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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아내 '니코틴 살인'한 남편 무기징역 확정…언니 “피해자 더 안 생겨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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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혼여행에서 아내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살해한 남편에게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후련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그래도 끝났네요.”

A씨(24)의 목소리가 떨렸다. A씨는 2017년 4월 남편과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가 살해당한 B씨(19)의 언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살해한 남편 C씨(22)의 상고를 기각하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17일 확정했다. 선고가 끝난 후 B씨의 언니, A씨를 만났다.



일본 경찰 '극단적 선택' 결론…보험 청구로 덜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C가 받더니 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 믿을 수 없었다. 직접 오사카로 가 동생 손에 나 있는 상처를 보고 머리가 하얘졌다.” 당시를 회상하던 A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B씨는 부모님 몰래 같은 지역 출신인 C씨와 결혼했다. B씨가 법적으로 성인이 된 지 이틀만이었다. 그로부터 10일 후인 2017년 4월 24일 두 사람은 일본 오사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다음날 새벽 2시 B씨가 사망했다. 원인은 니코틴 중독. 일본 현지 경찰은 “아내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자살한 것 같다”는 C씨의 신고대로 B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처음부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동생이 자살할 이유도 없었고, C씨의 행동도 이상했다. 아내가 죽었는데도 친구를 만나야 한다며 자리를 떴다. 우울해 보이지도 슬퍼 보이지도 않았다.



남편은 심신미약 주장…1·2심 모두 유죄 판결



C씨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아내 B씨의 앞으로 들어두었던 보험금 1억 5000만원을 청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보험조사관이 경찰에 제보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C씨의 방에서 살인 계획 등이 담긴 일기장, 니코틴 원액, 주사기 등을 준비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내가 니코틴을 주입하도록 도와준 것 뿐”이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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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발견한 C씨의 일기장. 살해 계획이 적혀있다.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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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도 끝까지 "억울하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C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것도 부족해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 며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피해자 언니 “피해자 더 생기지 않아 다행”



대법원 방청석에서 초조하게 판결을 기다리던 A씨와 삼촌은 ‘상고를 기각한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C에게 사형선고가 됐더라도 동생이 살아 돌아올 수 없으니 후련하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C씨는 범행 이후에도 미성년자를 포함한 다른 여성들에게 “죽은 내 아내와 닮았다”며 접근했다. 피해 여성들이 A씨에게 먼저 연락해 알게 됐다.

자매의 삼촌도 “혹시 파기환송이 되거나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직접 대법원에 왔는데 다행”이라며 “마음이 아프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이제 우리 가족이 사건을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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