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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계단 오를 때 금세 숨차는데 폐 기능은 멀쩡? ‘숨은 고혈압’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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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 고혈압 바로 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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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은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3명 중 1명이 앓는 ‘국민병’이다. 흔한 만큼 간과하기 쉽지만 고혈압도 어디에 생기느냐에 따라 생사를 좌우하는 응급 질환으로 돌변할 수 있다. 폐동맥(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 고혈압이 대표적이다. 빛고을전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신석(대한폐고혈압연구회장)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유전적인 요인이나 자가면역 질환, 선천성 심장 질환 등으로 폐혈관이 좁아져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라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이 2.8년에 불과할 정도로 치명적인 병”이라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이 일반 고혈압보다 위험한 이유가 있다. 첫째, 진단이 어렵다. 심장은 온몸으로 혈액을 내뿜는 왼쪽 심장(좌심방·좌심실)과 전신을 돌고 온 혈액을 폐로 보내 산소를 보충하는 오른쪽 심장(우심방·우심실)으로 구분된다. 각각 혈액을 내보내는 ‘길’이 다른 만큼 왼쪽·오른쪽 심장의 혈압 수치도 차이가 있다. 흔히 팔을 통해 측정하는 혈압은 전신(왼쪽 심장) 고혈압으로, 폐(오른쪽 심장) 고혈압은 파악할 수 없다. 폐혈관의 압력을 재려면 심장 초음파·심도자술 등 별도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 혈압 측정법으로는 발견 어려워



문제는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만성피로 등 폐동맥 고혈압의 증상이 일반적이란 점이다. 초기에는 증상 지속 시간마저 짧아 굳이 심장 초음파 등의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천대길병원 심장내과 정욱진 교수는 “환자 수가 워낙 적어 의사마저도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국내 환자 80%는 40대 후반 여성인데, 이때 발병한 것이 아니라 심장이 망가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라고 말했다.

둘째, 폐와 연결된 심장이 고혈압에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심장의 평균 혈압은 15~18㎜Hg로 왼쪽 심장의 평균 혈압(80~90㎜Hg)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폐는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해서 굳이 혈액을 강하게 밀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심장을 둘러싼 근육도 오른쪽이 왼쪽의 3분의 1 수준으로 얇다.

해부학적으로 ‘약한 펌프’인 오른쪽 심장은 혈압이 조금만 높아져도 심부전·부정맥 등 심장 질환이 발생하기도, 악화하기도 쉽다. 이 교수는 “늦게 치료할수록 심장 기능이 떨어져 사망 위험이 커진다”며 “우리나라는 특히 이런 환자가 많아 치료해도 절반(45.7%)이 3년 이내에 사망하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조기 진단 시 생존율 3배 이상 높아져



폐동맥 고혈압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일찍 발견해 심장의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 교수는 “조기 진단해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을 세 배 이상 높일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환자 관리가 이뤄지는 일본의 경우 전체 환자의 90% 이상이 10년 이상 장기 생존한다”고 말했다.

폐동맥 고혈압을 스스로 알기란 어렵다. 다만 운동 시 피로감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갈수록 심해지는데, 폐 기능·X선 검사 등에 문제가 없다면 한번쯤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특히 평지를 걸을 때는 괜찮은데 등산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가쁘거나 어지럽다면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가족력이 있거나 전신홍반루푸스·전신경화증 등 자가면역 질환을 앓는 환자는 1년에 한 번 이상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폐동맥 고혈압이 의심돼 심장 초음파를 받는 경우 1회까지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폐동맥 고혈압은 환자의 증상과 검사 결과에 따라 혈관을 넓히는 약물을 하나 또는 두 개 이상 병용해 치료한다. 이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발생 이유가 다양해 심장·호흡기·류마티스내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치료해야 한다”며 “병원을 선택할 때는 이런 다학제 진료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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