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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집 나간 중도층, 여당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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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격 사퇴를 발표한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 14일 과천 법무부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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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엎드려 사과하는 쪽이 이길 것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의 말이다. ‘조국 정국’에서 누가 승리할까에 대한 답변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국 장관 사태를 사과해야 하고,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사과해야 하는데, 먼저 사과하는 쪽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것이다.

10월 14일 월요일 아침 리얼미터의 10월 2주차 여론조사(YTN 의뢰)가 발표되고, 민주당과 한국당의 정당지지율이 0.9%포인트 차이(민주당 35.3%, 한국당 34.4%)로 팽팽하게 맞섰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

정기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 정당이 바뀔 수도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5일간의 장관 생활을 드라마틱하게 끝냈다. 민주당 내부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추이의 결과가 10월 초에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 위기의식이 고조되는 시점에 장관직 사임으로 ‘조국 정국’이 막을 내린 것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의 모두발언에서 “결과적으로 국민들 사이에 많은 갈등을 야기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문 대통령의 사과를 ‘절반의 사과’로 받아들였다. 한국당은 조 전 장관의 사임을 ‘국민의 승리’ ‘10월 항쟁’으로 표현했다.

조국 사퇴 이후 리얼미터 10월 3주차 조사(tbs 의뢰)에서는 민주당 39.4%, 한국당 34.0%로 양당 지지율 격차가 다시 벌어지는 흐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중도층이다. 민주당에 돌아선 중도층이 과연 8월 이후 ‘조국 정국’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20∼30대 중도층 선택이 중요

대부분의 여론전문가는 돌아선 민심을 어느 정도는 되돌아오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치평론서 <정치의 귀환>을 쓴 유창오씨는 “중도층이 안정적인 국면이다가 (조국 정국 이후) 격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빠져나간 중도층이 다시 돌아오는 중도층 복귀 효과는 어떤 식으로든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여론은 수치보다 맥락을 살펴야 한다”면서 “조국 장관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두 달간 각종 여론에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조국 전 장관이라는 타깃이 사라진 데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이슈가 연말 정국 최대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여권 지지율이 다소 회복하는 흐름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갤럽의 10월 2주차 정기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라고 답변한 응답자는 전체 1002명 중 303명이었다. ‘중도’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는 35%, 한국당 지지는 23%였다. 무당층은 24%였다. ‘조국 정국’이 시작하기 전인 8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중도성향 응답자는 전체 1002명 중 305명이었다. 중도성향 중 민주당 지지 응답자는 41%, 한국당 지지 응답자는 12%, 무당층은 27%였다. 같은 기관, 같은 문항의 조사에서 중도성향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는 두 달 사이 6%포인트 감소한 반면, 한국당 지지는 11%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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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조국 논란 이후 중도에서 민주당은 조금 빠지고 한국당은 조금 올랐다”면서 “하지만 사퇴 이후에는 민주당에서 빠진 중도성향이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한국당이 약진하려면 중도에서 40% 남짓 얻어야 하는데 아직도 20% 수준이라 민주당을 넘어서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중도성향 계층에서는 20∼30대의 선택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엄 소장은 “갤럽의 10월 2주차 조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호감도가 공개됐는데, 19∼29세에서 민주당 호감도는 호감이 46%였고, 비호감은 34%였다”면서 “하지만 같은 세대에서 한국당에 대한 호감은 12%에 불과했고 비호감도는 70%였다”고 말했다. 이 조사에서 30대의 한국당 비호감도는 79%, 40대의 한국당 비호감도는 74%였다. 엄 소장은 “이전의 갤럽 호감도 조사와 비교해보면 한국당은 50대 이상에서 결집하는 현상이 뚜렷이 보이나 젊은 층에서 비호감도는 여전하다”면서 “한국당은 (조국 정국에서) 중도성향과 무당층을 흔들 수는 있었지만, 젊은 세대를 담아내는 그릇을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국 정국 이후 대두되는 검찰개혁은 젊은 층이 공감할 가능성이 크다. 안일원 대표는 “그간 검찰개혁 관련 이슈에 대해 19∼29세나 소위 ‘중도성향’에서도 절반 이상의 찬성을 보여왔기 때문에 해당 이슈를 누가 어떻게 주도하느냐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국 정국이 끝나자마자 공수처법안 국회 통과 등 검찰개혁 이슈를 들고 나섰다. 유창오씨는 “조국 정국에서는 민주당에 여론지형이 좋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검찰개혁이라든지, 선거법안 통과, 교육개혁안 등 각종 여론지형에서는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8월 이전의 반일(反日) 정국에서처럼 ‘민주당 절대우위’ 상황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은 조국 정국에서 여당의 공정·정의의 가치관에 실망했기 때문에 이를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만약 이 같은 사태의 원인을 윤석열 총장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일시적으로 중도성향의 유권자가 민주당으로 돌아올 수는 있겠지만 정부와 여당이 사과에 걸맞은 후속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회귀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 절대 우위’는 쉽지 않을 듯

한국당은 조국 사퇴를 ‘국민의 승리’로 표현하면서 중도성향의 유권자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검찰개혁’ 국면에서는 ‘조국 사퇴’ 같은 ‘매력적인’ 구호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한 의원 측은 “조국 전 장관이 너무 일찍 사퇴해버렸다”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 측은 “검찰개혁법안 같은 경우 한국당에서는 내년으로 늦추려고 하는데, 이를 내년에 국회에서 처리할 경우 통과되든 되지 않든 모든 화살은 한국당으로 오게 된다”면서 “한국당도 중도층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빠르게 다른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성향의 유권자는 선거에서는 미묘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어떤 현안에서는 여당의 주장을, 어떤 현안에서는 야당의 주장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홍형식 소장은 “중도성향 유권자는 기존의 자기 가치관을 확고하게 갖고 있으며, 자기의 가치관에 맞지 않으면 정당에 대한 지지를 포기해버린다”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중도성향의 유권자는 중도가 아닌 자신의 도덕적 가치에 부합하는 보수 혹은 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선거에서 ‘중도’라는 용어 자체가 환상”이라고 말했다.

중도성향은 선거 단계에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유창오씨는 “선거를 앞두고 중도성향 유권자는 왔다갔다 하다가 어느 지점에서 특정 정당을 선택한 후 안정적인 국면으로 간다”면서 “선거과정에서 중도성향 유권자의 선택이 중요하지만 막상 투표 막판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정한 시기에 이미 지지정당을 정해놓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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