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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文대통령 "경제 엄중하다"면서… 내놓은 해법은 "재정지출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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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긴급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 1월부터 예정된 50~299인 고용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사정을 감안해 보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은 채 탄력근로제 입법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추가 보완 방안을 마련하라고만 했다. 정부 방안으로는 52시간제 시행 6개월 유예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력근로제와 52시간제 유예는 여당 일각에서 반대해 입법이 지연돼 왔다. 경제성장률 급락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청와대가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사안인 최저임금에 이어 52시간제도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비즈

문재인(왼쪽에서 둘째) 대통령이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정책 등을 성과로 내세우며 재정 지출 확대 등을 주문했다. 왼쪽부터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문 대통령, 정경두 국방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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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하지 않고 엄중하다"면서도 "기업 투자가 늘고 있고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우리 경제가 튼튼하다"고 낙관론을 펴왔던 데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일부 좋은 경제 지표만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엄중한 경제 상황을 넘어설 특단의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경제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올해 세계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확장 재정' '생활 SOC(사회기반시설)' 등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방안을 또다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일자리 정책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일관성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고용 개선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다"며 "두 달 연속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고 상용직 근로자 수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취업자 수가 급감하고, 노인·단기 일자리만 늘어나는 '고용 참사'가 벌어지는 것은 외면한 채 상용 근로자 비중이 올라간 점만 내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신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과 투자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수출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디스플레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에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고 벤처 투자도 사상 최대로 늘어났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신산업 분야 연구·개발과 상업화는 여전히 각종 규제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재계(財界)에선 "규제 혁신은 임기 내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기업 투자를 '정부 성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런 노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확장 기조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구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확장 재정을 고집하면서 국가채무는 697조9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5조7000억원, 전년 말에 비해 46조1000억원 늘었다.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 투자의 역할도 크다"며 "(생활 SOC 등) 필요한 건설 투자는 확대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정부·여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 상하수도·가스·전기 관련 시설 개선, 체육관·도서관 건립 등을 위한 생활 SOC 사업에 예산 48조원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야당들은 "정부가 경제 실정(失政)을 세금으로 덮으려고 하고 있고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했다.

이민석 기자(seo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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