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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과학을읽다]국가 잠재적 위험 '방사선비상'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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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울 원자력발전소 전경. 지난 6일 '백색 방사선비상'이 발령됐습니다. 태풍의 영향 때문입니다. 언제까지 원전이 안전하리라는 불안한 믿음을 유지해야 할까요 [사진=울진원자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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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우리는 일상에서 방사선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량입니다. 유럽이나 북미행 비행기를 타고 1회 왕복하면 0.07~0.1mSv(밀리시버트) 정도의 자연(우주)방사선에 노출됩니다. 이 정도 양은 흉부 X-선을 한 번 촬영(0.1mSv)한 것과 비슷한 수치입니다.


이뿐 아니라 세계 평균 연간 자연방사선량은 2.4mSv 정도고, 한국의 연간 자연방사선량은 3.0mSv 정도입니다. 이렇게 소량의 방사선에 노출되어도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그런데 천재지변 등으로 인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처럼 한국도 원자력발전소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원전 등 원자력시설에서 사고가 발생해 방사성물질이나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되거나 누출될 우려가 있을 때는 '방사선비상'을 발령하고, 긴급한 대응조치를 취하게 됩니다. 방사선비상은 그 심각성과 피해예상 정도에 따라 백색, 청색, 적색비상으로 구분해 발령합니다.


백색비상은 방사선의 영향이 원자력 시설 내부에 국한될 경우 발령하고, 청색비상은 방사선의 영향이 원자력 시설을 포함한 부지 내부에 국한될 경우, 적색비상은 방사선의 영향이 원자력 시설 부지 밖으로 미칠 경우 발령되므로 부지 인근의 주민 보호조치를 함께 시행하는 단계입니다.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이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위 의원에 따르면, 전 세계 원전 밀집도 상위 10곳 중 4곳이 우리나라에 위치합니다. 국토면적 기준 원전 수는 일본의 2배, 미국의 25배를 넘는데 각 원전의 반경 30㎞이내 거주 인구가 531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전 반경 30㎞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에 따른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원자력시설에서 방사능누출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대피·소개 등과 같은 주민보호대책을 사전에 마련하기 위해 설정한 관리구역입니다. 구역을 보다 세분화하면, 원전 반경 3~5㎞는 예방보호조치구역, 원전 반경 20~30㎞는 긴급보호조치구역이 됩니다.


원래 우리나라는 원전 반경 8~10㎞ 이내를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했으나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30㎞ 이내로 확대한 것입니다. 미국은 16㎞ 이내, 프랑스 10㎞, 중국은 7~10㎞ 이내로 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시설에서 방사선비상이 발령되면,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이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화나 TV·라디오 등을 통해 신속히 알립니다. 이후 상황에 따른 대처방법에 따라야 합니다.


'실내로 대피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면, 신속히 집으로 돌아가 창문 등을 닫고 음식물은 밀봉합니다. 에어컨이나 환풍기를 끄고 손과 얼굴을 씻거나 샤워를 해 노출의 영향을 최대한 방지해야 합니다. '구호소로 대피하라'라는 통보를 받으면 간단한 필수용품만 준비하여 가까운 구호소나 집결지로 이동해야 합니다.


복용 중인 약과 간단한 생필품만 준비하고 가축이나 애완동물은 우리에 가두고 충분한 먹이를 줍니다. 또 화재 위험이 있는 전기, 환풍기, 수도꼭지, 보일러, 가스 등을 모두 끄거나 잠그고, 출입문·창문도 잠근 뒤 완료 표시로 흰 수건을 걸어놓고 구호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학교나 병원 등에서는 자체적 대피하거나 후송하므로 가족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방사선비상계획구역 이내에 거주하고 있어서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원자력 시설 인근의 지방자치단체는 방사선의 영향을 줄어들게 하는 '갑상선방호약품(옥소제)'를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갑상선방호약품(옥소제)은 방사성옥소가 갑상선에 침착되는 것을 방지해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영향을 감소시키는 약품입니다.


단, 이 약품은 해당 지자체에서 배부받고 복용 안내를 들은 후 복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도 요오드 과민반응자나 갑상선 질환자, 포진성 피부염을 겪고 있는 사람은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오용과 분실 가능성, 적정 보관상태 유지 등을 위해 개인에게 약품을 미리 나눠주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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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10명 중 1명은 원전 반경 30㎞ 이내 거주하고 있습니다. 잠재적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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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원전 인근 지자체들은 이와 관련된 비상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갑상선 방호약품도 주민 수의 120% 정도 확보해 보관하고 있습니다. 반면, 원전과 비교적 거리가 먼 수도권 지역의 주민들은 '방사선비상'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위 의원은 "많은 국민이 원전 영향권에 거주하는 만큼 원자력발전은 안전 관리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잠재적 위험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6일 울진 한울원전 1, 2, 3, 4호기에 백색 방사선비상이 발령됐습니다. 태풍 콩레이의 영향입니다. 원전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의 비극을 곁에서 지켜본 우리 국민의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 국토는 좁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일본은 국토면적이 한국의 약 3.8배입니다. 일본은 동쪽 한 귀퉁이를 폐쇄해도 국민들이 살아갈 땅의 넓이에는 여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국민 10명 중 1명이 원전 주변에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단 한 번의 사고는 국가 전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10명 중 1명은 반드시 나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을 만큼 한국은 좁습니다. 수도권에 거주한다고 해서 방사선비상을 몰라도 되는 것일까요? "국민의 잠재적 위험을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는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묻히고 마는 우리 정치가 바뀌는 날은 언제쯤일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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