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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족쇄 벗은 신동빈, 대규모 투자로 '뉴롯데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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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개월 가까이 끌었던 터널의 끝이 조금씩 보이는 듯하다."

17일 대법원이 뇌물 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자, 롯데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롯데는 이날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신뢰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내용의 짧은 공식 입장문만 내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신 회장이 다시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2013년 2월 이후 국세청·검찰·특검 조사와 형제간 경영권 분쟁, 사드 사태 등 80개월 가까이 이어져 온 악재들도 조금씩 매듭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불매운동과 주력인 유통·화학 부문의 부진 등 현안은 아직 산적해 있다.

◇80개월간 안팎 악재에 시달린 롯데

롯데그룹은 지난 6년 8개월 동안 안팎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내부적으로 형제간 갈등으로 경영권 분쟁이 터졌다. 이명박 정부 때는 롯데월드타워 인허가로 특혜 시비에 휘말렸고, 박근혜 정부에선 이로 인해 잇따른 검찰 수사를 받았고, 국정 농단 관련해서도 '적폐 기업'으로 몰렸다. 또 사드 사태와 일본 불매운동 등 롯데로서도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정치적 급류에 휩쓸리기도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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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2013년 2월과 7월 국세청이 롯데호텔과 롯데쇼핑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이면서부터였다. 당시 재계에선 "롯데월드타워 인허가와 맥주 사업 진출 등 롯데가 이명박 정부에서 특혜를 받은 것에 대한 보복 성격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다. 2016년 6월에는 검찰이 해외 비자금 조성 등을 밝히겠다며 대대적인 압수 수색을 하는 등 롯데의 경영 비리 수사에 나섰다. 신 회장은 또 국정 농단 수사 과정에서 면세점 인허가를 받기 위해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낸 혐의로 검찰에서 기소됐다.

롯데 입장에선 피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도 있었다. 롯데는 2017년 2월 국방부에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했다. 이후 롯데는 중국에서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시설 점검 등을 받으며, 중국 정부에 보복당했다. 롯데는 결국 대형마트를 철수하는 등 사실상 중국 사업을 접었으며, 그 과정에서 3조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최근엔 한·일 관계 악화로 계열사인 '유니클로'와 롯데주류 제품이 불매운동 타깃이 됐다. 롯데주류는 일본 기업과 사업 관계가 전혀 없는데도 덤터기를 썼다.

외부 변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7월엔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이 신 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에서 해임시키려는 시도를 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불거졌다.

80개월 동안 롯데를 뒤흔든 문제들은 최근 조금씩 결론이 나고 있다. 신 회장은 경영 비리와 뇌물 공여 혐의에 대해 최종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법적인 불확실성은 사라졌다. 중국 사업도 지난해 대형마트 철수를 완료하면서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다. 경영권 분쟁도 신동주 회장 측이 화해를 제안하는 등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일단락됐다.

◇"호텔롯데 상장 등 현안 해결 속도"

발목을 잡아온 족쇄들은 풀렸지만, 롯데 앞에는 새로운 현안들이 놓여 있다. 우선 한·일 관계 악화 후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면서 '롯데=일본 관련 기업'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그중 하나가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 핵심 계열사의 주요 주주인데,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 자본이 99%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상장을 통해 일본 자본의 비율을 50%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롯데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서 호텔롯데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주력인 유통과 화학 부문 사업의 실적을 올리는 것도 관건이다. 롯데쇼핑은 대형마트의 부진으로 올해 3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10% 줄어든 약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여기다 온라인과의 경쟁을 위해 약 3조원 투자 계획을 집행 중이다. 지난 3~4년간 호황을 누렸던 화학 부문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유통과 화학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이번 판결로 경영 리스크가 사라진 만큼,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훈 기자(in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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