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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59] 담 안에 또 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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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옛 왕조의 바깥을 두르는 크고 긴 담은 만리장성(萬里長城)이었을 테다. 그 담을 넘어 다시 중국 수도에 들어서려면 베이징성(城)의 견고한 벽을 통과해야 한다. 거기서 또 중국의 권력 중심에 진입하려면 자금성(紫禁城)의 높은 담과 마주친다. 개인 집을 방문해도 마찬가지다. 동서남북(東西南北)의 사방 집채가 모두 안쪽 뜰을 향해 있는 대표적 전통 주택 사합원(四合院) 역시 완연한 성채의 모습이다. 그 문에 들어서면 안팎을 가르는 조그만 벽이 또 발길을 가로막는다. 소장(蕭墻)이라고도 적고, 또 조벽(照壁)으로도 부르는 ‘담 안의 담’이다. 그래서 중국과 제대로 교류하려면 국가의 울타리, 왕궁의 벽, 개인의 담을 다 넘어서야 우선 가능하다. 또 중국인의 울타리 안에 확실하게 몸을 들이려면 ‘소장’이나 ‘조벽’과 같은 크고 작은 무수한 담 행렬을 넘어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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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나와 남을 가르고,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가리는 장치다. 그래서 전통의 중국은 어딘가 감춰져서 짙은 그늘에 가려 있는 모습을 종종 연출한다. 은밀(隱密)함의 속성이 돋보이고 폐쇄(閉鎖)적이며 배타(排他)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현대 중국의 집권 공산당 최고 권력이 머물고 있는 곳은 중난하이(中南海)다. 자금성 서쪽에 있는 건축군(群)이다. 옛 왕조의 권력을 상징했던 붉은 담이 우뚝하고, 삼엄한 경계를 펴 함부로 다가설 수 없다. 옛 황제 권력이 머물던 곳을 지칭했던 구중심처(九重深處)라는 성어가 먼저 떠오른다. 정문인 신화문(新華門) 안을 엿보려고 해도 아주 높고 견고한 ‘담 안의 담’에 가려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강(下降)하는 경제, 미국과 전면적 마찰, 홍콩의 시위 사태에 당면한 공산당이 지난 41년의 개혁·개방 기조를 크게 틀고 있다. 무슨 생각에서일까. 들여다보려고 해도 좀체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중국 공산당의 생각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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