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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文대통령 첫 '경제장관회의' 소집, 3시간 넘게 나눈 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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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청년·40대 고용 '아픈부분' 지목…기업투자촉진·건설투자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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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경두 국방부 장관, 문 대통령,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2019.10.17.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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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경제 장관들이 17일 점심식사를 포함, 3시간 넘게 머리를 맞대고 경제민생 현안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모든 부처가 함께 힘을 모아 경제활력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논의 자리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장관회의는 서울 정부청사 19층 회의실에서 오후 2시부터 1시간45분간 진행했다. 영상 장비를 갖춰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은 세종시에서 화상회의로 참여했다.

문 대통령 모두발언에 이어 4건의 안건이 보고됐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최근 경제동향 및 정책방향을 보고했다. 최근 고용동향 및 대응방안, 주52시간제 현장안착 추진계획은 각각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맡았다. 김현수 장관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동향 및 대응방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글로벌 경기를 포함한 경제상황을 보고받고, 상황이 녹록지않은 만큼 소재·부품·장비 대책을 마련할 때와 같이 부처 단위를 넘어서서 정책노력을 통합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ASF 방역에 나선 일선 공무원, 군인, 농가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했다. 또 "남쪽 지역으로 확산을 차단하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제동향에 대해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기, 통상분쟁, 반도체 가격 등 대외여건 악화가 수출·투자 등 우리 경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어 벤처투자 확대, 수출증대, 신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여러 번 본다"-"힘모아 활력 회복"

회의장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강신욱 통계청장이 함께 했다.

청와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과 황덕순 일자리수석, 이호승 경제수석이 왔다.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도 참석한 건 청와대와 정부간 긴밀한 공조를 의미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정부청사 2층 식당에서 1시간30분 가량 현장 참석자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딱딱한 회의만이 아니라 좀더 격의없는 자리에서 더많은 대화 시간을 얻고자 한 문 대통령 뜻이었다. 장관들은 기존에 경제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다 일본 수출규제 대응 논의 등 각종 회의로 "일주일에도 여러 번 본다"며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장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회의장을 청와대가 아닌 정부청사로 잡은 것, 청사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것 역시 기업 현장을 찾아가듯 공직사회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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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19.10.17.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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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현대차→경제장관…경제행보 숨은뜻 '중심잡기'

문 대통령의 '경제활력' 행보가 기업현장 방문을 넘어 취임 후 첫 경제장관 회의로 이어졌다. 하루 전 김오수 법무부 차관에게 검찰개혁안을 직접 보고할 것을 지시, 사실상 대통령이 검찰개혁안을 진두지휘하는 데 이어 경제 현안까지 대통령이 전면에 선 상징적 장면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무엇보다 민간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며 기업투자는 지원, 규제는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생활 개선을 위한 건설투자 확대, 확대기조의 예산안과 함께 민간활력과 기업투자 등 주요 메시지는 기존 행보의 연장선에 있다.

때문에 대통령이 기업현장을 찾는 걸 넘어 장관회의를 소집한 것에 방점이 찍힌다. 국무회의도, 확대경제장관 회의도 아닌 대통령 주재 경제장관회의는 이례적이다. 마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IMF(국제통화기금) 연례 회의 참석을 위해 출장을 떠난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도 불참한 회의였다. 경제분야는 대개 경제부총리 등 전문관료들의 역할이 컸던 것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런 때 문 대통령은 직접 경제장관들을 불러 모으면서 정부 각 부처가 본연의 업무에 중심을 잡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후 한 달, 지명부터 두 달여 겪은 정치적 혼란을 뒤로하고 정부가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뜻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상황을 점검한 것도 정부가 민생국정을 차질없이 수행해 달라고 촉구한 면이 있다.

경제 여건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자신감을 갖자는 의미도 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고용지표 개선을 언급하고 고용노동부가 이와 관련 보고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정부가 합심해 대처한 것은 "소재장비부품의 경쟁력강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경험을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악재는 악재대로, 고용지표 개선 등 긍정적인 요인은 그것대로 부각하면서 국민의 과도한 불안을 잠재우는 취지도 엿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요국 성장률 전망치가 함께 낮아졌고 이게 간단한 상황이 아니라는 인식은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자신감을 가질 측면을 인정하면서 잘 대처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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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충남 아산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10.10. 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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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현장선 미래산업 주력..이재용·정의선 만나



문 대통령이 기업투자 촉진을 강조한 건 삼성, 현대 등 기업 사업장을 방문하며 미래산업에 주력한 것과 일치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기화성 현대차 남양연구소를 방문, 2030년 미래차 세계 1등이 되자는 미래차 국가비전을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들이 10년간 66조원을 투입할 것이며 정부도 2조2000억원을 들여 기술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닷새 전인 10일 충남아산 삼성디스플레이를 찾아 삼성의 13조원 투자를 격려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그룹총괄 수석부회장 등 두 총수를 번갈아 만나 강력한 투자 독려 메시지를 냈다. 아울러 중소기업들과 상생협력 해달라는 당부도 잊지않았다. 삼성과 현대차는 각각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미래차 개발에 중소기업과 협력한다는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문 대통령은 집권 2년차이던 지난해 말부터 여러 국정 어젠다 중 '경제'를 맨 앞에 놓기 시작했다. 일자리 확대 등 체감 경제성과를 쉽게 내기 어려운 데 따른 조치였다. 그 후 1년, 문 대통령은 규모를 가리지 않고 기업과 접촉면을 넓혔다. 특히 대기업 투자 없이는 일자리 창출 등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만큼 대기업의 국내투자를 통해 경제활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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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시스】 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 미래차산업 전시 관람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2019.10.15. since19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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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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