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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욕설·몸싸움…살벌했던 평양 남북축구 손흥민 “부상없이 돌아온 것만도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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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관 “실망”…녹화중계 안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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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에 평양 원정을 다녀온 한국 축구대표팀이 거칠게 나온 북한 선수들 때문에 서로 욕설을 주고받는 등 살벌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우리 선수단은 냉랭한 대우를 받고, 호텔 밖 다른 장소로 나가지 못하는 등 상당히 통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0-0)을 마친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돌아왔다.

2박3일 동안 평양에 체류한 한국 선수들은 경기나 훈련 등 공식일정 외에는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에만 머물렀다고 한다. 고기·해산물이 들어 있는 식자재 세 상자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압수당했고, 호텔 음식만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앞서 선수들은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에 일괄적으로 스마트폰을 맡기고 북한에 들어갔다.

대표팀 단장으로 평양에 다녀온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호텔 직원들은 자신들의 규정을 알려준 뒤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질문해도 대답도 잘 하지 않았다”며 쌀쌀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호텔 밖에 나갈 수도, 외부인이 들어올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축구협회가 17일 오후 담당기자들을 상대로 공개한 경기 영상을 보면, 두 팀은 이른바 ‘전투 축구’를 방불케 하는 신경전과 몸싸움을 벌였다. 전반 6분 나상호(FC도쿄)가 공중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북한 수비수 박명성을 밀었다. 넘어진 박명성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두 팀 선수들이 모여들어 긴장 상황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이 북한 선수에게 얼굴 부위를 맞아 분위기는 더 격앙된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이 맞는 장면은 중계 영상에 잡히지 않았다.

벤투호는 북한 수비진의 강한 압박에 전반전에는 유효슈팅 하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면서 그라운드에서 선수끼리 주고받는 말과 작전 지시까지 고스란히 마이크에 담겼다.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귀국 뒤 “북한이 많이 거칠게 나왔다. 심한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북한의 작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거친 플레이를 했고 예민하게 반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됐다. 이런 경기에서 부상 없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당시 경기 기록을 보면 남북이 각각 2장씩 옐로카드를 받을 정도로 거친 경기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축구대표팀 귀국 뒤 녹화중계할 예정이던 <한국방송>(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방송 화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를 포기했다.

한편,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매우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계는 물론 응원단과 관중도 전혀 없이 치러진 데 대해 “남북관계 소강 국면을 반영했고, (남쪽)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공정성 조치를 한 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대해 대단히 실망했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답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노지원 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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