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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중국 옹호하다가… '릅택동' 돼버린 NBA 스타 르브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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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관련 친중 발언하자

팬들 "트럼프는 비판하더니…"… 모택동과 얼굴 합성한 사진 올려

조선일보

이제 'King' 르브론은 농구 팬들 마음속에 더는 없다. 'Qing' '릅택동'(르브론+모택동)만 남았을 뿐.

중국 앞에서 고개를 숙인 NBA(미 프로농구) 최고 스타 르브론 제임스(35·LA 레이커스)를 향한 팬들의 분노가 거세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홍콩 시위대는 그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불태우고 짓밟았으며 그의 사진으로 만든 가면을 착용하고 있다. 다른 나라 네티즌도 "트럼프를 맹렬히 비판하더니 중국에는 굴복했다"며 비난에 열을 올린다.

제임스는 중국발 NBA 위기가 터진 지 열흘 만에야 입을 열었다. 지난 15일 시범경기를 앞둔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트윗을 올린) 대릴 모레이 휴스턴 로키츠 단장은 그 상황에 대해 못 배워서(not educated) 그런 글을 올린 것"이라며 "홍콩 시위에 대해 NBA 선수들이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중국 측을 옹호하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운동선수는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흑인 인권 활동에 활발히 나서던 평소 르브론과는 딴판이었다. 대중의 비난이 이어지자 그는 16일 인스타그램에 스테픈 커리(31·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함께 웃는 사진을 올리며 "그들은 우리가 뭐라고 말했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비꼬았다. 커리는 중국 관련 질문에 "중국 역사를 잘 모르니 다음에 말하겠다"고 했었다.

'킹'이란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은 제임스는 '친중파'로 낙인찍힌 뒤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많이 얻었다. 원래 별명 King을 비튼 Qing은 한어 병음(중국어 발음 부호)에 Q가 많이 쓰이는 데에서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모택동과 제임스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사진>이 유포됐다. 한국에선 그를 '릅택동'이나 '릅진핑'(르브론+시진핑)이라고 부른다.

제임스뿐 아니라 NBA 선수 대부분이 이번 일에 대해 입을 닫고 있다. 제임스 하든과 러셀 웨스트브룩(이상 휴스턴 로키츠)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10일 기자회견에서 CNN 기자의 "NBA 감독과 선수들은 정치·사회 문제를 터놓고 말하는 데에 자부심이 있지 않았느냐. 이제 그러한 생각이 바뀌었느냐"는 질문을 못 들은 체하며 딴청을 피웠다. 구단 관계자는 "농구 얘기만 하라"며 기자의 마이크를 가져가 버렸다.

NBA가 자존심을 버린 덕에 중국인의 NBA에 대한 반감은 조금씩 사그라지는 중이다. NBA 온라인 중계를 중단했던 텐센트는 14일부터 중계를 재개했다. 그러나 로키츠 경기만은 여전히 중계 일정에서 빠져 있다. NBA는 오는 23일 개막한다.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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