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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낭심 차이고 뺨맞고'…계속되는 구급대원 폭행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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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구급대원 보호장비 사용법안 국회서 '낮잠'

사하소방서 방어용 호신술 '크라브 마가' 교육도

뉴스1

지난해 5월 2일 전북 전주시 대송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강연희 소방위의 빈소에 고인의 근무복이 놓여져 있다. 故 강 소방위는 구조하던 취객에 폭행당한 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2018.5.2/뉴스1 © News1 문요한 기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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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조아현 기자 =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을 상대로 벌어지는 폭행이 여전히 끊이지 않아 소방당국의 고심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18일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소방서 등에 따르면 소방대원 및 구급대원이 현장 활동에 방해를 받을 경우 자신의 신체를 보호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비 사용을 허가하는 법안이 1년6개월 이상 국회에 계류되자 소방당국은 이스라엘 군사 방어용으로 개발된 호신술 '크라브 마가(Krav Maga)'를 대원들에게 가르쳤다.

최소한의 장비조차 사용할 수 없다면 생명의 위협에서 스스로 지키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소방대원과 구급대원은 현장에 출동해 구조해야 하는 환자가 자신을 폭행하거나 흉기로 위협하더라도 상대방을 제압하는 장비를 사용할 수 없다.

지난달 20일 오전 11시30분쯤 부산 사하구 당리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던 환자 A씨(45)는 자신을 구조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한 구급대원 B씨(31)의 낭심을 손으로 가격했다.

만취상태였던 A씨는 구급대원 B씨가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욕설을 퍼부었다. B씨는 지속적인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29일 오후 9시22분쯤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중년 여성의 행패로 마을버스 운행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119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이었다.

술에 취해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C씨(63·여)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구급대원 D씨(38)의 뺨을 2차례 때리고 발로 D씨의 복부를 4차례 걷어찼다. 소방당국은 현장에 출동했다가 얼굴과 복부를 폭행당한 구급대원 D씨를 출동대에서 제외조치했다.

소방청에서 발표한 연간 구급대원 폭행사건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902건으로 집계된다. 부산은 모두 66건이었다. 올해 9월 기준 부산에서는 구급대원을 상대로 한 13건의 폭행이 벌어져 정식 수사가 진행됐다.

특히 가해자 대다수가 주취자였다. 구급대원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욕을 퍼붓는가 하면 손과 발로 폭행을 가하거나 손에 도구를 쥐고 집어던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최근 부산 사하소방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구급대원 폭행 예방 차원에서 도입한 '크라브마가'는 이스라엘 군사방어용으로 개발된 자기방어 체계의 호신술이다. 복싱과 레슬링, 유도, 공수도 등을 접목시켜 실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크라브마가는 기존 호신술과는 달리 공격 당하는 상황을 회피하고 이탈하는 맞춤형 방어 기술이다. 특히 상대방이 흉기를 들고 생명에 위협을 가했을 때 상황을 이탈할 수 있도록 연습시켜 현장 구급대원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묻지마식 폭행'에 방어하기 위해 구급대원들을 대상으로 무술을 교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갑자기 공격당하는 구급대원으로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주취자의 공격으로부터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도 연계되지 않고 심리적 위화감에서도 빨리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민 대한크라브마겐협회 대표는 "크라브마가는 군용무술로 개발된 것이 맞지만 가장 본능적인 인간의 방어 동작을 이용해 공격을 가하는 대상으로부터 피할 수 있도록 구급대원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소방대원이나 구급대원의 경우 제압보다는 본인을 보호하는 기능이 가장 필요하기 때문에 부상이나 인명피해가 없도록 현장에서 실용도가 높은 크라브마가 기술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부산소방재난본부는 출동 현장에서 구급대원을 상대로 폭행이 벌어질 경우 구급차에서 경찰과 119에 곧바로 신고할 수 있는 비상 자동버튼 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5000만원 상당의 예산을 편성해 제출한 상태지만 반영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소방관계자는 "장비도 보충이 필요하지만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이 소방대원 및 구급대원들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choah45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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