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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독서실이야?' 카페에서 카공족들 관찰한 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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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PLUS가 기획한 '반나절' 시리즈는 우리 삶을 둘러싼 공간에서 반나절을 머물며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는 기획 기사입니다. 반나절 시리즈 10회는 일명 '카공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 불리는 이들이 많이 찾는 카페에서 머물며,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관찰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난 16일 점심시간인 낮 12시 서울대입구역 근처 카페를 찾았다. 서울 수많은 카페 중 서울대입구역 근처 카페를 찾은 이유는 역 근처에서 도보로 2~3분 거리에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카페가 3개가 존재하는데, 모두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으로 붐빈다는 제보를 받아서다.

최근 주변 카페만 가도 카공족과 카페에서 일을 하는 '코피스족'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1명(13.0%)만 카공 경험이 없으며, 카공 경험이 있는 대학생 절반 가까이(45.2%)는 '매주 1회 이상' 공부를 하기 위해 카페를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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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여긴 다 학생이야 학생! 공부해 공부!"

역에서 가장 근접한 2층짜리 프랜차이즈 카페를 가장 먼저 찾았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1층 또는 2층에 자리를 잡으면 되는 구조의 카페였다. 1층에는 창가 자리 1인 좌석과 몇 개의 2인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2층은 정말 넓었다. 창가 1인 좌석부터 벽 쪽 2인 좌석, 4인 테이블, 콘센트가 있는 8인 테이블 등 안쪽까지 많은 의자와 테이블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 찾았던 시간대가 점심시간인 데다 시험 기간까지 겹쳐서 그런지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2~3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전부 노트북으로 일 처리를 하거나 공부를 하고 있어 금방 일어날 거 같지 않았다. 주문을 하고 한참을 서 있은 후에야 테이블에 착석할 수 있었다.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주문을 하고 2층에 올라온 가족 단위의 손님은 "자리 없어. 다 공부한다. 내려가자"라며 올라오고 있는 일행에게 손사래를 쳤다. 그 이후에도 친구들과 카페를 찾은 중년 여성 손님은 매장 안쪽까지 자리가 있는지 찾다 "아이고 여긴 다 학생이야 학생. 공부해 공부"라고 말하며 매장을 빠져나갔다. 그 이후에도 자리를 찾고, 계단을 내려가는 손님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기자가 자리에 앉기 전부터 자리에 머물던 주변 카공족들은 취재 마무리인 4시간이 지난 후에도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자리를 지켰다.

■ 사람은 없는데 책상 위에 올려진 노트북과 책

대부분의 카공족이 자리를 뜨지 않은 채 자신의 공부와 일에 집중했지만, 일부 카공족들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곤 했다. 가장 명당으로 보이는 벽 쪽 높은 테이블에 콘센트가 있는 2인 좌석을 차지한 한 카공족은 노트북과 책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커피가 담긴 컵만 남긴 채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약 40분 뒤에야 자리로 돌아온 이 카공족은 이후에도 수시로 자리를 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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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카페의 카공족

맞은편 자리에 유독 눈에 띄는 카공족이 있었다. 대부분의 카공족은 열심히 공부하거나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지만, 2인 좌석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 한 카공족은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설마 자는 건 아니겠지', '잠시 피곤해서 엎드렸나 보다'라고 생각했지만, 약 1시간이 지나서야 몸을 일으켰다. 카페에서 1시간의 숙면을 한 이 카공족은 자세를 고치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듯 했으나, 몸은 점점 기울어졌다. 하지만 자리에는 계속 머물렀다.

■ 모든 2인 좌석을 1인 카공족 차지

첫 번째 카페에서 4시간을 머물다 앞서 말했던 근처 같은 브랜드의 프랜차이즈 카페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해 길을 나섰다. 나머지 두 카페는 3층으로 이뤄졌으며, 1층에도 좌석이 있었다.

첫 번째 카페와 달리 두 카페에는 1층부터 카공족이 포진되어 있었다. 음료를 받고 2층을 올라가자 일렬로 소파와 나무 의자가 놓여있는 2인 좌석은 혼자 온 카공족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3층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명이 앉는 콘센트가 많은 원테이블 8인 좌석과 2인 좌석은 모두 카공족 차지였다. 다소 의자가 높은 창가 1인자리는 2~3자리 남아 있었지만, 2인 자리는 모두 카공족으로 만석이었다. 시험 기간, 대학 근처라는 이유로 이해하기엔 정말 모두 카공족이라 놀라울 뿐이었다.

■ 카공족은 기피하는 '형님 의자' 자리?

그런데 3곳 모두 눈에 띄는 특징이 있었다. 앉으면 자세가 구부정해져 일명 '형님 의자'라고 불리는 테이블이 낮은 좌석만 공석이었다. 테이블이 낮기 때문에 노트북을 이용해서 일 처리를 하는 코피스족에게도, 공부를 해야 하는 카공족에게도 불편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형님 의자 자리는 일반 손님들도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카공족들로 이미 자리가 꽉 들어차자 결국 이 자리에도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을 하는 혼자 온 손님이 착석했다.

■ 독서실 같은 카페 3층에서 펼쳐지는 키보드 ASMR?

1층은 주문 소리와 음료 제조하는 소리가 섞였고, 2층도 1층의 소리가 어느 정도 들리는 터라 숨이 막힌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3층은 달랐다.

1층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3층은 잔잔한 노랫소리와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키보드 타자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음료를 가지고 3층에 자리를 잡기 위해 안쪽 자리로 들어가는 동안 기자는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독서실처럼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서울대입구역 근처 카페를 가보라고 추천한 지인의 "독서실 같다"는 말이 실감 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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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공족에 대한 생각을 카페 관련자에게 듣고 싶어 강서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3년간 일한 직원 A씨(29)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A씨와 진행한 카공족 관련 인터뷰 내용이다.


Q. 일반 손님들과 카공족이 머무는 시간 차이는 어느 정돈가?
A. 일반적인 손님들은 오래 있어 봐야 길어도 2~3시간이다. 공부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4시간 이상은 있는 것 같다.

Q. 일하면서 가장 오래 머문 카공족은?
A. 8~9시간인 것 같다. 제가 퇴근할 때까지 가지 않았고, 다음날 출근해보니 사장님이 저녁 몇 시에 갔다고 말씀해주셨는데 8~9시간 정도 머문 걸로 기억한다.

Q. 카페에서 영원히 회자되는 전설의 카공족이 있다면?
A. 자신의 짐을 다 두고 화장실 가는 척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들어온 카공족 손님과 2천 원 짜리 쿠키를 시키더니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 집에서 타온 커피를 마시던 카공족 손님이 생각난다. 텀블러에 커피를 타온 손님에게는 사장님이 참다못해 음료를 시켜야 한다고 말씀드리니, 그냥 가게를 나가버렸던 기억이 있다.

Q. 실제로 카공족은 카페에 손해인가?
A. 사람이 없을 때는 그렇게 크게 상관없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4인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는 경우가 있어 혼자 와서 오랜 시간 머물면 손해일 수밖에 없다.

Q. 과도한 카공족은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가?
A. 과도한 카공족이라도 프랜차이즈 카페이기 때문에 대놓고 음료를 더 시키라거나 자리를 옮겨달라거나 하는 요구를 대부분 못한다. 지속해서 민폐를 끼치거나 정도가 심할 경우 사장님이 손님에게 가서 말씀드리긴 하지만, 거의 없는 일이다. 카공족이라도 손님이기 때문에 대놓고 대처하기는 어렵다.

Q. '어느 정도 시키면 오래 머물러도 괜찮다'라는 기준이 있는지?
A. 사실 저는 사장이 아니고 직원이라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다. (하하) 앞서 말한 것처럼 4시간 정도 머무는 손님이라면 커피 한잔을 시켜도 상관없다고 생각되지만, 8~9시간 머무는 손님이라면 중간에 한 잔 정도 더 시켜야 괜찮지 않을까 싶다.

Q. 정말 오지 않았으면 하는 '카공족' 유형이 있다면?
A. '정말 오지 않았으면'이라기 보다는 '이렇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있다. 잠깐 화장실 다녀오는 게 아닌 식사를 하기 위해 나가시는데 짐을 두고 가시는 분들이 있다. 길게는 한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시고, 아무렇지 않게 다시 자리에 앉으시는데, 짐을 챙겨서 점심을 드시고 다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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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를 넘는 민폐 카공족은 일부지만...적정 시간 머무는 에티켓 필요

앞서 반나절 관찰에서도 보았듯 카페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과도한 민폐를 끼치는 건 지극히 일부다. SNS에 올라오는 카공족 일화처럼 카페에서 대화하는 손님에게 조용히 좀 해달라거나 책상을 '탁탁'치며 눈치를 줬다는 민폐 카공족들도 있겠지만, 기자가 반나절 동안 카페에서 지켜보는 동안은 대화 소리가 시끄러우면 자신의 이어폰˙귀마개를 착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더불어 드물긴 했지만, 음료를 시키고 공부를 하다 중간에 샌드위치 등 식사류를 추가로 주문하는 카공족도 있었다. 하지만 커피 한잔을 시키고 너무 장시간을 머물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2018 외식업 경영 실태 결과 보고서를 기반으로 시간당 테이블당 회전율을 계산하면 테이블당 체류 시간이 1시간 42분을 넘지 않아야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 월평균 매출액 916만 원, 테이크 아웃 비율 29%, 영업일 수 28일, 하루 영업시간 12시간, 메뉴 평균가격 4,134원, 테이블 수 평균 8개를 가정했을 때 시간당 회전율은 약 59%로, 이를 통해 테이블당 머물러야 하는 최소시간을 계산한 결과다.

1시간 42분 이상 카페에 머물며 공부하는 이른바 '카공족'이 많을수록 카페 업주에게는 손해라는 것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41%가 평균 2~3시간 카페에서 머무르며 공부, 팀별 과제 등을 한다고 답했다.

기자가 방문한 카페는 프랜차이즈에 직영점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보다 타격은 적겠지만, 동네 카페 같은 소규모 개인 카페 같은 경우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카공족이 많이 몰리는 일부 작은 규모의 프랜차이즈 카페나 개인 카페에는 "3시간 이상 머무는 건 자제해달라", "다른 손님도 배려해달라"는 문구가 붙어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카공족을 반기는 카페도 많다. 공간이 넓고 테이크아웃 손님이 많은 카페는 일부러 '#카공족_환영' 해시태그를 달고 카페 홍보를 하거나, 카공족을 위한 넓은 콘센트 자리를 만들어 알리곤 한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매장의 1인석부터 다인석까지 좌석 대여제를 도입해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 카공족을 반기는 카페를 찾아 나서는 것 또한 방법이라는 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카공족이 적정 시간 동안만 카페를 이용하고, 되도록 1인 또는 2인 테이블에 앉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만 지킨다면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도 주변 손님들도 카공족을 향한 비판적 시각을 지울 수 있지 않을까.

YTN PLUS 이은비 기자
(eunbi@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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