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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검찰개혁 직접 챙긴다는 문 대통령, ‘검찰 장악’ 오해 없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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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질문자료를 쳐다보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훈 대검 반부패ㆍ강력부장.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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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검찰 개혁 방안을 이달까지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보고받겠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장관이 공백인 부처의 차관과 국장급 인사를 불러 직접 보고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국 전 법무 장관이 사퇴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감안하면 국회에서의 제도적 논의와 별개로 법무부와 검찰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개혁 조치들은 신속히 추진하는 게 옳다. 하지만 시한까지 못박으며 ‘속도전’을 주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정해진 절차를 건너뛰면 졸속이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에 대한 실효적인 감찰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검찰 내에서 아주 강력한 자기 정화 기능이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 직접 보고해 달라”고 말했다. 법무부 감찰권을 검찰 견제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검찰이 과거 ‘스폰서 검사’ 사건 등에서 보듯 ‘셀프 감찰’로 제 식구 감싸기를 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의당 필요한 조치다. 조 전 장관도 사퇴 직전 검찰 비위 발생 시 각 검찰청이 법무장관에게 보고토록 하는 등의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법무부의 감찰권 행사가 검찰 독립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갈등을 빚은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에게 ‘혼외자 의혹’이 제기되자 법무부 감찰을 지시해 논란이 됐다. 검찰의 자정 기능도 중요하지만 권력의 악용 가능성도 따져 신중히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 대통령의 이례적인 지시는 무엇보다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검찰의 무리한 조 전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자체 개혁안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의심받는 게 현실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국민의 뜻을 충실히 받들어 검찰 스스로 추진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과감하게 실행하겠다”고 17일 국감에서 밝힌 약속을 국민들이 믿게끔 실천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검찰 개혁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과감하면서도 냉철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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