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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소각장, 스키장 됐다···산 없는 덴마크 ‘친환경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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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기상천외한 스키장 '코펜힐'이 지난 6일 개장했다. 쓰레기 소각장 지붕에 눈과 질감이 비슷한 네베플라스틱으로 슬로프를 만들었다. [사진 Ehrhornhummer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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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북유럽 이미지와 다르다. 새하얀 겨울왕국, 설산을 질주하며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이런 풍경은 노르웨이·스웨덴·핀란드에선 익숙하지만 덴마크에선 보기 어렵다. 가장 높은 산이 해발 150m에 불과할 정도로 땅 전체가 평지에 가까울뿐더러 눈도 많이 안 온다. 그런 덴마크에 최초로 스키장이 들어섰다. 그것도 수도 코펜하겐 쓰레기 소각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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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힐은 코펜하겐의 옛 산업단지에 들어선 이색 시설이다. 쓰레기 소각장과 레저 시설을 결합했다. [사진 Dragoer Luftf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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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힐(Copenhill). ‘코펜하겐의 언덕’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덴마크 건축회사 BIG가 설계를 맡았고 2017년 쓰레기 소각장부터 문을 열었다. 고체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발전소다. 코펜하겐 3만 가구에 전기를, 7만2000 가구에 난방을 공급하고 있다. 소각장은 첨단 정화 시설을 갖춰 해로운 공기를 배출하지 않는단다.

그리고 지난 6일(현지 시각),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레저 시설을 선보였다. 단연 화제가 된 건 소각장 옥상에 들어선 스키장이다. 슬로프 바닥은 눈과 질감이 비슷한 네버플라스틱(Neveplast)이란 재질로 만들었다. 인공 눈을 뿌리지 않아도 사계절 스키를 탈 수 있고, 슬로프 길이는 490m에 이른다. 리프트는 4개이고, 프리스타일 스키 존·키즈 존도 따로 운영한다.

스키장이 전부는 아니다. 슬로프 한편에 다양한 식물을 심은 걷기 길도 만들었고, 낙차 85m에 달하는 외벽은 암벽등반장으로 이용한다. 옥상에는 덴마크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도 있어서 ‘애프터 스키’까지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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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힐 슬로프 한편에는 걷기 길도 조성돼 있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덴마크에 제법 그럴싸한 인공 산이 등장한 셈이다. [사진 Laurian Ghinito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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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시가 이런 기상천외한 시설을 들인 건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 중립도시’가 되겠다는 목표 때문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해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코펜힐은 연간 쓰레기 44만t을 태워 에너지를 만든다. 코펜힐을 설계한 BIG 비야케 잉겔스 대표는 “단지 환경만을 고려한 건축물이 아니라 시민이 일상을 즐기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이 건물이 미래 세대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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