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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SK케미칼서 개발한 가습기살균제 원료는 선박 페인트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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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호주 수출에 주력하다

PHMG 독성 수치 탓 ‘퇴짜’

일본엔 ‘분수’ 등 용도 특허

‘가정용 알고 판매’ 입증 증거

옥시 가습기살균제에 들어간 흡입 독성 원료를 개발한 SK케미칼이 당초 이 원료를 선박 페인트(선저도료·船底塗料)로 수출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생태 환경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수출은 무산됐다. SK케미칼은 일본에 원료를 특허 출원하면서 사용 용도로 ‘가습기’뿐 아니라 ‘수영장, 분수’도 적었다.

1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SK케미칼은 2000년대 초 흡입 독성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호주에 선박 보호용 페인트로 수출하려 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 보트 시장 중 하나다. 2016년 현재 전체 인구의 13%가 스피드보트, 카누, 요트 등 선박을 보유한 집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SK케미칼은 선박 하단에 조개류, 해조류 등이 달라붙어 속도를 지연시키고 연료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자체 개발한 PHMG 페인트가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SK케미칼은 수출을 위해 2003년 호주 국가산업화학물질신고평가기관(NICNAS·닉나스)에 PHMG 원료 정보를 제출했다.

호주 당국은 이 원료가 해양 생물을 파괴하는 독성 수치가 너무 높다고 판단했다. 수출은 무산됐다. 과거 PHMG 개발을 맡았던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팀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호주에 수출만 됐어도 가습기살균제에 연연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닉나스에 제출한 원료 정보에는 PHMG의 ‘어류 독성’ 수치가 담긴 것이 확인됐다. 검찰은 이 자료가 SK케미칼이 원료의 독성 성분을 알면서 옥시에 관련 정보를 은폐한 증거로 봤다.

SK케미칼은 2002년 일본에서 PHMG 특허 출원을 했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6페이지짜리 PHMG 특허 출원 자료에는 “욕실, 수영장, 냉각탑, 가습기, 분수”에 원료가 사용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를 제외한 다른 용도 제품 상용화엔 실패했다. 불특정 다수가 접근하는 분수에서 독성 성분이 흡입됐다면 더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수영장에 사용됐다면 PHMG가 섞인 물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 환경, 생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특허 자료도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될 줄 알고도 옥시에 판매했다’는 점을 입증하는 주요 증거로 본다.

SK케미칼은 2016년 1차 검찰 수사에서는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될지 몰랐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사법 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올 초 개시된 2차 수사에서 알고도 판 정황이 드러나면서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SK케미칼은 “PHMG가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줄 알았지 가정용으로 사용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복역 중인 김모 전 옥시 연구소장은 지난 10일 SK케미칼 관계자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SK케미칼이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옥시는 생활용품 회사”라고 말했다. 옥시 측 관계자들은 원료 공급사인 SK케미칼이 흡입 독성 정보를 은폐한 탓에 인체 유해성을 모르고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생산했다고 주장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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