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하나은행 "펀드 불완전 판매 땐 리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손실 사태의 중심에 놓인 KEB하나·우리은행이 자체적인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두 은행은 다음 달부터 진행되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시간 끌지 않고 신속하게 고객 피해 배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다른 주요 은행들 역시 고객 자산 보호 방안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고객들이 불완전 판매 등으로 고위험 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원금과 수수료를 돌려주는 정책과 임직원들의 실적 평가를 고객의 수익률 제고와 연동시키는 방안 등이 주요 내용이다.

◇펀드 리콜제, AI 필체 감정까지 도입한 하나은행

17일 하나은행은 불완전 판매된 공모·사모 펀드를 고객 의사에 따라 철회할 수 있는 '펀드 리콜제(책임판매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리콜이 확정되면 고객은 원금과 수수료 일체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고객의 필체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상품 가입서 등의 위·변조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상품에 가입할 때 필수 항목의 확인을 빼먹거나 기재를 잘못해도 자동으로 잡아준다. 지금까지 일부 서면으로 진행돼 불편했던 거래신청서·투자설명서 작성 등의 과정도 모두 통합 전산화된다. 이와 함께 투자 상품에 대한 상품위원회 검토 결과를 리스크 관리 운영위원회에 보고하는 절차를 만들어 위험을 상품 도입 단계부터 점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영업 문화도 고객 중심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영업점에서 고객 투자 성향을 분석한 직후 콜센터에서 전화를 걸어 본인의 의사를 실시간으로 재확인해 투자 성향에 맞는 투자가 이뤄지도록 한다. PB(프라이빗뱅커) 등 영업점의 핵심성과지표(KPI)에서 고객 수익률의 배점을 대폭 상향한다. 고객 수익률을 높여야 직원들의 평가 점수도 좋아지게 만들겠다는 말이다. 고객의 전체 금융 자산에 맞춰 고위험 상품의 투자 한도를 설정하는 맞춤형 포트폴리오도 실시한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날인 16일엔 우리은행이 공모펀드 가입 고객에게 가입 15영업일 내 가입 철회 기회를 주는 '고객 철회제도'와 사모펀드 가입 신청 마감 전까지 투자 여부를 고민할 수 있게 하는 '투자 숙려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PB 검증제를 통해 PB들이 판매할 수 있는 상품에 차등을 주는 방안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 KB국민·신한·IBK기업은행 등도 상품 판매 전 심의를 강화하고, 상품 판매 직원의 자질을 높이는 교육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자 보호책을 갖춘다.

◇우리·하나은행 금감원 피해 조정안 수용 의사

우리·하나은행은 금융 당국의 분쟁 조정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손님 신뢰 회복' 선언을 통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고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전까지 분쟁 조정에 다소 미온적이었던 입장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하나은행이 검사 과정에서 자료를 감추거나 비협조적이었던 데에 대해 "좌시할 수 없다"는 등 강경한 자세를 유지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도 전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결정을 존중하고, 조속한 배상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수용 의사를 나타냈다.

금감원은 다음 달 중 분조위에 DLS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상품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된 고객이 조정을 신청하면 개별 사안별로 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다만, 금감원은 건별 배상 기준을 기초로 나머지 건에 대해 합의권고 등의 방식으로 처리할 예정이어서 분쟁 조정 초반에 기준이 결정되면 이후 과정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분조위 조정 결과가 나오면 해당 은행은 20일 이내 수용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조정 결과에 대해선 은행과 고객 모두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다. 배상 비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고객은 이를 소송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손실을 본 일부 고객은 '사기'라고 주장하며 원금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어서 금감원 분쟁 조정과는 별개로 법적 소송이 이어질 전망이다.

최형석 기자(cogito@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