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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전동킥보드 타보니... 시속 빠르지만 ‘달릴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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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라임vs빔vs킥고잉 비교 회사별 강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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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킥보드가 확산되면서 최근 몇 개월 사이 삼성역 부근 출근길의 풍경이 변했다. 교통수단에서 내린 후 목적지까지, 즉 '라스트마일' 이동수단으로 전동킥보드가 자리잡고 있다. 삼성역과 선릉역 사이엔 IT회사들이 많이 입주해있다.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내려 10~15분 정도 걸어야 회사에 도착했던 이 부근 직장인들은 킥보드를 이용해 3~4분 내로 시간을 줄였다.

직장이 밀집한 강남구와 판교에서 전동킥보드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이 지역을 시작으로 시범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공유 전동킥보드 서비스 시장이 커지자 해외 마이크로 모빌리티(단거리 이동수단) 업체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킥보드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보니 킥보드 회사들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업을 진행 중'이라며 '복지 차원으로 출퇴근할 때 전동킥보드를 무료로 탈 수 있게 해주고 월단위/연단위로 비용을 회사에서 한꺼번에 치르게 하는 방안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 킥고잉은 스타트업 올룰로가 운영한다. 현재 기준 가입자 수는 25만 명에 달하며 운영대수는 3000대다. 빔은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에 뛰어든 최초 외국계(싱가포르) 회사로 운행대수는 1000여 대다. 미국업체 라임은 자사 하드웨어를 가지고 올해 9월 국내 진출했다. 초기 운영대수는 500대이며, 연말까지 1000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처음 진입하는 곳은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부근이다. 급증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업체들의 차이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18일 잠실역 부근에서 라임‧빔‧킥고잉 3사 제품을 직접 체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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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승 방법 유사하지만 비용‧승차감은 달라=처음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시도할 수 있다. 각 회사들의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접속하면 맨 먼저 자동결제할 카드와 운전면허증 두 가지를 등록하는 절차를 거친다.

킥보드에도 자체 위치정보시스템(GPS)이 탑재돼 있어 앱 지도에 대여 가능한 킥보드의 현재 위치와 배터리 충전 상태, 이용 가능 시간이 표시된다. 지도를 보고 인근 킥보드가 주차된 구역을 찾아가 킥보드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면 잠금이 해제된다.

가장 먼저 타 본 킥보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건너온 '라임'이다.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Gen3.0(3세대)로 가장 최신형이다. 다른 회사들과 달리 킥보드 자체를 직접 만들었는데, 주행속도를 보여주는 미터기가 눈에 잘 보이도록 시원스럽고 발판도 넓다. 처음 달리기 시작할 때 발을 많이 구르지 않아도 레버를 당기니 앞으로 쉽게 나아갔다.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있어 타는 동안 상당히 안정적이었고 킥보드보라는 느낌보단 마치 서서타는 전동 스쿠터 같았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엔 주차된 킥보드를 사진으로 찍어 업로드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빔'은 잠실역 부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킥보드였던 반면,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느껴졌다. 5~6개씩 한번에 주차돼있는 킥보드를 이용하려 QR코드를 갖다대면 배터리가 없어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가 여러군데서 나왔다. 결제하지 않은 채 살짝 이동시킬 때 '잠금을 해제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경고음이 들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듯했다. 탑승을 시작하거나 마칠 때도 포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사용경험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하나 고른 기기는 기본요금을 지불하고 이용하는데 어딘가 고장이 났는지 탑승 중 '덜덜덜' 거리는 소리와 진동이 너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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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고잉 디바이스는 샤오미m365, 샤오미m365프로, 세그웨이나인봇 등 세 개 제품을 이용한다. 탑승감은 라임과 빔 그 중간이었다. 발을 몇 번 구른 후 시작 레버를 당기니 속도가 붙었다. 라임과 다른 점은 순간 출발할 때 몸이 뒤로 젖혀진다는 것이다. 만약 킥고잉을 이용하려 기본요금을 결제했는데 빔처럼 망가진 킥보드가 걸린다면 추가 비용 없이 다른 기기로 바꿔탈 수 있다. 업체들 중 유일하게 30분 이내 재이용할 경우 기본요금을 내지 않는 환승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세 회사 중 가장 요금이 비싼 곳은 라임이다. 라임은 기본요금(5분) 1200원에 1분당 100원씩 추가된다. 킥고잉은 기본요금 1000원에 1분당 100원씩, 빔은 기본요금 600원에 1분당 180원 추가다. 라임은 비싼 만큼 이유가 있었지만 장거리 이용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라임을 7분 정도 타니 가격은 2640원, 빔 6분 이용 결과 1860원이었다. 직장인들이 출퇴근길에 주로 5~10분 정도 킥보드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라임은 안정성은 있지만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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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시속 25km/h이지만 사고율 급증할 듯=편의성과 별개로 여러 가지 안전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킥보드 최대 시속은 25km/h다. 하지만 잠실역 부근 자전거 도로에서는 지나가는 사람과 다른 자전거‧킥보드 이용자와 부딪치지 않기 위해 평균 6~7km/h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빠른 속도를 경험해보고 싶어 일부러 석촌호수를 찾아 22~23km/h로 달려봤다. 이 정도 속도로 달린다면 문턱이 있거나 장애물을 피할 때, 약간의 커브가 있을 때 너무 쉽게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전거 도로와 차량 도로 상관 없이 20km/h 이상 달리게 될 경우 전동킥보드 사고율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날 횡단보도 근처에서 커브를 돌다 넘어지는 시민을 목격하기도 했다.

또한 안전한 장소에서 실험해보고 싶어 찾은 석촌호수는 알고보니 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모두 금지된 구역이었다. 평일 오후라 사람이 없어 잠깐 빠르게 달릴 수 있었지만 공원도 제외한다면 사실상 킥보드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장소'는 없다.

각 업체의 앱에서 헬멧 착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킥보드 이용자 중 헬멧 착용자는 볼 수 없었다. 출퇴근길 대중교통과 목적지 사이, 즉 '라스트마일' 이동을 위해 헬멧을 가지고 다닐 사람은 없었다. 겨울철을 앞두고 전동킥보드 업체들이 더욱 안전을 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쿠키뉴스 이안나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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