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터키, '시리아 북동부서 5일간 조건부 휴전'키로 미국과 합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터키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앙카라|신화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터키가 시리아 북동부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중지키로 했다. 이 지역을 근거로 하고 있는 쿠르드민병대(YPG)가 철수한다는 조건이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에서 터키가 5일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휴전 합의에 대해 “미국, 터키, 쿠르드, 전세계에 대단한 날”이라며 ‘외교적 승리’로 묘사했다. 하지만 터키는 이번 합의가 ‘휴전’이 아니라 ‘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합의 조건이 전적으로 터키가 원했던 내용이어서 ‘상처뿐인 중재’라는 평가가 나왔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앙카라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터키는 시리아에서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터키 측은 YGP 세력이 안전지대에서 철수할 수 있도록 120시간 동안 평화의 샘 작전을 중단할 것”이라면서 “평화의 샘 작전의 모든 군사 행동이 중단될 것이며, (YGP의) 철수가 완료되면 평화의 샘 작전은 완전히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미 (YGP가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과 접촉했다”면서 “우리는 이미 터키 남부 시리아 국경 지역에 있는 안전지대에서 그들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한 미국은 터키에 추가로 제재를 부과하지 않고, 완전한 휴전이 이뤄지면 최근 발표한 터키에 대한 외교적·경제적 제재도 모두 철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국이 발표한 공동성명을 보면 터키군이 안전지대 관리를 맡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 집회 참석을 위해 텍사스주 포트워스로 향하면서 취재진에게 “미국에 대단한 날이다. 터키에 대한한 날이다. 쿠르드에 대단한 날이다. 전세계에 대한단 날이다.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굉장한 지도자다. 그는 옳은 일을 했다”면서 “나는 대단한 존경을 갖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주 현명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고맙다”면서 “수백만명이 목숨을 구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한 “이번 합의는 3일 전에는 절대로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일이 되기 위해선 약간의 ‘엄한’ 사랑이 필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지난 14일 터키에 대한 군사작전 중단을 요구하며 경제제재 방안을 발표하는 등 압박했던 것이 먹혀들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은 인색한 평가를 내놓았다. 이번 합의는 터키가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대가로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과 터키가 이번에 합의한 내용은 지난 8월 합의한 안전지대 구상에 기반하고 있다. 양국은 안전지대 구상에 합의해 놓고도 안전지대 규모와 관리 주체 등을 두고 이견을 보여왔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와 터키 국경 사이에 길이 480㎞, 폭 30㎞인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자신들이 관리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터키는 이번 군사작전으로 자신들이 원하던 안전지대 구상을 100% 관철시켰다. 미국이 발표한 경제제재도 철회됨으로써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게 됐다. 특히 터키는 이번 합의가 ‘중단’에 관한 것이지, ‘휴전’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YPG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기 때문에 휴전이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미국 정치권도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민주당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가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엉터리 휴전을 대가로 우리의 쿠르드족 동반자들을 잔인하게 공격한 터키에 대한 제재들을 철회한다는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 외교정책의 신뢰성을 약화시키고 우리의 동맹과 적들에게 우리의 말이 신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위험한 신호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휴전에도 불구하고 미군을 도와 이슬람국가(IS) 퇴치 작전에 앞장섰던 쿠르드족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주장을 비판해온 공화당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날 상원 본회의 연설에서 “오늘의 발표는 승리로 묘사되고 있지만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면서 “갑작스러운 미군 시리아 철군 결정 과정과 그 배경에 대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고 미국 의회전문지 더힐이 전했다. 전격적인 시리아 주둔 철군 결정으로 악화된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다는 것이다. 그는 “쿠르드족을 버린 결정은 우리의 가장 신성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쿠르드족에게 한 것은 미국 역사에 핏자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스 반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은 터키에 대한 제제 법안을 예정대로 발의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