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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못해도…외국인학생 일단 뽑고 보는 대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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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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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 제출기한이 다가오면서 대학생 A씨(23)는 마음고생이 심하다. 자신을 포함한 조원 3명 중 2명이 중국인 학생으로 배정되면서 사실상 과제를 A씨 혼자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국인 학생들이 기초적인 자료조사에도 어려움을 겪어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할지 난감하다"며 "조별과제를 하는 학기마다 이런 일이 반복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씨가 재학 중인 연세대는 의예과·치의예과·간호학과를 제외한 나머지 학과의 외국인 신입생에 대해선 사실상 별도의 한국어능력 증빙서류를 요구하지 않는다. 연세대는 입학 지원 시 '소지자에 한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표나 학교 한국어학당 성적증명서 제출을 권장하고 있다. 한국어 구사력을 증빙하는 서류 없이도 일단 지원이 가능하고, 전형 합격 이후 입학 전까지 연세대 한국어학당에서 실시하는 시험에 응시하면 되는 구조다.

상당수 국내 대학들이 '묻지마 외국인 유학생 모집'을 이어가면서 수업의 질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학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팀프로젝트 등 조별과제가 많은 요즘의 대학 수업 과정에서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 간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되지 않다보니 학생·교수 모두 수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11년째 묶여 있는 등록금으로 인한 재정 부족분을 외국인 유학생 유치로 충당하려는 모습이다. 느슨하게 관리되고 있는 외국인 신입생 지원 자격에도 섣불리 손대지 못하고 있다. 계속 증가하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사후 지원과 질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매일경제가 각 대학 모집요강을 살펴본 결과, 대학들이 외국인 전형 입학 지원자에게 서류 제출 시 요구하는 한국어 능력 자격은 대체로 형식적 요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이 한국어 특례 입학을 희망하는 외국인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증빙서류를 종합하면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TOPIK 성적표 △각 대학 어학원이 주관하는 한국어 시험의 성적표 △각 대학 국제교육원 한국어 프로그램 수료증 등이 있다.

고려대, 경희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상당수 대학은 시험 성적표 없이도 어학원에 개설된 한국어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지원자가 어학능력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간주한다.

국내 대학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들은 계속해 증가하는 추세다. 대학정보공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국내 4년제 대학의 학부 학위과정에 재학하는 외국인은 64% 증가했다. 2016년 3만7098명이었던 학부 외국인 재학생은 2018년 5만2392명으로 늘었고, 올해 4월 기준 6만688명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대학교수들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사립대 교수는 "중국·베트남 등 외국인 학생이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일부 유학생들은 4학년이 되도록 한국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는 "수업의 질도 그만큼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집중하는 이유는 재정 수입 때문이다. 주요 사립대의 등록금 심의위원회에선 국내 학생들의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신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이 매년 논의 안건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총장 선출 과정이 진행되는 대학에선 유학생 유치를 늘려 대학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이 공약으로 거론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 1명당 지출하는 한 학기 등록금을 400만원으로 계산하면 유학생 1000명이면 연간 80억원"이라며 "여기에 어학원 수입 등을 더하면 그 액수가 상당하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에 대한 경쟁적 유치는 불법 체류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15명이었던 유학생 불법 체류자는 2018년 607명으로 부쩍 늘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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