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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혔던 평양원정기 "경기장 갈 땐 시속 30km, 경기 후는 7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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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 선수단장 "선수단 버스에도 북한 요원…경기장, 오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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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북한 원정에서 상대의 집요한 반칙에 시달려야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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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비상식적이고 비협조적이었던, 중계도 없었고 관중도 없었던 남북 축구대표팀 간의 평양 맞대결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북한과 북한축구협회의 몰상식한 운영에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현장을 직접 다녀온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줬다. 이해가 쉽지 않은 일들이 수두룩했다.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원정에 선수단 단장 자격으로 선수들과 함께 했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세상에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봤다"며 덧없는 웃음부터 전했다.

◇ "어린이 보호구역 달리는 것도 아니고…"

"베이징을 떠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게 14일 오후 4시20분쯤이었다. 수속을 밟고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걸린 시간만 3시간이었다. (일반인)아무도 없고 우리 밖에 없는데, 와…"

평양에 처음 도착했을 때부터 북한의 어깃장이 시작됐다. 최 부회장은 "가방 하나하나 모든 물건들을 다 꺼내보라고 하더라. 안에 있는 물품 모든 것, 양말에 팬티 개수까지 적으라했다"고 전했다. 사실 다른 나라 국가대표팀이 입국할 때 팬티 개수까지 적는 경우는 없다.

애초 대표팀은 공항에 도착해 입국 수속을 밟은 뒤 숙소에 먼저 짐을 푼 뒤에 김일성 경기장으로 이동, 공식 회견과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곧바로 김일성경기장으로 향해야했는데 바로 이런 비협조 때문이었다.

최 부회장은 "공항 밖에서도 대표팀의 수많은 짐 가방을 하나하나 헤아리더라. 대표팀은 움직이려면 대략 50개 이상의 가방이 따라 나온다. 그런 것들을 다 체크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운동장으로 바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가는 길도 한세월이었다. 최영일 부회장은 "버스 이동이 또 기막혔다. 시속 7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도로인데 시속 30km로 달리더라. 어린이 보호구역 속도로 운동장까지 이동한 것"이라고 말한 뒤 "거북이 걸음이라 경기장까지 1시간 이상 걸렸다. 그런데 이튿날 경기가 끝난 뒤에는 70~80km로 달려 25분만에 도착했으니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버스 안 분위기도 삼엄했다. 최 부회장은 "버스 뒷자리 5자리에는 북한 요원들이 앉아 있었다고 하더라. 그 앞자리에도 북한 요원이 있었고... 그 앞에 우리 선수들이 타고 이동했으니 위압감이 얼마나 심했겠는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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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국 축구대표팀 평양 원정의 선수단장을 맡은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2019.10.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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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몰랐던 무관중 "설마, 인판티노도 왔는데…"

가장 이슈가 됐던 무관중 경기는 현장에서도 몰랐던 일이다. 최영일 부회장은 "사실 무관중 경기는 상상을 못했다. 누군가 '관중이 없을 수도 있다더라'라고 말 하기는 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가 '설마 FIFA 회장(인판티노)이 오는데 관중을 안 받겠는가'라고 해서 모두가 수긍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한 뒤 "그런데 진짜 안 들어왔다. FIFA 회장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닌가 보다"라고 놀라워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경기 시작 1시간30분 전에 김일성경기장에 도착했다는 최영일 부회장은 "관중이 아예 없더라. 그게 더 겁났다"고 말한 뒤 "이게 뭔가 싶었다. 싸늘한 분위기에 등골이 오싹하더라. 그런 곳에서 축구를 해야 했으니 선수들은 얼마나 괴로웠겠는가"라고 선수들을 대변했다.

무관중에 대한 북한의 공식 설명은 없었다. 관련해 최 부회장은 "안 그래도 나도 궁금해서 의전차량에 있는 북한 관계자에게 물었다.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니 기분이 좋아보였다. 해서 슬쩍 '왜 관중이 안 들어왔나요' 궁금한 척 물었다"고 말한 뒤 "그러자 그 관계자가 '요즘 우리 인민들이 승부가 갈리고 뭐 이러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하더라"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해서 "그래도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아니냐' 재차 물었더니 '오늘 다른 경기장에서 어떤 행사가 있다. 거기에 폭죽도 터지고 재밌는 게 많아서 그리로 간 것 같다'고 얼렁뚱땅 넘어가더라. 정말 어이 없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들이 일정 내내 이어졌으니 무승부라 폄하할 것 아니라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최영일 부단장은 "1차적으로 안 다친 것이,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한 게 가장 다행이다.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경기 자체도 엄청 거칠었다. 정말 지저분하게 공을 찼다. 손흥민을 마크하는 선수들은 절대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다. 때리든 잡든 밀든, 귀찮게 했다"고 말한 뒤 "그래서 선수들에게 고맙다, 잘했다 말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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