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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시공간 초월… 위대한 문명 살아 숨 쉬다 [박윤정의 그레이트 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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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 이집트 박물관·피라미드 / 이집트 박물관 수천년 유물의 보고 / 투탕카멘 황금마스크·석관·보석들 / 호화롭고 정교한 세공기술에 감탄 / 기자 지구 피라미드 압도적 스케일 / 사막 석양따라 아름답게 물들어가

이집트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카이로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과 피라미드 방문이다. 이곳을 찾지 않고는 이집트 여행이 완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 12만 개가 넘는 예술품들로 가득 메워진 이집트 박물관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영광스러웠던 역사를 되돌아보고, 화려하고 경이로웠던 문화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수차례 도굴과 훼손에도 수많은 미라와 석관들, 도자기와 각종 보물들은 물론 화려했던 투탕카멘 왕의 유품들이 수천 년을 거슬러 우리 앞에 위용을 드러낸다.

세계일보

기자의 피라미드. 쿠푸의 피라미드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다. 또 다른 두 개의 피라미드인 하프레와 멘카우레의 피라미드들 역시 쿠푸보다는 작지만 문명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카이로 중심부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은 고대 이집트 유물과 관련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초부터 고대 이집트 유물들이 함부로 해외에 반출되는 것을 우려한 프랑스 고고학자 A 마리에트가 1858년 카이로 교외에 세운 이후 1902년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한 유물 10만 여점이 소장돼 있으며 대부분이 이집트 각지의 신전이나 유적, 무덤에서 발굴된 유물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투탕카멘 묘지에서 나온 부장품들이다.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와 황금 관을 비롯하여 역대 파라오들의 호화롭던 유물들이 잘 보전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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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아침 거리는 뒤엉킨 차량 경적 소리와 시끌벅적한 말소리들로 가득하다. 관광객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이른 아침 이집트 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은 카이로 시민들 출근길과 한데 어우러질 수밖에 없다. 모두들 인도와 차도 구분조차 명확하지 않은 길을 뚫고 바쁘게 자신의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자가 운전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복잡한 길을 뚫고 나온 우리 차량도 카이로 시내를 가로질러 박물관 앞에 도착했다.

서둘렀던 길인데도 전 세계 사람들로 넘쳐나는 박물관 근처는 대형 관광버스에 둘러 싸여 있다. 독일 베를린 이집트 박물관에서 전시되어 있는 일부분으로도 호기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지만 그 외 모든 것이 여기 이집트 박물관에 있다. 이집트 남부 왕가의 계곡에서 만났던 소년 왕 투탕카멘의 아름다운 마스크도 이곳에 실물이 전시돼 있단다. 개장 시간은 9시지만 이미 그 이전에 줄은 길게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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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만 개가 넘는 예술품들로 가득 메워진 이집트 박물관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영광스러웠던 역사를 되돌아보고, 화려하고 경이로웠던 문화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우선 큐레이터 도움으로 박물관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투탕카멘의 유물들을 돌아본다.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게 조각된 투탕카멘의 황금 관은 당시 파라오의 뛰어난 권능을 고스란히 박제해 놓은 듯하다. 당시의 뛰어난 세공기술은 표현할 수 없이 놀라울 따름이다. 황금 관과 함께 전차, 목관, 침대와 의자, 항아리 등 당시 투탕카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들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돼 있었다. 1922년 투탕카멘 무덤이 발굴됐을 때 놀랍게도 무덤은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였다고 한다. 그 덕분에 수많은 금은보화와 유물들이 수천 년 시간을 건너 현세에 전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무덤 발굴 후 참여했던 고고학자들이 의문의 사고로 죽게 되면서 투탕카멘의 저주가 오래도록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투탕카멘의 유적을 둘러본 이후 다른 전시실을 뛰어다니며 돌아본다. 천천히 감상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유물들이 전시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아직까지 정리되지 않은 유물들이 창고에 가득하다고 하니 유물의 양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투탕카멘 자료관을 비롯한 주요 볼거리는 2층에 몰려 있으니 박물관 상층에서 하층으로 내려오며 구경하라는 큐레이터의 조언에 따라 나름 효과적인 동선으로 훑어본다. 박물관을 오전 내내 쉼 없이 돌아보니 벌써 점심시간이다. 아쉬움이 가득하지만 새로운 박물관으로 이전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 다음 기회에 새로운 이집트 박물관을 기대하며 나일강에 떠 있는 선상 식당으로 향한다.

카이로 나일강변에는 우뚝 솟아 있는 건물들과 호텔들이 즐비하고 강 주변에는 선상 식당들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선상에서 맞이하는 이집트 음식과 전통춤으로 한낮의 더위를 식히고 박물관에서 지친 다리의 피로를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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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기세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오후지만 카이로 외곽에 위치한 기자의 피라미드로 향한다. 이곳 역시 고대 이집트의 명소다. 쿠푸의 피라미드로 알려진 이 피라미드는 이집트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다.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로 사진으로만 보던 거대한 구조물은 관광버스가 다가가면서 눈앞에 그 위용을 드러낸다. 버스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는 순간, 바라보는 피라미드는 압도적인 거대함으로 다가온다. 기자에 있는 또 다른 두 개의 피라미드인 하프레와 멘카우레의 피라미드들 역시 쿠푸보다는 작지만 문명의 위대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동쪽으로는 여왕의 피라미드인 쿠푸의 부인과 자매의 무덤이 눈에 띈다. 석양을 따라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피라미드를 감상하다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스핑크스로 향한다.

낙타를 타라며 손짓하는 현지인들 권유를 뿌리치며 스핑크스 앞에서 지는 석양을 감상한다. 뒤에 펼쳐진 사막과 노을을 따라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사이 기도시간을 알리는 이슬람 기도문이 노래처럼 흘러나온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피라미드 앞에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저무는 하루를 보낸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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