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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최보식 칼럼] 윤석열 검찰의 ‘마지막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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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는 본질적으로 ‘문재인 사태’다.

장관 하겠다는 조국의 철면피도 문제였지만…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


조국이 내려왔으니 윤석열의 차례가 됐다. 여권(與圈)에서 나왔던 ‘동반 퇴진설’ 때문이 아니다. 그가 조국 수사에 손대는 순간 그의 운명은 예정돼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윤석열의 마지막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뜨거운 의지와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라며 조국을 편들었고, 그 뒤 법무차관과 검찰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검찰 개혁에 관한 보고를 직접 받겠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을 타격하는 메시지였다.

어제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석열은 "법과 원칙대로"를 반복했지만, 대통령은 검찰총장보다 더 힘센 칼을 갖고 있다. 조만간 검사장급 물갈이 인사를 통해 검찰 안에서 윤석열을 고립시킬 수 있다. 그가 제 손으로 사표를 안 쓸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그 앞에는 언제 어떻게 내려오느냐의 선택만 놓여 있다고 본다. 어떤 모습으로 검사 인생을 마감할지가 궁금할 뿐이다.

현 정권에 들어와 피비린내 나는 적폐 수사를 지휘해온 그는 '정치 검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문 대통령 지지 세력이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인 그에게 그 낙인(烙印)을 찍고 있다.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이 투입돼 두 달 동안 70여 곳을 압수 수색했고 조국 자택에서는 11시간을 했다. 아내 정경심씨를 6차례나 소환 조사했다. 이렇게 먼지떨이식 수사를 했지만 '권력형 비리'는 잘 안 보인다. 표창장 진위와 관련된 조국 자녀의 대입 부정 의혹만 대중의 먹잇감으로 던져줬다."

조국의 위선(僞善)과 파렴치에 질려 있지만 이 점도 엄연한 한쪽의 진실이다. 언론의 의혹 취재와 검찰의 수사는 다르다. 검찰은 확실한 혐의점과 사법 처리를 자신할 때 뛰어드는 것이다. 상대는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이었고, 한번 털어보고 적당히 끝내도 될 수사는 결코 아니었다.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벌인 것은 여야 간 인사청문회 개최를 합의한 다음 날이었다. 상당수 국민은 뒤통수를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검찰이 정치에 개입해 대통령 인사권을 침해했다는 쪽과, 검찰의 칼끝은 혐의를 따라 움직일 뿐 자신이 없었으면 이렇게 할 리 없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그렇게 두 달간 수사를 했으나 조국에 대한 혐의를 입증할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는지 아직 모호하다. 검찰이 압수 수색을 벌였을 때 이미 증거인멸이 상당히 이뤄졌고, 조국 부부의 휴대폰 압수 영장과 계좌 추적 영장도 기각됐다고 한다. 향후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나 이게 검찰의 변명은 될 수 없다. 이런 방해와 장애물을 예상하고 감행한 수사였다. 무엇보다 검찰의 수사가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는 점도 알았을 것이다.

필자가 취재한 바로는 한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두 차례나 조국 문제로 문 대통령을 독대했다. 조국의 도덕적 문제점과 혐의 내용, 민심 이반을 보고했다. 이쯤 해서 물러나게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보고 내용에 싫은 기색을 드러냈고 말을 잘랐다. 오히려 윤석열 검찰의 인사권 개입에 대해 격분했다고 한다.

조국이 아니면 검찰 개혁이 무산될까 봐 그랬을 리는 없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안을 내놓고 있는 중이었고, 대통령 지시로도 행정부의 한 기구인 검찰 수사 관행은 바꿀 수 있었다.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국론 분열 사태의 책임을 돌리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

조국 사태는 본질적으로 '문재인 사태'다. 장관을 하겠다는 조국의 철면피도 문제였지만, 그를 임명한 문 대통령이 진짜 문제였다. 대통령의 이런 비정상적 집착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세간에서는 '조국을 자신의 후계자로 보고 짜놓은 차기 대선 플랜을 검찰이 무너뜨린 것에 대해 대통령이 참을 수 없었다' '초대 민정수석으로서 대통령 가족에 대한 온갖 비밀을 쥐고 있는 그와 운명 공동체가 된 것이다' 등 여러 추측과 풍설이 떠돌고 있다.

대통령은 지지율 급락과 내년 총선에 대한 어두운 전망 등 현실적인 계산 때문에 조국을 물러나게 했지만, 여전히 조국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 총장님'이었던 윤석열은 이미 대통령의 마음에서 떠나갔다.

이제 윤석열은 자신에게 남은 검찰의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최고 권력자의 마음을 되돌리는 데 진력을 다할 수 있다. 조국이 사퇴했으니 수사는 적당히 매듭지으면 된다. 하지만 그가 정말 이름값 하는 검찰총장이라면 조국 수사가 정당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야 한다. 그 정당성의 입증 기준은 결국 조국을 기소하느냐 못 하느냐에 달렸다. 조국 기소에 실패하면 그는 ‘정치 검찰’로 물러나게 될 것이다.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다워야 하지 않겠나.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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