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9 (화)

무더위에 방사능 폐기물 유실까지…도쿄올림픽 총체적 난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IOC, 도쿄보다 시원한 삿포로서 마라톤 검토

도쿄지사는 "날벼락" 반발…내부 갈등 조짐

IOC 위원장 "방사능 안전성 다시 점검 계획"

아시아경제

탈핵경남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 8월 경남도청 기자실에서 '일본 방사능 올림픽 반납하라'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2020 도쿄 올림픽 개최지 변경을 촉구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2020 도쿄 하계올림픽이 휘청이고 있다. 무더위와 태풍 등 기상 재해에 대한 우려가 개최지 논란으로 비화되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후쿠시마 방사능 폐기물의 유실을 우려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폭염 우려로 마라톤이 열리는 장소를 바꿀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같은 방침에 일본 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내년 7월24일 대회 개막까지 280일 남겨두고 총체적 난국이다.


◆ IOC "마라톤 장소 바꿔야" vs 도쿄지사 "날벼락" 반발 =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17일 "IOC가 도쿄올림픽 마라톤 코스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제안을 갑자기 발표해 굉장히 놀랐다"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말했다. 전날 IOC가 "도쿄올림픽 마라톤과 경보 경기를 삿포로에서 치르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도쿄도는 한여름 40도를 웃도는 폭염에 대비해 마라톤과 경보 종목의 경기 시간을 새벽으로 앞당기고, 도로에 열 차단제를 입히는 등의 대책을 준비했다. 그러나 IOC는 "선수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도쿄보다 800㎞ 북쪽에 위치한 삿포로를 대체지로 거론했다. 삿포로는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도쿄보다 기온이 5~6도 정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케 지사는 "시원한 곳이라면 차라리 마라톤 경기를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에서 하자"고 말했다. 쿠릴 4개 섬은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 분쟁 중인 지역이다. 일본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는 이 지역의 반환을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치적 분쟁지역을 끌어들여 이 문제에 민감한 일본 정부를 자극하고, IOC에 불쾌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올림픽 전문매체 '인사이드더게임스'는 "고이케 지사의 반응이 IOC와 도쿄올림픽 개최도시 사이 소통이 단절됐음을 상징한다"고 썼다. 아키모토 가쓰히로 삿포로 시장은 "IOC로부터 삿포로라는 구체적인 이름이 나와 놀라운 동시에 영광"이라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아시아경제

지난 8월 일본 도쿄 오다이바 마린파크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테스트 이벤트에서 한 여성 참가 선수가 고온에 탈진해 쓰러져 있다.(사진=AP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IOC, "방사능 문제 없다"에서 "살펴보겠다" =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도 논란이 더 커졌다. 지난 주 일본을 강타한 제19호 태풍 '하기비스'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하천에 방류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흙 등을 담은 자루 19개 중 폭우에 유실된 17개를 수거했는데 그 중 10개는 내용물이 없었다. 자루 1개당 최대 1.3t의 폐기물이 담겨 있었던 만큼 적어도 10t 이상이 강과 바다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의 태풍 피해 복구작업은 보다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원전사고로부터 55마일 떨어진 곳에서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총회에 참석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17일 카타르 도하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을 만나 도쿄올림픽 안전성 문제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바흐 위원장은 "태풍으로 인한 방사능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로부터 "'방사능으로 인한 문제가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며 일본을 두둔했던 IOC의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