의 보조금 삭감 등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농민단체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1일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기로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재부 실무진은 관련 계획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고,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 총회 참석 차 미국에 출장을 간 홍남기 부총리가 복귀하는 대로 보고 후 관련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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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앞 도로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들이 '농민 결의대회'를 열고 트럭에 쌀을 싣고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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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계획대로라면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문제가 공식 결정된다. 홍 부총리도 지난 18일(현지시간) IMF 출장 중 기자들과 만나 "WTO 개도국 지위에 대한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는 단계이며, 조만간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종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행 WTO협정은 각국이 개도국임을 선언하고 관세, 수입 쿼터, 보조금 등에서 선진국과 다른 우대조항을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에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정부의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은 쌀 직불금 등 농업 보조금과 쌀 등 농산물 수입 규제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추진하는 주된 배경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비교적 발전한 국가'가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고 90일 시한 내 WTO가 진전된 안을 내놓지 못하면 해당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제시한 ‘비교적 발전한 국가’는 ▲현재 OECD 회원국이거나 또는 OECD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 국가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고소득(high income) 국가로 분류한 국가 ▲세계상품무역(수출과 수입)에서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이다. 한국은 이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무역대표부(USTR) 등에 한국 등이 WTO에서 개도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들 국가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할 경우 미국과의 교역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브라질, 대만,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개도국 지위를 잇달아 내놓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90일 이내’라고 못박은 결정 시한은 10월 23일까지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20일 홍남기 부총리 주재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지위 유지 여부를 국익관점에서 논의하겠다"면서 공식 논의 개시를 알렸다. 정부가 공식 논의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WTO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기로 사실상 결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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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논의 개시 한 달 만에 개도국 지위를 포기를 결정하게 된 것은 대미(對美) 관계와 관련한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시작된 데다, 미국의 무역확장법에 따른 자동차 수입 제한 및 관세 부과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다. 미국은 자동차 수입 제한 등을 다음달 13일까지 결정할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다른 현안에서 우호적인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민들과 농업단체를 설득하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정으로 쌀 직불금 등 각종 보조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농업계에서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개도국 포기와 상관없이 쌀 등 일부 농산품에는 예외적인 보호조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수입 쌀에 대한 513% 관세도 유지할 방침이다. 보조금 역시 WTO에서 허용하는 품목 불특정 최소허용보조 등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해도 실질적인 혜택에는 상당기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농업분야를 포함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현재의 농산물 관세율과 농업보조금총액 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WTO DDA 협상은 회원국 별 입장 차로 10여년 넘게 중단된 상태이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WTO 농업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개도국 지위 포기를 선언해도 실질적인 불이익은 없는 셈"이라고 밝혔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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