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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은수미 성남시장 꾸짖은 재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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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첫 공판서 이례적 지적]

"기사 딸린 차를 1년간 공짜로 제공받고 자원봉사인 줄 알았나?

이런 윤리 의식을 가진 분이 인구 100만의 성남 시장이라니…

운전기사에게 기름값도 한푼 안내… 노동 전문가가 할 일인가"

조선일보

은수미 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90만원을 선고받은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가 "기사가 딸린 차량을 1년 가까이 무상으로 제공받고 자원봉사로 믿었다는 것은 너무 순진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생각"이라며 "이런 윤리 의식을 가진 분이 인구 100만 성남시장으로서 인지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17일 수원고법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이 같은 소견을 밝혔다.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은 시장은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직후인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약 1년 동안 정치 활동을 위해 코마트레이드와 최모씨에게서 95차례에 걸쳐 차량 편의를 받아 교통비 상당의 정치 자금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은 시장에게 편의를 제공한 코마트레이드 대표 이모씨는 성남 지역 조직폭력배 출신이며, 운전기사로 일한 최씨는 코마트레이드 측으로부터 렌터카와 함께 월 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은 시장은 1심에서 "최씨가 자원봉사를 하는 것으로 알았고, 코마트레이드에서 차량과 급여를 받는지 전혀 몰랐다. 어떤 불법·부정행위도 하지 않았고, 부끄러운 일을 한 적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도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두고 대부분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이 사건이 언론보도로 공론화된 이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당선됐고, 시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볼 정도로 죄책이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 등의 양형 이유를 들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 공무원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으면 당연퇴직 대상이 된다. 그러나 은 시장은 판결에 불복해 전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이날 2심 재판부는 은 시장 측의 주장이라며 "기사 딸린 차량은 자원봉사로 알았다" "당시의 활동이 정치 활동인 줄 몰랐다" "이 정도 편의를 제공받은 것은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보통의 사건에서 이런 주장은 크게 의미가 없으나, 이번 사건은 양형에 따라 피고인의 시장직 유지와 직결돼 있어서 좀 다르다"고 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치 활동이 아닌 생계 활동을 한 것이라는 은 시장 측 주장에 대해 "생계 활동을 하는데 왜 남으로부터 이런 편의를 제공받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사에게 임금은 고사하고 차량 유지비, 기름값, 통행료 한 푼 내지 않았는데 노동 전문가로서 가능한 일인지, 심각한 노동 착취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 시장은 노동운동을 하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복역했다. 서울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5~2012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재판부는 "만약 성남시 공무원이 똑같은 편의를 받고 자원봉사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 피고인은 과연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게 변호인의 주장인지, 피고인의 진정한 생각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또 "피고인의 생각이 무엇인지가 공직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지와 관련된 부분이며, 변호인 주장처럼 생각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닌지 우려된다"며 은 시장에게 다음 기일에 답변해달라고 요청했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28일 열린다.

[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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