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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무기 수출 고리로 우방 늘리기… 미국판 ‘일대일로’ [뉴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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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35·F-16 해외시장 공략/ 스텔스 기능 갖춘 F-35 수출허용은 / 핵심 항공우주기술 사용 용인 의미 / ‘친미 감별사’ 역할… 교류 확대 효과 / 정치·경제적으로 도입 어려운 국가 / 가성비 뛰어난 F-16V로 구매 유도 / 미그기 대체해 러와 군사교류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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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비용 1조5000억달러(약 1771조5000억원), 생산량 2500대…. 인류가 현대적인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가장 규모가 큰 무기 사업인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 개발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숫자다. 과거에는 미국이 스텔스기를 독점해왔다. 하지만 F-35 개발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미국이 독점했던 스텔스 기술은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스텔스 기술을 앞세운 ‘미국판 일대일로’를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체 불가능한 ‘게임 체인저’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생산하는 F-35는 미 공군(A형), 해병대(B형), 해군(C형)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전투기다. 레이더 반사면적을 대폭 줄여 적 레이더에는 작은 새 크기로 표시될 정도로 스텔스 성능이 뛰어나다. 덕분에 전투기·지대공미사일·레이더 등의 위협을 피해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중국은 J(젠)-20, 러시아는 SU(수호이)-57 스텔스 전투기가 있으나 본격적인 실전배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F-35에 맞설 수 있는 전투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F-35가 글로벌 공군력의 판도를 흔드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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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F-35는 미국 외에도 일본, 영국, 호주, 이탈리아,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폴란드, 이스라엘, 한국 등에서 도입 절차가 진행중이다. 미국의 중국, 러시아 견제 전략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들이다.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는 복잡한 비행궤적을 갖고 있어 요격이 어려운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러시아가 실전배치하자, 25억달러(2조9600억원)를 들여 F-35A 32대를 도입해 위협에 대응할 예정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앞장서고 있는 일본은 147대의 F-35A를 도입하는 한편 호위함 이즈모함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해 F-35B를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F-35 해외 판매는 단순한 무기거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미국이 자국의 핵심 항공우주기술을 해당 국가에서 사용하는 것을 용인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가깝다는, 국제 정치적 측면에서의 상징성이 크다. 일종의 ‘친미 감별사’인 셈이다. F-35 100대를 도입할 예정이었던 터키가 러시아제 S-300 지대공미사일 구매를 진행하자 미국은 F-35 판매를 취소해버렸다.

F-35 조종사 훈련과 정비능력 확보 등을 위해 미군과 구매국 군 당국 간 교류가 확대되면서 양국의 군사동맹이 더욱 단단해지는 효과도 있다. 반면 F-35를 대체할 무기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가 높아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운용 과정에서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이 미국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국부 유출’ 논란도 적지 않다.

◆염가형 ‘친미 감별사’ F-16

미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들이 모두 F-35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경제적 이유로 F-35를 구매하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이들 국가에는 록히드마틴이 생산하는 F-16이 판매된다.

1974년 첫 시험비행을 했던 F-16은 40여년 동안 4500여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전투기다. 그만큼 다양한 수요와 기술 발전 추세에 맞춰 지속적인 개량이 이뤄졌다. 지난 2012년 처음 등장한 F-16V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갖춘 최신형 F-16이다. 미국은 F-35 같은 스텔스 기능은 없으나 우수한 ‘가성비’를 갖춘 F-16V를 우방국에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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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6V는 경제규모가 작거나 미국이 정치적 문제로 F-35를 판매하지 않는 나라들이 주로 선택한다. 대만은 F-35 도입을 추진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대만에 F-35 대신 F-16V 66대를 판매하는 계획을 지난 8월 승인했다. 대만은 F-35를 확보하지 못했으나 80억달러(약 9조6880억원)에 달하는 F-16V 도입 계획을 통해 2020년대 중반까지 중국에 맞설 공군력을 강화하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미국의 F-16V 판매는 우방국들이 러시아와의 군사교류를 단절토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방비 부족을 이유로 냉전 종식 이후에도 러시아제 무기를 쓰는 동유럽 국가들이 주요 타깃이다. 러시아제 무기를 사용하게 되면 운영유지 등을 위해 러시아군과 교류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군사기지에 러시아 군인들이 드나들면 미국의 기밀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 미국으로서는 나토의 일원인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제 무기 사용을 중단하고 자국 무기를 쓰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가성비’가 뛰어난 F-16V는 이 같은 역할에 적절한 무기다.

실제로 슬로바키아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제 미그-29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F-16V 14대를 13억달러(약 1조4710억원)에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루마니아는 서유럽 국가들이 퇴역시킨 중고 F-16을 도입해 러시아제 미그 21 전투기를 대체할 예정이다. 미국은 러시아 무기를 주로 사용했던 인도에도 F-16V 구매를 제안하고 있다. 인도가 F-16V 전투기를 구입하면 생산라인도 현지로 이전할 계획이다. 미국은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저가형 무기 수출 또는 무상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어서 F-16V의 생산 및 판매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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