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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KF-X…스텔스·무장 탑재 놓고 ‘파열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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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프레스 데이 행사에서 한국형 전투기(KF-X)의 실물모형이 공개되고 있다. 성남=이재문기자


8조원이 넘는 개발비가 투입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시작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2016년 1월 개발이 시작돼 지난해 6월 기본설계가 완료된 KF-X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상세 설계를 마무리하고 부품 제작이 진행 중이다. 시제 1호기는 2021년 상반기에 출고된다. 이어 2022년 상반기 비행시험을 시작해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개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실정이다. KF-X에 장착할 공대공, 공대지 무장을 기체와 통합하는 문제는 난항을 겪고 있다. 레이더를 피하는 스텔스 기능도 KF-X 개발 주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위사업청의 예상을 밑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난항 거듭하는 KF-X 무장 통합

KF-X 개발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장 통합이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최근 방위사업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은 미국제 공대공미사일 2종과 공대지미사일 및 폭탄 등을 미국 정부에서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확보하기로 하고 과거 구매 가격 등을 근거로 1560억원을 책정했다. 개발중인 KF-X에 미국제 무장을 장착하려면 기술자료와 시험탄 구매가 필요하다. 그러나 방사청은 “미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소요비용을 산정하지 못했다”며 관련 비용을 포함하지 않았다. 실제 소요비용과 방사청이 책정한 예산에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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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개막식에서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가 공군의 항공정밀유도무기가 지상에 펼쳐진 가운데 축하 비행을 펼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미국이 정보 제공을 하지 않고 관련 자료 수출승인도 지연하자 방사청은 미국제 AIM-120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AIM-9X 사이드와인더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체계통합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신 330억원을 투입해 유럽 MBDA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과 독일제 AIM-2000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KF-X에 통합키로 결정했다.

공대지 무장은 더 심각하다. 통합직격탄(JDAM)은 제작사인 보잉과 KAI가 지난 4월 협의를 통해 미국 정부 수출승인과 기술자료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수준이다. GBU-12 페이브웨이 유도폭탄과 CBU-105 확산탄의 KF-X 장착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심지어 AGM-84L과 AGM-88E 공대지미사일은 ‘성능개량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레이시온을 비롯한 미국 업체들은 ‘미국정부 수출승인부터 받아오라’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탐색개발 단계다.

현재 시점에서 KF-X 탑재가 확실한 무장은 MK-82 일반폭탄(한화)과 KGGB(LIG 넥스원) 정도다. 이대로라면 장거리 지상타격능력은 없는 셈이다.

공대지 무장 공백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실전배치된 전투기와 미사일을 결합하는 것은 2~3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기존 미사일을 개발중인 전투기에 체계통합하는데는 3년 안팎이 걸린다. 개발중인 전투기와 미사일을 상호 결합하는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ADD가 개발중인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은 2028년에 개발이 완료된다. 그마저도 감항인증 등의 절차를 거쳐 KF-X에 장착하려면 추가로 시간이 소요돼 실전배치 시점을 추정조차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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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 한국형 전투기(KF-X)에 장착될 장거리 공대지 유도무기가 전시돼 있다. 성남=연합뉴스


2022년 상반기로 예정된 KF-X 비행시험 일정을 감안하면, 공대지미사일 체계통합 작업은 지금 당장 착수해도 시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과의 협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공대공 미사일 사례처럼 유럽 또는 이스라엘제 항공무장 장착을 검토해 KF-X의 기본 전투능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방사청이 지난 6월 제7차 KF-X 자문위원회에서 보고한 자료에는 ‘미국 무장에 대한 체계통합 일정과 미국 정부 수출승인 현황 등을 고려한 KF-X 무장 체계통합 추진방안을 결정한 후 추진 중’이라는 언급만 있을 뿐, 별도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점진적인 성능개량을 통한 개발전략을 추구한다고 해도 북한군 방공망으로부터 조종사 안전을 보장하면서 지상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40여년 전에 개발된 F-16보다도 무장능력이 떨어지는 KF-X를 반길 조종사는 없다. 성능이 검증돼 일선에서 쓰이는 제3국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장착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이다.

◆‘완전한 스텔스’ 가능할까

KF-X 개발을 담당하는 KAI는 5세대 전투기보다 떨어지는 스텔스 성능에 대해서는 개발 완료 이후에도 이를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KF-X가 실질적인 스텔스 기능을 갖출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KF-X는 블록 1~3에 이르는 단계별로 성능을 높여 전투능력을 강화하는 진화적 개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공개된 KF-X 모형은 F-35 전투기처럼 무장이나 전자장비가 기체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일반 전투기처럼 외부에 장착된 형태다. KF-X 블록 1의 성능이 검증되면 블록 2나 블록 3에서는 무장과 항공전자장비가 기체 안에 수납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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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서 한화 부스에 전시된 KF-X에 장착될 F414 엔진 모형. 한화 제공


무장과 장비의 내부 수납은 스텔스기가 갖춰야 할 기본적 특성이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겠다는 KF-X가 이같은 추세를 따라가려는 것은 적절한 조치다.

문제는 내부 수납 시도가 원활하게 진행될지 여부다. 비행 안전성과 임무 수행 능력을 유지하며 기체 외부에 있던 무장과 장비를 수납하려면 KF-X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미세한 수준일지라도 외형이 변화하면 기체의 항공역학적 특성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부 수납을 위해서는 항공전자장비를 새로 만들게 된다. 기체 내부 배선 등도 다시 설정해야 한다. 내부 수납을 정상적으로 완료한 뒤 성능시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KF-X 스텔스화를 위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지는 확실치 않다. 성능개량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함께 개발사인 KAI가 재정적 여력이 충분해야 한다. 수리온 헬기 수출형 개발이나 FA-50 전투기 개량에 비해 훨씬 많은 비용이 필요하고, 이윤을 확보해야 재투자가 가능한 것은 자본주의 경제의 원칙이다.

이를 위해서는 KF-X에서 체계통합을 담당하는 KAI의 비중이 높아야 한다. 그래야 일정 수준 이상의 이윤을 얻어 재투자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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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무장사들이 P-8A 해상초계기에 공대함 하픈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하지만 KF-X 관련 장비 개발이나 예산 등의 상황을 종합하면, KAI의 비중은 전체의 절반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과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전자장비 등을 한화가 담당하고 있고, 일부 전자장비는 LIG 넥스원이 맡고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전체 비중의 50% 이상이다. 프랑스 라팔 전투기 체계통합사였던 닷소가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AI가 최근 들어 수리온과 소형민수헬기(LCH) 등을 앞세워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전투기로 영공을 지키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KF-X는 수차례의 진통 끝에 실질적인 개발 단계로 접어들었다. 2030년대 한반도 주변국들이 스텔스 전투기를 앞세워 영공을 위협할 때, KF-X가 이들을 견제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차별화된 우위를 갖추지 못한 전투기를 대량 운용할 여력이 없다. 면밀한 개발 일정과 뚜렷한 목표 의식을 통해 KF-X 개발을 추진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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